올해 1분기 성적표에서 낙제점을 받은 CJ ENM에 업계가 우려의 시선을 보낸다. 치열한 OTT 대전으로 인해 늘어난 제작비 부담이 일시적 요인이 아닌데다가 안정적인 ‘캐시카우'로 꼽히던 ‘커머스'영역 수익성도 악화됐기 때문이다.


강호성 CJ ENM 대표이사 / CJ ENM 제공
강호성 CJ ENM 대표이사 / CJ ENM 제공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CJ ENM은 올해 1분기 매출 9573억원, 영업이익 496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7918억원과 비교해 20.9%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936억원에서 47% 감소했다. 당기순이익 역시 전년동기 809억원과 비교해 98% 줄어든 16억원에 그쳤다. 영업이익률도 6.1%에 불과하다. 전년동기 영업이익률은 13.9%다.

이는 미디어 부문 영업이익이 뒷걸음 친 탓이다. 전체 영업이익 중 67%를 차지하는 미디어 부분 영업이익은 333억원으로 전년동기에 비해 38.2% 줄었다. 미디어 영역은 드라마와 예능 등 콘텐츠를 비롯해 TV광고 등 수익성이 높은 CJ ENM의 핵심 사업 영역이다.

CJ ENM은 1분기 컨퍼런스콜에서 티빙 오리지널 콘텐츠 확대에 따른 제작비 증가와 지난해 인수한 미국 스튜디오 ‘엔데버 콘텐트'의 1분기 영업적자(178억원)로 인한 ‘일시적’ 요인일 뿐이라며 2분기 수익성 회복을 자신하지만 업계는 우려의 시선을 보낸다.

제작비 부담 우려·커머스 사업 둔화도 우려 요인

제작비 지출 부담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아서다. 현재 OTT 기업의 경쟁은 치열한 상황이다. 이로 인해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한 지출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 실제 CJ ENM은 올해 TV와 티빙을 포함한 전체 콘텐츠 제작비로 8600억원을 제시했다. 넷플릭스는 한국 OTT 오리지널 콘텐츠에만 올해 1조원 가까이 투자할 계획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OTT 플랫폼은 적자가 계속돼도 제작비 투자를 해야만 살아남는다는 판단이 지배적이다"이라고 말했다.

티빙의 유료 가입자 숫자 정체도 우려의 이유다. 디즈니플러스, 애플TV+, 웨이브, 티빙, 쿠팡플레이 등이 각축전을 벌이면서 사용자가 원하는 콘텐츠를 보기위해 OTT 가입과 탈퇴를 반복하는 영향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커머스 사업' 둔화도 문제로 지적된다. 1분기 커머스 영역 매출(3173억원)은 전년동기에 비해 4.1% 줄었다. 영업이익은 129억원으로 전년동기에 비해 61.6% 감소했다. 커머스 사업 영역은 CJ온스타일 등 홈쇼핑과 라이브커머스, 자체 브랜드 등 쇼핑 사업 등을 포함하는 영역이다. 이유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캐시카우 역할을 하던 커머스 영역 마저도 2년 연속 판매액 감소세가 이어지면서 수익성이 훼손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증권가 CJ ENM 주가전망 끌어내려 … 강호성 대표이사 "글로벌로 간다" 강조

한화투자증권, 대신증권, DB금융투자증권, 흥국증권, 하나금융투자증권, 이베스트투자증권 등이 실적을 발표한 CJ ENM의 목표주가를 끌어내렸다. 콘텐츠 사업 수익성 개선을 증명하고, 제작비 관리를 입증해야 주가 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화투자증권은 "투자 매력이 높은 시기가 아니다"라고 봤다. NH투자증권은 "긴 호흡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CJ ENM은 올해 2분기 콘텐츠 경쟁력 강화를 통한 채널 및 디지털 시장점유율 확대에 집중한다. '우리들의 블루스', '백패커', '퀸덤2' 등과 같은 핵심 콘텐츠 라인업을 강화하고 tvN STORY·tvN SPORTS 등 채널을 통해 광고주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티빙은 콘텐츠 장르 다각화와 프랜차이즈 지식재산(IP)에 집중해 유료가입자 확대에 매진한다. 또한 최근 설립한 'CJ ENM 스튜디오스'와 스튜디오드래곤, 엔데버 콘텐트 등 멀티 스튜디오 체계 구축을 완료하고 본격적으로 시너지 창출에 나선다.

강호성 CJ ENM 대표는 1분기 컨퍼런스콜에서 "멀티스튜디오 구축을 마무리한만큼 향후 공동기획과 제작을 통해 월드클래스 IP를 크게 확대할 예정"이라며 "2022년엔 글로벌 시장 경쟁력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이은주 기자 leeeunju@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