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클라우드 시장이 성장하고 있지만 수익성 확보에 난항을 겪는 기업들이 많다. 연구개발(R&D)와 인건비에 많은 투자가 필요한 탓이다. 그럼에도 미래 먹거리인 AI와 클라우드 사업을 확대해나가는 기조에는 변함이 없다. 시장이 계속 성장하는 추세기 때문이다.

적자 이미지 / 아이클릭아트
적자 이미지 / 아이클릭아트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국내 강소 SW 기업들 중 1분기 영업적자를 기록하거나 전년대비 영업이익이 감소한 국내 기업으로는 나무기술, 더존비즈온, 쌍용정보통신, 에스넷시스템, 엔에이치엔(NHN), 이스트소프트(가나다순) 등이 있다.

나무기술은 2022년 1분기 연결기준 매출액 237억6000만원, 영업손실 14억000억원을 기록했다. 칵테일 클라우드의 주요 신규수주가 1분기에서 2분기 이후로 연기되고, 스마트 DX 솔루션에 대한 투자 증가와 M&A 추진 비용, 임직원을 위한 자사주 지급 등의 영향으로 적자로 전환됐다.

나무기술은 계속해서 ‘칵테일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하는 사업을 키워나간다. 2022년 칵테일 클라우드와 레드햇의 협업으로 탄생한 칵테일클라우드 온 오픈시프트(COO)의 해외 진출을 추진할 계획이다.

전사적자원관리(ERP)기업 더존비즈온은 2022년 1분기 연결기준 매출 757억원, 영업이익 143억원을 기록했다. 2021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0.2%, 18.6% 감소했다. 2021년 1분기는 정부지원 사업이 반영됐지만, 이번 1분기 실적은 동일한 사업이 2분기로 미뤄진 것이 기저효과로 작용했다. 또한, 코로나19의 급속한 확산과 장기화로 시스템 구축 지연이 발생했고 정부의 스마트공장 지원사업 진행이 늦어지는 것도 실적에 영향을 미쳤다.

더존비즈온은 그동안 외산 중심이었던 대기업과 중견기업 ERP 시장에서 더존비즈온의 시장 점유율을 높이며 실적을 개선 중이다. 성장 중인 서비스형소프트웨어(SaaS) 시장을 적극 공략 중이다.

아이티센 그룹의 쌍용정보통신도 2022년 1분기 매출 564억4400만원, 영업손실 3억2100만원을 기록하며 적자를 이어갔다.

에스넷시스템은 올해 1분기 매출액 483억원, 영업손실 62억원을 기록했다. 전 세계적으로 부품 공급 부족으로 인한 제조와 물량 수급에 어려움을 겪으며 프로젝트 진행에 차질이 발생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에스넷시스템은 클라우드 전문기업으로의 변신을 꾀하는 중이다. 클라우드 센터를 설립하고 메타버스와 AI 등 신규 사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했다.

게임, 커머스, 클라우드 등 다양한 사업을 영위하는 NHN도 1분기 어닝 쇼크를 기록하며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NHN은 2022년 1분기 매출(연결기준)과 영업이익은 2021년 1분기 대비 15.2%, 38.2%씩 감소한 5205억원, 155억원을 기록했다. 인건비와 광고비 지출이 늘어난 영향이다. 하지만 클라우드를 비롯한 기술 부문에 대한 투자를 이어간다. NHN은 2분기에도 고용 등의 영향으로 수익성이 좋지 않을 전망이다.

이스트소프트도 연결 기준 2022년 1분기 매출액 243억원, 영업이익 12억원을 기록했다고 최근 (잠정) 공시했다. 2021년 동기 대비 매출액은 13.6%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62.4%나 감소했다. 수익성 악화원인으로 회사 측은 인건비 상승, 메타버스 사업 본격화에 따른 투자 비용 증가 등을 지목했다. 이스트소프트는 AI 기술을 접목한 버추얼 휴먼 사업, 버추얼 피팅 안경 사업 등을 확대하며 실적 성장을 이어가겠다는 전략이다.

2021년 말 개별 감사보고서 기준 적자를 이어가는 기업들도 있다. 메가존클라우드, 베스핀글로벌, 카카오엔터프라이즈로 클라우드가 주력 사업인 기업들이다.

메가존클라우드는 공시에 포함하지 않은 계열사의 실적까지 포함하면 2021년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메가존클라우드 개별 기준 실적은 여전히 적자다.

메가존클라우드의 2021년 개별기준 매출액은 4596억원, 영업손실 152억7200만원이다. 클라우드 운영 관리 서비스(MSP) 사업자이자 경쟁사인 베스핀글로벌도 상황은 비슷하다. 2021년 베스핀글로벌 개별기준 매출액은 2106억원, 영업손실 359억5600만원을 기록했다.

클라우드 후발주자인 카카오엔터프라이즈의 적자 규모는 매출과 맞먹는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4월 2021년 매출 955억원, 영업손실 901억원을 기록했다. 2020년보다 매출은 40% 성장했지만, 영업적자폭은 더 커졌다. 서비스 다양화를 위한 기술 투자와 인건비에 많은 비용을 투입했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적자를 내는 상황에서도 클라우드 사업에 과감하게 배팅하는 이유는 시장의 성장세 때문이다. 초기 투자 비용을 들여서라도 미래 먹거리를 잡겠다는 것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이 발간한 '2021 클라우드산업 실태조사 결과보고서'를 보면 2020년도 국내 클라우드산업 전체 매출액 추정치는 4조263억원쯤으로, 전년 대비 6549억원 증가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국내 클라우드 시장이 2025년 11조600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게다가 새롭게 출범한 윤석열 정부는 국정운영 시스템을 효율화를 위해 디지털 전환(DX),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등을 활용한 '디지털 플랫폼 정부' 구현을 예고했다.

클라우드 업계 한 관계자는 "디지털 뉴딜의 일환인 공공 클라우드 클라우드 사업으로 시장이 커졌다"며 " 디지털 플랫폼 정부 구현을 위해 클라우드 기술이 필요한 만큼 국내 클라우드 시장에 대한 성장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류은주 기자 riswell@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