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디지털전환 등이 조선업계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대우조선해양(이하 대우조선), 삼성중공업을 향한 우려섞인 시선이 대두되고 있다. 지속되는 적자와 높은 부채비율로 인해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한 투자가 예년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2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국내 조선사들이 강화된 국제해사기구의 온실가스 배출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친환경 선박으로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또 4차 산업혁명과 발맞춰 자율운항 등 디지털 전환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친환경, 디지털 전환 등에 대응하기 위해 5년간 21조원을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친환경 연구・개발(이하 R&D) 분야에는 7조원을, 자율운항 선박 분야 선도 등 디지털 분야에 1조원을 각각 투자한다. 스마트 조선소 구축에도 투자를 단행한다.

아비커스의 하이나스 2.0 시스템을 살펴보는 선장과 항해사의 모습 / HD현대
아비커스의 하이나스 2.0 시스템을 살펴보는 선장과 항해사의 모습 / HD현대
조선업계에서는 현대중공업그룹이 조선부문의 적자에도 불구하고 과감한 투자를 통해 미래 선박시장 선점을 노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부문 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은 1분기 ▲매출 3조9077억원 ▲영업손실 3964억원을 기록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의 투자 발표가 나온 이후 대우조선과 삼성중공업의 투자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현대중공업그룹과 단순비교는 어렵지만 양사가 역시 글로벌 조선사로 꼽히기 때문에 급변하는 산업환경에 발맞춰 예년보다는 공격적인 투자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온 것이다.

2016∼2020년 수주환산톤수(CGT)를 기준으로 대우조선은 6.8%로 세계 4위, 삼성중공업은 7.0%로 세계 3위를 각각 기록했다.

하지만 양사는 예년과 비슷한 수준의 투자를 진행할 것으로 나타났다. 공시에 따르면 대우조선은 지난해 722억원, 삼성중공업은 515억원을 각각 R&D에 투자했다.

대우조선과 삼성중공업이 적극적인 투자에 나설 수 없는 이유로 부족한 자금력이 꼽히고 있다. 대우조선의 경우 1분기 ▲매출 1조2455억원 ▲영업손실 4701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13% 증가했으나 영업손실은 증가했다.

특히 대우조선은 최근 10년간 5조원 대의 누적적자를 기록했고 부채비율도 523.2%를 기록 중이다.

대우조선 관계자는 "액화천연가스(LNG) 선박, 친환경 선박 등 현재 잘하고 있고 필요한 부분에 대한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본다"며 "투자금액은 예년과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700억원 규모에서 크게 늘거나 줄거나 하지 않을 것이다"고 밝혔다.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한 액화천연가스 운반선 / 대우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한 액화천연가스 운반선 /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의 상황도 대우조선과 크게 다르지 않다. 삼성중공업은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7년 연속 적자를 기록 중이다. 이 기간동안 5조5000억원의 누적적자가 쌓였으며 부채비율도 204%대로 늘어났다. 올 1분기의 경우 ▲매출 1조4838억원 ▲영업손실 949억원의 실적을 기록했다.

삼성그룹이 발표한 450조원 규모의 투자계획에도 반도체·바이오·IT 분야의 내용만 있을 뿐 조선분야와 관련한 투자 내용은 없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삼성중공업은 5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지속적으로 해오고 있다"며 "여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투자를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어 "삼성그룹의 투자 내용이 반도체 등에 집중돼 있어 그룹차원에서 삼성중공업에 대한 지원이 크지 않다고 봐야한다"며 "삼성중공업이 2023년 턴어라운드를 기대하고 있는 만큼 해당 시기 이후 적극적인 투자가 있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전했다.

또 다른 조선업계 관계자는 "현재 모든 조선사가 상당히 어려운 상황을 겪고 있다"며 "현대중공업그룹의 경우 타 부문의 실적이 좋기 때문에 조선부문의 투자가 가능하나 대우조선은 산업은행의 관리를 받고 있어 투자를 단행하기 어려운 상황이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지난해에 이어 올해 수주 실적이 좋다"며 "수주 실적이 경영실적으로 전환되면 명성에 걸맞는 투자가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조성우 기자 good_sw@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