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드는 픽업트럭인 ‘F150’ 등 거친 미국 도로 환경에 적합한 오프로드 차량의 명가다.
1996년 명가의 라인업에서 자취를 감췄던 ‘브롱코’는 25년쯤이 지난 2020년 새로운 임무를 부여받아 부활했다. 경쟁사 지프의 랭글러가 활약하고 있는 중형 오프로드 SUV 시장에서 포드의 국경을 넓히기 위한 모델로써 낙점받았다. 미국 본토에서만 출시전 사전계약 23만대로 홈런을 친 브롱코는 국내 상륙에서도 2023년 물량까지 거의매진 되는 등 연타석을 쳤다.
브롱코는 외관 디자인부터 복고적인 오프로드 감성을 풍긴다. 1세대 브롱코를 오마주한 일체형 그릴, 그릴 중앙부에 양각으로 새겨넣은 영문 브롱코 레터링에 크고 투박해 보이는 원형 헤드램프 등 구형 오프로드 차량을 그리워하는 마니아층에게는 선물상자와도 같은 디자인이다.
좌석 세팅도 비슷하다. 탄탄하게 구성돼 장애물을 넘을 시에는 적당한 안정감과 함께 주행의 즐거움을 주지만, 프리미엄SUV처럼 운전자 피로감을 상쇄하고 진동 등을 줄이는 안락함에 치중한 구성은 아니다. 따라서 오프로드 차량임을 망각하고 '편안함'을 기대한 채 브롱코를 찾는 것은 지양하는게 좋다.
그러나 서스펜션 성능을 제외한 '기능'면에서는 브롱코는 꽤 효과적인 기능을 꽤 탑재하고 있다. 특히 트레일 툴박스에 포함된 '산길 회전 보조'는 회전반경이 좁은 곳에서 상당히 유용하다. 스티어링휠을 끝까지 돌리면 한쪽 바퀴에 브레이크가 강하게 걸리는데, 해당 바퀴를 컴퍼스처럼 축삼아 매우 좁게 회전이 가능해 여러번 차를 움직일 필요가 없다.
또한 아우터뱅크스의 나쁘지 않은 오프로드 기능에도 불구하고 트림의 다양성은 여전히 아쉬울 수 밖에 없다. 국내가 오프로드를 즐길 수 있는 환경도 많지 않고 오프로드 인구 역시 적지만, 마니아층·최상위 모델 수요자들을 위한 랩터(HOSS 4)나 와일드트랙(HOSS 3)이 추가로 투입될 필요가 있다. 더군다나 경쟁차량인 랭글러는 이미 오프로드에 집중된 트림인 루비콘을 보유하고 있기도 하다.
이민우 기자 mino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