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노트북 시장에서 부동의 1, 2위는 삼성전자와 LG전자다. 넘사벽에 가까운 브랜드 신뢰도와 촘촘한 AS망 덕분에 그간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시장 지배자 역할을 해왔다. 동급 외산에 비해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싸거나 말거나 ‘믿고 쓰는 삼성, LG’라는 세뇌에 가까운 인식을 무너뜨리기는 쉽지 않았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최근 시장조사기관 IDC 코리아 커머셜 노트북 부문 시장점유율에서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철옹성처럼 매년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던 삼성전자가 에이수스에 1위 자리를 내 준 것이다. 물론 에이수스가 경상남도교육청과 교육용 노트북 28만대 보급하는 계약을 체결했고, 그 수량 중 일부가 반영된 결과이기는 하다.

하지만 바꿔 말하면 조달 시장에서도 이제 더이상 삼성, LG가 ‘아묻따(아무것도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고)’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조달청의 노트북에 대한 납품 상세내역을 보면, 2019년 삼성전자의 납품 규모(금액 기준)는 전체의 57%를 차지했고, LG전자는 33%를 차지했다. 코로나19로 조달 수량이 급증했던 2020년에도 삼성전자는 57%, LG전자는 32%를 기록하며 큰 흔들림이 없었다.

변화의 조짐은 지난해부터 시작됐다.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50%, LG전자는 25%로 각각 7%p, 8%포인트 떨어졌다. 한 해 반짝 하락으로 볼 수도 있겠으나 일반 컨슈머 시장에서의 소비자 인식을 보면, 그 반짝이 꽤 오래 갈 수도 있겠다는 예상이 든다.

최근 데스크톱 PC를 노트북으로 교체하는 수요가 늘면서 노트북 성능에 대한 요구도 높아지고 있다. 노트북 기업 관계자들은 게이밍 노트북 시장이 점차 성장하고 있다는 데 입을 모은다. 이는 게이밍 노트북으로 단순히 게임만이 아니라 사진 및 영상 작업 등의 업무까지 수행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판매되고 있는 중급 이상의 노트북의 현황을 보면, 12세대 인텔 코어 i7 CPU, 개별 그래픽으로 지포스 RTX 30 시리즈를 탑재하고 있는 노트북의 최저 가격은 120만~130만원대다. 이 가격대에 판매되는 브랜드는 에이수스, 레노버, 델, HP 등의 외산 기업들이다. 반면 비슷한 사양의 삼성전자, LG전자의 노트북은 180만~230만원대다.

최근 노트북 여러 대를 리뷰하면서 외산 노트북들의 성능과 발열 관리 기술, 안정성, 소프트웨어 등에서 상당한 수준에 있다는 것을 체감했다. 주관적 체감이므로 삼성전자, LG전자 제품과 비교할 수는 없다. 다만 이제 현명한 소비자라면 과거처럼 ‘무조건 삼성전자, LG전자 노트북을 구매하지는 않겠구나’ 정도는 알아챌 수 있다.

‘삼성, LG 노트북이면 ‘아묻따’인 시대’는 저물어가고 있다는 것 정도는 그들도 인식하고 있을까.

조상록 기자 jsrok@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