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구글이 전기통신사업법(구글갑질방지법)을 위반했다고 보고 조사에 착수했다. 이를 위해 혐의를 입증하는 데 주력하는 한편 위법사실이 확인되면 사실조사로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방통위 ‘인앱결제 강제금지 관련 설명회' / 이은주 기자
방통위 ‘인앱결제 강제금지 관련 설명회' / 이은주 기자
방송통신위원회는 26일 정부과천청사에서 기자설명회를 갖고 이 같이 밝혔다.

방통위는 6월부터 시행하는 구글의 결제 정책이 ‘구글갑질방지법’ 가운데 ‘특정한 결제방식을 강제하는 행위 금지' 조항을 위반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아직 앱 개발사의 피해가 발생하지는 않았지만, 향후 피해가 발생할 것이 ‘명확한 상황'이라며 조사에 착수하는 배경을 설명했다.

이는 기존의 방통위 입장에서 한층 나아간 것이다. 기존에는 실제 앱 개발사가 피해를 봐야만 제재를 가하겠다는 입장이었으나 이제는 발생하기 전에 국내 앱 개발·서비스사를 보호하겠다는 취지다.

전혜선 방송통신위원회 이용자정책국 통신시장조사과장은 "(구글갑질방지법의) ‘특정한 결제방식 강제 금지’등 신설된 금지행위 유형에 대한 조사에만 국한하지 않겠다"며 "앱 마켓사업자의 공정경쟁 저해 및 이용자 이익침해 행위 전반을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웃링크 웹결제 금지·제3자결제방식 추가한 구글, ‘특정한 결제방식 강제'로 볼 수 있나"

방통위는 구글이 구글갑질방지법에서 금지한 ‘특정한 결제방식을 강제하는 행위'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앞서 구글은 지난해 구글갑질방지법 통과 이후, 앱 개발사에 ‘구글플레이인앱결제서비스’와 함께 ‘제3자 결제방식'(제3자인앱결제처리서비스)을 병행해 서비스하도록 의무화했다. 반면 개발사가 ‘웹결제’ 시스템으로 연결할 수 있도록 이용자에 ‘아웃링크'를 제공하는 것은 금지했다.

 구글의 결제정책. 3번은 ‘제3자결제방식', 4번은 ‘구글플레이인앱결제서비스'다 / 법무법인 지평 제공
구글의 결제정책. 3번은 ‘제3자결제방식', 4번은 ‘구글플레이인앱결제서비스'다 / 법무법인 지평 제공
구글은 앱 내에서 구글이 제공하는 구글이 자체 구축한 ‘구글플레이인앱결제서비스’ 외에도 ‘제3자 결제방식’을 이용자들에게 제공하는 것을 허용했기 때문에 자신들이 ‘특정한 결제방식을 강제하는 행위’를 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제3자 결제방식’을 허용해 개발자들에게 선택권을 부여했기 때문에, 굳이 ‘웹결제 아웃링크’까지 허용해야 할 법적 의무가 없단 입장이다. 제3자결제방식은 신용카드사나 페이 서비스사 등 결제서비스를 허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개발사는 구글이 ‘제3자 결제방식’을 허용했어도, 특정한 결제방식을 강제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신용카드나 페이 등을 통한 결제를 지원하더라도 결국 구글 시스템 내에서 구글의 API를 사용하도록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개발사는 구글에 수수료를 내지 않아도 되는 웹결제 방식을 안내할 수 있도록 ‘아웃링크’를 제공할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맞선다.

아웃링크를 통한 웹결제 방식 설명자료 / 방통위 제공
아웃링크를 통한 웹결제 방식 설명자료 / 방통위 제공
방통위는 개발사들의 주장에이 타당하다는 판단이다. 개발자들의 실질적 선택권을 보장하지 않아 법 위반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전 과장은 "구글이 두 개의 결제방식을 제공했다고 해도 개발사 입장에서 ‘충분한 선택권'이 보장되지 않았다면, 실질적인 선택권을 보장하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아웃링크를 통한 웹결제 유도를 막는 행위는 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설명회에 참석한 최경진 가천대 법학과 교수도 "구글과 애플이 허용한다는 결제 방식은 여전히 자사 앱마켓 결제 시스템 안에 있는 것이기 때문에 실질적인 선택권을 보장한 게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구글 고율 결제 수수료 부과 합리적인가

방통위는 구글이 자사의 ‘제3자 결제방식'에도 높은 수수료를 부과한 정책도 점검할 계획이다. 구글은 자사 인앱결제서비스 수수료는 최대 30%로, 제3자인앱결제서비스는 이보다 4%p 낮은 수수료를 제시했다.

구글은 이같은 수수료 부과는 앱 마켓 플랫폼을 통해 제공되는 다양한 서비스와 도구를 이용한 대가를 포함하기 때문에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앱 개발사는 제3자 결제의 경우 결제 처리과정에서 구글의 역할이 없음에도 고율의 수수료를 부과한다고 반박한다. 구글이 자사결제 외 제3자결제방식만을 허용하는 가운데, 제3자결제방식에 고율 수수료를 부과해 구글갑질방지법의 입법 취지를 무력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방통위는 정부가 기업의 수수료를 법률로 규제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다만 구글이 자신의 ‘거래상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해 앱 개발사가 ‘특정한 결제방식'을 이용해야만 하는 상황을 초래했는지를 살펴본다는 계획이다.

전 과장은 "구글 약관이나 계약 조항에 불공정한 부분이 존재하는지를 실태점검을 통해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이은주 기자 leeeunju@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