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장남 이선호 CJ제일제당 경영리더에게 확실한 기업 승계를 위한 작업들을 순차적으로 진행 시키고 있는 가운데, 올해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로 올리브영 등이 수혜를 입으며 승계 작업이 빨라질 것이란 관측이 제기됐다.

 CJ그룹 본사. / 조선DB
CJ그룹 본사. / 조선DB
이재현 회장 자녀들이 주요 주주로 있는 CJ올리브영이 상장하게 되면 CJ그룹 오너 3세들의 지분이 덩달아 높아져 승계 작업은 수월해 지지만, 일각에서는 변종대마 밀반입 혐의 이후 복귀와 승진을 순식간에 한 이선호 경영리더가 과연 국내 최대 유통그룹을 이끌 자격이 있을지 의문을 표하고 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CJ올리브영의 1분기 순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0% 늘어난 391억원으로 집계됐다. 점포 수는 1252개에서 1272개로 20개(1.6%) 증가에 그쳤으나, 옴니채널 시너지 극대화 효과로 점포당 매출액이 증가했다. 이에 더해 온라인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8.5% 성장하며 이익으로 이어졌다.

CJ올리브영 코스피 상장을 준비 중인 CJ그룹 입장에서는 시장 기대심리를 높이는 한편 경영승계를 위한 로드맵에 파란불이 켜진 셈이다. 올리브영은 CJ그룹 오너 3세들이 핵심 주주를 맡고 있어 그동안 재계에서 경영권 승계를 위한 ‘핵심 자산’으로 인식하고 있다.

수년에 걸쳐 온 기업 승계 작업

특히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오랜 기간으로 장남에게 기업을 승계하고자 한 점에서 올해 올리브영의 상장은 쐐기를 박는 한방이 될 것이란 의견이 흘러나온다. 앞서 CJ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이선호 경영리더에 편법적으로 그룹 경영권을 승계하려 하려다 논란을 불러온 적이 있다.

이선호 CJ제일제당 경영리더 / CJ그룹
이선호 CJ제일제당 경영리더 / CJ그룹
이재현 회장은 2014년 보유하고 있던 CJ시스템즈(현 CJ올리브네트웍스) 지분 15.9%를 이선호 경영리더에게 증여한다. 증여 다음날 CJ시스템즈는 CJ올리브영과 합병, 이선호 경영리더는 CJ올리브네트웍스 지분 11.3%를 보유하게 된다. 이후 이 회장이 잔여 지분을 모두 증여하면서 이선호는 CJ올리브네트웍스의 개인 최대주주가 됐다.

2019년 4월 CJ그룹은 CJ올리브네트웍스를 올리브영과 IT부문으로 분할하고 IT부문을 CJ의 100% 자회사로 편입하기로 결정하는데, 당시 CJ올리브네트웍스 지분 17.97%를 보유한 이선호는 이 과정에서 CJ지분 2.8% 확보하게 된다.

이때 시민단체와 증권가에서는 CJ그룹이 CJ올리브네트웍스 IT부문의 가치를 부풀려 이선호의 CJ 지분 확보에 이용했다는 의혹을 제기한다. 실제로 CJ올리브네트웍스와 CJ의 주식교환 비율은 1대 0.5444487 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CJ올리브네트웍스 주식이 CJ 주식에 비해 현저히 고평가됐던 부분이다.

또한 재무제표상 CJ올리브네트웍스 IT부문의 2018년 영업이익은 173억원, 세전·이자지급전이익(EBITDA)은 465억원이었으나, CJ그룹은 IT부문의 가치를 평가할 때 영업이익을 470억원, 세전·이자지급전이익을 765억원으로 높게 평가했다.

마약 밀반입 사건 1년만에 초고속 복귀 및 임원 승진

이선호는 2019년 9월 변종대마를 국내에 밀반입한 혐의로 집행유예를 받았다. 인천지방법원 형사12부는 2019년 10월 24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선호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당시 일선에서 이선호를 불구속하려는 것을 구속하도록 지휘한 인물이 ‘한동훈 법무부장관’이다. 한동훈 장관은 2019년 대검찰청 반부패부장을 지내고 있었다. 이로 인해 회사에서 정직 처분을 받은 이선호는 후계 구도에서 밀려나는 듯 보였다.

하지만 해당 사건 1년 4개월 뒤인 지난해 1월 이선호는 CJ제일제당 글로벌비즈니스담당 부장으로 복귀, 지난해 말 임원으로 급속 승진한다.

CJ그룹은 올해 상무대우부터 사장까지 6단계로 나뉘어 있던 임원 직급을 ‘경영리더’ 단일 직급으로 통합했는데, 그 과정에서 복귀 1년도 안된 이선호 부장을 임원인사로 승진시킨 것이다.

이선호가 맡은 직급은 식품전략기획1 담당 경영리더로 북아메리카 대륙을 중심으로 한 CJ제일제당의 글로벌 성장 전략을 담당한다. 이 자리에서 이선호는 미주를 중심으로 글로벌사업 전략을 펼치는 한편 식물성 식품 개발, 스타트업 투자 등 미래 신성장사업을 맡고 있어 올해 본격적으로 경영 능력을 입증해야 하는 상황이다.

문제는 성급한 복귀와 더불어 너무 빠른 승계 작업이 펼쳐지고 있다는 점이다. 1990년생인 이선호가 국내 최정상 유통그룹을 이끌만한 업계 평판이 아직 쌓이지 않았다는 점과 CJ제일제당 과장, CJ제일제당 바이오사업관리팀장을 거쳐 CJ 지주사 경영전략실 부장으로 근무하다 CJ제일제당 식품사업부서 식품전략기획1팀으로 옮기는 등 모든 과정이 너무 조급하게 이뤄진 과정에서 경영 능력을 보여준 사례가 뚜렷하게 없는 상태다.

유전병을 이용한 승계 로드맵

신부전증에 불치병인 사르코-마리-투스병을 앓고 있는 이재현 회장의 입장에선 시간이 얼마 없다는 다급함이 존재한다는 것이 정계의 분석이다.

사르코-마리-투스병은 수십여 종류의 유전자 변이로 발생하는 가장 일반적인 유전성 신경병증이다. 운동·감각신경이 점진적으로 손상돼 팔과 다리 근육이 약화되면서 보행 장애가 발생한다.

 이재현 CJ그룹 회장 / CJ그룹
이재현 CJ그룹 회장 / CJ그룹
이 병은 이건희 회장 장녀 이부진 사장 또한 앓고있는 것으로 전해지는데, 삼성그룹 총수인 이병철 일가에서 유전돼 내려오는 질환으로 유명하다. 이병철의 아들인 고 이건희 회장도 공개 석상에서 늘 부축을 받으며 이동하는가 하면 손가락 또한 굽어있던 이유가 이 병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문제는 이선호 경영리더 역시 사르코-마리-투스병을 앓고있다. 2019년 마약 위반 혐의 재판에서 해당 병으로 인한 건강상의 문제를 이유로 선처를 호소하기도 했다.

당시 이선호 측 변호인은 "피고인은 미국 유학 중 교통사고를 당해 오른쪽 발에 나사와 철심을 박는 대수술을 받았다. 그 과정에서 유전병이 발현돼 지금도 고통을 받고 있다"며 "그는 육체적 고난을 이겨내거나 극복하고자 하는 순수한 청년이다"며 마약 반입 이유를 변호했다.

결과적으로 올해 CJ올리브영 상장과 더불어 승계 작업의 윤곽이 확연히 드러날 전망이다. 올리브영 상장 이후 이선호 경영리더는 CJ그룹의 신형우선주(CJ4우)를 보통주로 바꿔 그룹 지배 정점에 있는 CJ그룹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CJ4우는 발행된 지 10년이 되는 2029년 3월부터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다. 이선호 경영리더와 이재현 회장 장녀 이경후 경영리더는 지난해 3분기 기준 CJ4우 지분이 각각 25.16%, 24.19%이다.

승계가 완성되려면 이 회장이 보유한 CJ 지분 42.07%를 이선호 경영리더가 넘겨받아야 한다. CJ올리브영의 기업가치를 4조원으로 평가한다면 이선호 경영리더의 지분가치는 4500억원이다. 때문에 앞으로 이선호 경영리더가 CJ올리브영 IPO(기업공개) 과정에서 구주매출 등을 통해 현금을 확보, 이후 CJ4우 주가를 추가 매입할 가능성이 높다.

재계 전문가는 "몸이 성치않은 이재현 회장은 올해와 내년이 기업 승계를 위한 가장 중요한 해라고 생각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선호 경영리더뿐 아니라 장녀 이경후 경영리더 또한 차기 경영 승계 중 인물로 꼽히는 만큼 CJ그룹의 승계 행보는 더욱 거침없어 질 것이다"고 설명했다.

김동명 기자 simal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