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디지털뱅크 NB강남터미널점
별도 공간에서 상담 아늑…타행과 달리 장비는 부족해 보여

"중장년층은 목돈 마련을 위한 정기예금, 젊은 층은 신규 상품 가입 보다 신용대출 상담을 주로 받고 가십니다."

KB국민은행의 디지털 점포 안내직원은 점포를 방문하는 고객의 업무 패턴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서울 강남 고속터미털 지하에 위치한 ‘KB디지털뱅크 NB강남터미널점’은 지난달 2일 문을 열었다. 국민은행과 이마트 노브랜드의 협업의 산물이다.

점포는 캠핑카를 본뜬 모양새다. 제일 왼쪽에 화상 상담 창구가 위치하고 차례로 ATM, 스마트 텔러 머신(STM)이 놓여있다. 220평 크기의 노브랜드 매장 한켠에 약 10평 규모로 자리 잡았다. 점포 운영시간은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 화상 상담은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이용 가능하다.

고객들은 아직까지는 제대로 된 은행업무 보다 ‘이게 뭐지?’하는 신기함이 더 큰 듯 했다. 상주 안내직원인 스마트매니저는 "하루에 4~5명이 화상 상담 창구에 들어가지만, 시간이 오래 걸리다보니 2명 정도는 잠깐 체험만 하고 중간에 나온다"며 "정기예금 해지나 상품 가입은 30분 내외, 신용대출 상담은 자격요건 조회로 인해 1시간 남짓되는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노브랜드 매장 오른쪽에 위치한 ‘KB디지털뱅크 NB강남터미널점’의 전경. 마트에서 장을 보는 고객과 은행 업무를 보는 고객이 한데 어우러져 있다. / 박소영 IT조선 기자
노브랜드 매장 오른쪽에 위치한 ‘KB디지털뱅크 NB강남터미널점’의 전경. 마트에서 장을 보는 고객과 은행 업무를 보는 고객이 한데 어우러져 있다. / 박소영 IT조선 기자
스마트매니저는 디지털 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고객을 돕기 위해 혼자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근무한다. 타행은 디지털 점포가 어느 정도 안착, 인근 주민들이 점포 이용에 익숙해졌다고 판단하면 안내직원을 더 이상 두지 않는다. 이와 달리 국민은행은 디지털 점포 내 상주 안내직원을 없애지 않을 예정이다. 비대면 무인점포를 지향하는 시중은행의 전략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화상상담 해보니…신원 인증, 계좌 개설, 상담에 1시간 훌쩍

‘화상 상담’이라고 표기된 방의 문을 열었더니 1~2평 남짓한 공간의 창구가 마련돼 있다. 방에 들어간 뒤 문을 닫으면, 입구의 ‘사용중’ 팻말에 불이 들어온다. 공간이 탁 트여 업무 진행 도중 다른 고객이 뒷편에서 구경할 수 있었던 우리은행과 달리 프라이버시가 보장된다.

KB증권과 연계할 수 있는 신규 계좌를 개설했다. 기존 계좌의 인터넷 뱅킹 장기 미사용 해지, 이체한도 변경과 주소 등 개인정보 변경 업무 등도 진행했다. 계좌 개설과 상품 가입 등에 1시간 남짓 걸렸다.

정면 화면에 있는 노란색 ‘상담 시작’ 버튼을 누르니 업무가 시작된다. 화상으로 연결된 상담 직원이 실명인증 절차를 안내했다. 타행과 달리 국민은행 화상 상담 창구에서는 실명인증을 위해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했다.

별도의 신분증 투입구가 없다. 마우스 패드와 비슷한 회색 패드 위에 본인 신분증을 올려두고 찍어야 한다. 신분증을 찍기 전 상담사에게 본인 명의의 핸드폰 번호를 불러주면, 문자로 촬영 접속 링크를 보내준다. 링크에 들어가서 신분증을 촬영하면 바로 상담사에게 이미지가 전송된다.

제출된 신분증과 본인이 동일인이 맞는지 마스크를 내려 얼굴을 확인한다. 이후 추가 본인 확인을 위해 현재 가지고 있는 국민은행 입출금 계좌의 비밀번호 4자리를 정면 스크린 화면에 직접 입력한다. 입력 속도가 더뎌 인내심을 가지고 차분히 숫자를 입력해야 한다.

책상에 설치된 스크린에서 약관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이때 계좌 개설을 위한 고객 확인 의무 등록 서류에 동의 버튼을 누르고 서명과 사인을 직접 입력한다. 정면과 하단 스크린을 번갈아 보며 업무를 진행해야 하는점은 다소 불편했다.

고객이 정보 입력창을 못찾거나 힘들어할 경우 원격 제어를 통해 펜으로 입력창을 표시해주던 타행과 달리, 구두 안내만 가능하다. 상담사는 "원칙적으로 고객이 작성하는게 맞지만, 너무 진행이 안 된다 싶으면 정보를 듣고 대신 입력해주기도 한다"고 했다.

프린터기가 없어 상품 설명서와 약관은 카카오톡, 이메일 등으로 전송된다. 실물 카드나 통장 발급의 경우 STM 기기나 대면 창구를 통해 받을 수 있다.

(왼쪽부터) 화상 상담 창구 내부에 놓여진 기기, 지점을 캠핑장처럼 꾸며 놓은 모습. / 박소영 IT조선 기자
(왼쪽부터) 화상 상담 창구 내부에 놓여진 기기, 지점을 캠핑장처럼 꾸며 놓은 모습. / 박소영 IT조선 기자
단출한 창구, 답답한 진행…타행과 비교해 나은 점은 그닥

내부 한 구석에 화상 상담 창구에서 이용 가능한 서비스 안내 표지판이 설치돼 있다. 이곳에서 가능한 업무는 ▲입출금 통장 가입과 해지 ▲예금·적금 가입·해지·재예치 ▲KB증권 연계 계좌개설 ▲신용대출 상담 및 신규 등이다.

표지판 옆에는 화상 상담 기기가 마련돼 있다. 자리에 착석해서 바라본 풍경은 단출하다. ▲정면에 위치한 큰 화면 ▲고객 정보를 입력할 수 있는 터치 패드 ▲터치 패드에 정보를 입력하도록 옆에 놓여진 스마트 펜슬 ▲지름 1㎝가 채 되지 않는 마이크 ▲신분증 촬영을 위해 신분증을 내려 놓을 수 있는 패드가 전부다.

신한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의 화상 상담 창구와 비교하면, 서류를 팩스로 제출하거나 약관을 받을 수 있는 프린터기나 손바닥 정맥 인식기가 없다. 이 때문에 타행과 달리, ▲입출금 ▲분실재발행 ▲통장정리 등 현금이나 실물이 발생하는 업무나 서류가 필요한 업무는 이용할 수 없다. 말 그대로 상담 창구다.

타행과 비교했을 때 전반적으로 서류 로딩 시간이 오래 걸리는 듯 했다. 계좌를 개설하는 중간, 1~2분 정도 서류가 스크린에 뜨는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기존 계좌의 1일 이체한도 금액을 변경하던 중, 체크 항목에 오류가 나는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입력창에 조정 금액을 3번 넘게 입력했지만 계속해서 숫자가 사라지자 상담사가 직접 숫자를 입력해줬다.

창구 사용 고객의 불편 사항이 언제 개선되냐는 질문에, 점포 안내직원은 "기기 자체도 보면 처음에는 버벅거림이 있었지만 없애는 등,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며 "향후 신분증 투입구, 약관과 통장 출력을 위한 프린터 등을 설치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국민은행은 비대면 점포 고도화 작업에 한창이다. 서울 시내에 KB디지털뱅크 NB강남터미널점을 포함해 화상 상담 창구가 설치된 점포는 등촌역, 불광동, 연희동점 등 총 4곳이다. 화상 상담 직원의 경우 서울 센터에 5명이 배치돼 있다. 지난 23일에는 청주 분평동 이마트24에 두 번째 디지털 제휴 점포 ‘KB디지털뱅크 분평동점’을 열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대면에서만 가능하던 업무를 완전 비대면으로 전환하는 과도기에 있다고 보면 된다"며 "디지털 점포를 점차 늘릴 계획"이라고 전했다.


박소영 기자 sozer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