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커피시장은 급성장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1인당 연간 평균 커피 음용량은 385잔 이상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는 세계 평균 소비량의 약 3배에 해당하는 양이다. 2018년 가구 당 커피 관련 평균 소비지출액은 그 이전 5년 동안의 월 평균 소비지출액의 2배가 넘는 월 15,815원으로 알려졌다. 관세청의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2020년 커피 수입량은 17만 6천 톤을 기록하여 2019년 대비 5.36% 증가하였고 2021년 커피 수입량은 18만 9천 톤으로 2020년 대비 7.27% 증가하였다.
우리나라 커피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하면서 커피 시장은 더욱 세분화되고 있다. 특히 스페셜티커피 제품에 대한 수요 또한 급증하고 있어 심지어 캔커피와 같은 대중적인 RTD 제품마저 스페셜티커피를 표방하는 제품이 출시되고 있다. 특히, 가격에 구애 받지 아니하고 프리미엄급 커피를 즐기려는 커피 마니아층도 늘고 있고, 이런 마니아들은 그 경험을 SNS를 통하여 공유하고 있다. 이런 소비형태는 이른바 ‘경험을 통한 가치추구 현상’으로 부를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고급 커피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늘어나면서 커피 전문기업들은 희소성이 높은 고가의 상품개발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나라의 음료 소비자들은 해외 소비자들에 비해 특히 커피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커피를 마시는 사람은 매일 2~3잔 정도의 커피를 마시고 있다. 커피 소비가 대중화되면서 가정이나 직장을 나서자마자 곧바로 커피 매장을 찾을 수 있을 정도로 커피 매장에 대한 접근성이 높다. 또한 가정이나 직장에서 자신이 원하는 맛과 향미를 가진 커피 원두를 직접 구입하여 커피를 즐기는 이른바 홈카페족도 늘고 있다. 이들은 마실 때마다 소량의 원두를 분쇄하여 핸드드립하여 커피를 마시기도 하고 가정용 에스프레소 머신을 이용하여 커피를 즐기기도 한다. 따라서 이들은 직접 원두를 구매하게 되는데 추출 방법에 따라, 즉 커피머신용인지 핸드드립용인지에 따라 원두를 구분하여 구입하여야 하는지를 궁금해하시는 분이 의외로 많이 있다.
이러한 의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추출하고자 하는 도구에 따른 추출 특성을 먼저 살펴 봐야한다. 에스프레소 머신은 뜨거운 물을 8~10bar의 압력으로 커피층을 통과시켜 진한 에스프레소를 추출해 내는 기계이다. 이 경우, 커피 가루에 고압의 뜨거운 물을 통과시켜 커피 성분을 뽑아내야 하므로 압력에 맞대응하여 커피성분을 충분히 뽑아낼 수 있어야 한다. 또한 고압으로 인하여 아주 짧은 시간 동안 추출이 끝나버리므로 커피성분을 뽑아내기란 시간이 아주 짧다. 그러므로 에스프레소 머신을 이용하는 경우에는 "고압"과 "짧은 시간 동안 추출"이라는 특성을 고려하여 원두의 분쇄도와 볶음도, 그에 따른 커피의 조직 상태 등을 살피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에스프레소 머신을 사용할 경우, 강한 압력에 맞대응하여 커피 성분을 충분히 뽑아낼 수 있도록 원두를 아주 곱게 분쇄해야 한다. 만일 커피 입자가 굵으면 높은 압력의 물이 커피가루를 빠르게 스치고 지나가 미처 커피 성분을 다 뽑아내기도 전에 통과해 버리게 된다. 이렇게 되면 커피는 과소추출되어 제대로 된 맛을 내기 어렵다. 또한 아주 짧은 시간 동안 제대로 성분을 뽑아낼 수 있도록 원두의 조직 상태가 부서지기 쉽고 물이 빠르게 침투되어 성분을 우려내기 쉬운 상태라야 한다. 통상 에스프레소 머신용 커피원두로 강볶음(Medium Dark이상)된 것을 주로 사용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강볶음 커피는 부서지기 쉽고 물이 잘 침투되어 성분을 뽑아내기 쉬운 조직 상태이기 때문에 짧은 시간의 추출이라도 커피성분을 추출 가능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스페셜티 커피와 같은 고급 커피의 경우, 커피가 가지고 있는 고유의 특성과 향미를 느낄 수 있도록 강하게 로스팅 하지 않는다. 에스프레소 머신을 이용하여 이렇게 밝게 로스팅된 원두를 추출할 때에는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먼저, 가급적 높은 온도와 압력을 컨트롤할 수 있는 기능이 향상된 사양의 머신을 사용해야 한다. 또한 밝게 로스팅 된 원두라도 커피 성분을 충분히 뽑아낼 수 있는 추출 기술을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 로스팅 포인트가 밝아질수록 커피 조직은 더 단단하기 때문에 물이 침투하여 성분을 충분히 뽑아낼 수 있도록 커피 가루가 물에 충분히 불릴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주어야 한다. 따라서 물을 여러 번 나누어 투입하여 커피 가루가 물에 충분히 불릴 수 있는 시간을 추가해 주어야 한다. 또한 머신용 원두의 볶음도가 밝아질수록 추출시간과 추출액량의 조절도 중요하다. 통상 20~30초 이내에 25ml~35ml 사이의 액량으로 뽑은 한 샷이 에스프레소 기준에 완벽하다고 하지만, 꼭 이 틀에 맞출 필요는 전혀 없다.
반면, 핸드드립으로 커피를 추출할 때에는 에스프레소 머신과 달리 추출 시 압력이 전혀 주어지지 않는다. 물의 흐름에 따라 커피 성분이 뽑아져 나올 뿐이다. 따라서 사용하는 커피의 볶음도에 따른 원두의 양과 분쇄도 정도에 맞추어 물의 온도, 양, 시간을 적절히 정하여 추출하면 된다. 드립커피의 경우 밝은 로스팅 포인트에서 진한 다크한 로스팅 포인트의 원두까지 다양하게 사용할 수 있다. 다만 분쇄 정도에 따라 추출 시간을 조절할 줄 알아야 하고 사용하는 커피양에 따라 사용 물 양을 조절할 줄 알아야 한다.
결론적으로 원두를 구입할 때 에스프레소 머신용인지 핸드드립용인지에 따라 커피원두 종류 자체를 구분할 필요는 없다. 커피 원두의 종류보다는 원두의 볶음도와 분쇄도가 더 중요하다. 보통 에스프레소 머신용 원두로 중강볶음 이상을 사용하고는 있다지만 에스프레소 머신의 추출원리를 알고 어느 정도 추출 기술만 있으면 밝은 볶음의 원두로도 얼마든지 맛있는 커피를 만들 수 있다.
그 외에도 원두를 구입할 때에는 사용할 시점과 사용기간을 고려하여야 한다. 커피는 볶을 때 커피내부조직 속으로 이산화탄소가 들어간다. 조직 속에 들어간 이산화탄소가 배출된 상태에서 커피를 추출하여야 커피 고유의 향과 맛을 즐길 수 있다. 이산화탄소는 대개 1주일에서 2주일 정도 지나는 동안 배출된다. 따라서 구입한 커피를 바로 먹어야 한다면, 로스팅 된 지 1주일이나 2주일 정도 지난 커피를 구입하는 것이 좋다. 만일 원두를 구입한 후 오래 두고 먹는다면 갓 볶은 커피를 사는 것이 좋다. 보관하는 기간 동안 이산화탄소가 모두 배출될 것이기 때문이다. 원두는 가급적 커피를 마실 때마다 소량씩 분쇄하여 즐기는 것이 가장 좋다. 그러나 분쇄도구가 없어 구입하면서 전부 분쇄하여야 한다면, 갓 볶은 원두를 구입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커피를 보관할 때는 보관 온도를 가능한 낮추어 주면 보관기간을 늘릴 수 있다. 실온보다는 냉장고를 이용하여 보관하는 것이 좋다. 냉장실의 서랍같이 분리된 공간을 활용하여 보관하는 것을 추천한다. 냉동실에 보관하면 커피의 좋은 향이 사라질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 외부필자의 원고는 IT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신혜경 칼럼니스트는 이화여대에서 교육공학을 전공하고,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커피산업전공으로 보건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동원과학기술대학교 커피바리스타제과과와 전주기전대학교 호텔소믈리에바리스타과 조교수로 재직하였고, 한림성심대학 바리스타음료전공 겸임교수로 재직중이다. 바리스타 1급 실기평가위원, 한국커피협회 학술위원회 편집위원장, 한국커피협회 이사를 맡고있다. 서초동 ‘젬인브라운’이라는 까페와 석촌동에 ‘신혜경 커피아카데미 ‘를 운영하며, 저서로 <그린커피>, <커피매니아 되기(1)>, <커피매니아 되기(2)>가 있다. cooykiwi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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