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이 원통형 배터리 신규 폼팩터인 ‘4680’을 2023년 하반기 양산한다. 전기차 1위 테슬라의 중국 거점인 상하이 기가팩토리로 공급하는 것이 유력하다.

4680 배터리의 최초 생산 거점은 LG에너지솔루션의 중국 난징 공장이 아닌 한국 오창이다. ‘마더팩토리’라는 오창 공장의 상징성을 고려한 LG에너지솔루션의 판단이 작용한 결정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오창공장에 총 7300억원 투자로 원통형 배터리 생산라인 신·증설에 나선다고 13일 밝혔다. 오창 2공장에 5800억원을 투자해 총 9GWh 규모의 원통형 배터리 신규 폼팩터(4680) 양산 설비를 구축하고 오창 1공장에도 1500억원을 투자해 4GWh 규모의 원통형 배터리(2170) 라인을 증설하는 계획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오른쪽)와 드류 베그리노 테슬라 부사장이 2020년 9월 새로운 원통형 배터리셀 ‘4680’을 소개하는 모습 / 유튜브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오른쪽)와 드류 베그리노 테슬라 부사장이 2020년 9월 새로운 원통형 배터리셀 ‘4680’을 소개하는 모습 / 유튜브
4680은 기존 원통형 배터리인 2170의 대형화 버전이다. 4680은 지름 46㎜, 길이 80㎜의 배터리를 의미한다.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배터리보다 양산 시점이 빨라, 수년 내 배터리 판을 뒤집을 현실적 카드라는 평가를 받는다.

오창공장에서 생산된 원통형 배터리는 내년 하반기부터 테슬라 전기차 생산을 위해 공급될 전망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오창 공장에 이어 중국 난징 공장에도 4680 증설에 돌입할 계획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말 제출한 증권보고서를 통해 중국 난징 공장에 2024년까지 1조2000억원을 투자해 2025년 원통형 배터리 생산능력을 60GWh 이상으로 끌어올릴 계획을 밝혔다. 생산능력 60GWh 중 17GWh는 4680 배터리가 차지할 전망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오창 공장은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의 모든 것이 시작되는 '마더 팩토리'로서 세계 공장을 실시간 원격 지원하고 선진 제조 공법을 전파하는 역할도 겸한다"며 "신기술을 적용한 4680을 오창에서 처음 만드는 것도 이런 상징성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테슬라는 연내 파나소닉 4680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를 출시할 예정이다. 파나소닉 역시 4680의 테슬라 첫 공급 물량을 주요 거점인 미국 네바다주가 아닌 일본 와카야마 공장(연간 생산능력 10GWh)에서 생산할 계획이다. 미국에서는 이미 기존 40~50GWh 연간 생산능력을 3~4배로 확대하기 위한 신·증설에 돌입했다.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CEO(부회장)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원통형 배터리 채용에 대한 관심이 지속 증가함에 따라 공급 대응력을 높이기 위한 결정이다"라며 "파우치, 원통형 등 다변화된 제품 포트폴리오를 갖춰 고객의 요구에 적시 대응하며 고객 가치를 높여나가겠다"고 말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