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자릿수 증가세 주담대…그보다 더 빨리 느는 비대면 주담대
점포에서 팔던 상품을 비대면으로…‘안 할수는 없고’ 고민 커지는 은행들

‘안하자니 시장을 뺏길 것 같고, 적극적으로 하자니 지점 영업 경쟁력 약화가 우려되고…’

쑥쑥 크는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바라보는 시중 은행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인터넷 은행이 여신 포트폴리오 확대에 주력하며 주담대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텃밭을 내줄 수 없는 시중 은행들의 절치부심은 당연한 일.

하지만 기존 창구 영업을 포기하면서까지 비대면 주담대에 총력을 기울이긴 애매한 모양새다. 시중은행이 내놓는 비대면 주담대의 한도와 금리가 기존 영업점에서 파는 상품과 비슷한 수준이라는 점에 비춰 보면 그들의 고민이 적잖이 묻어남을 확인할 수 있다.

/ 아이클릭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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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장한 시중은행 "상품은 내놓지만 부담도 만만찮아"

21일 한국은행 경제통계 시스템에 따르면 주담대 시장 규모는 매년 4월 기준, 2019년 610조원에서 2020년 644조원, 2021년 697조원, 2022년 786조원으로 매년 두 자릿수 이상 증가세를 기록하고 있다.

은행권의 비대면 주담대 규모도 함께 늘어나고 있다. 일례로 하나은행의 비대면 아파트 담보대출의 경우, 지난해 2분기 421억원에서 같은 해 3분기 1016억원, 4분기 2225억원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올해 1분기 대출액은 3202억원을 기록했다.

업계에 따르면 비대면 주담대는 새로운 시장이라기 보다 기존 주담대 시장에서 파이를 가져온다고 한다. 이런 이유로 한 은행권 관계자는 "창구에서 업무를 보는 고객 수도 줄어드는 추세라 비대면 주담대 시장에 뛰어 들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주담대 시장 규모. / 신영빈 IT조선 기자
주담대 시장 규모. / 신영빈 IT조선 기자
실제 은행권은 비대면 주담대 시장 확대에 열심이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4월 ‘하나원큐 주택담보대출'을 내놨다. 전국의 모든 아파트와 연립 빌라, 다세대주택까지 대상이다. 본인 명의 휴대전화와 공동인증서만 있으면 대출 한도와 금리를 확인할 수 있고, 신청부터 최종 실행까지 서류 제출과 영업점 방문없이 100% 비대면으로 진행 가능하다.

같은해 7월 우리은행 ‘우리원(WON)주택대출’, KB국민은행의 ‘KB주택담보대출', 8월 신한은행이 ‘신한주택대출' 등을 차례로 출시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시중은행들의 비대면 주담대는 오프라인 창구에서 주담대를 받는 형태와 비슷하다"고 답했다. 그는 이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허가하는 내로 한도가 나오는 점은 똑같다"며 "금리는 기본적으로 최저 금리가 동일하므로 별 차이가 없지만, 비대면 주담대 상품만이 제공하는 우대금리 사항에 부합하면 더 낮아지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시중 은행권에 있어 비대면 주담대 시장은 울며 겨자먹기인 상황에 비견될 만하다. 주택담보대출은 전통적인 창구 영업 상품이다. 은행 업무와 서비스를 비대면으로 점차 옮겨가는 게 맞지만, 당장 비대면 추세에 맞춰 총력을 기울이기엔 아직 3000개가 넘게 남아있는 점포들을 신경쓰지 않을 수 없다.

주담대에 총력 기울이는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시중은행과 달리 태생이 비대면 기반인 인터넷 은행은 비대면 주담대 시장에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카카오뱅크는 주담대를 주력 상품으로 하는 광고를 내보내는 등 홍보 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지난 2월 챗봇에 대화형 인터페이스를 적용, 비대면으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주담대 상품을 내놨다. 고객은 서류 제출, 대출 심사, 실행 등의 전 과정을 챗봇을 통해 실행할 수 있다.

카카오뱅크 주담대는 대출한도 6억3000만원이라는 제한이 걸린 상품에서, 최근 10억원으로 상향됐다. 이후 기존 수도권 소재 아파트까지 가능하던 대상 지역도 ▲부산 ▲대구 ▲광주 ▲대전 ▲울산 ▲세종 ▲창원까지 넓혔다. 대상자도 확대했다. 기존에는 주택 구입 목적의 주담대는 무주택 가구만 가능했지만, 이제는 1주택 가구도 신청할 수 있게 됐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비대면 주담대를 이용하면 3분도 채 되지 않는 시간에 금리와 한도를 알 수 있다"며 "상담 챗봇을 이용하면 이전 대화 내용이 기록으로 남기 때문에 어떤 과정으로 주담대를 받았는지 한눈에 파악할 수 있어 편리하다"고 설명했다.

(왼쪽부터)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가 내놓은 주담대 상품. / 각 사
(왼쪽부터)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가 내놓은 주담대 상품. / 각 사
케이뱅크는 2020년 은행권 최초로 비대면 아파트담보대출(아담대)을 출시, 1년 만에 누적 취급액 1조원을 달성했다. 고객이 시중은행에서 우대금리를 받기 위해선 이체 실적과 카드 사용, 각종 상품안내 동의 등 조건을 충족해야 했다. 그러나 케이뱅크 주담대에서는 복잡한 조건 없이 우대금리를 받을 수 있다.

케이뱅크 아담대를 활용하면 2분 만에 금리와 한도를 확인할 수 있다. 본인 소유 아파트 주소, 연소득 등 기본 정보를 입력하면 된다. 시중은행의 기존 담보대출 상품의 경우 초기 대출을 신청하면 승인까지 엿새 정도가 걸렸다. 케이뱅크에서는 이틀이면 된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인터넷은행이 출범하면서 금융 소비자들이 비대면 금융 서비스에 적응된 상태"라며 "은행 창구에서 업무를 반드시 봐야했던 옛날과 달리 모바일 앱이나 웹으로 은행 업무를 보는 게 일상으로 자리잡았는데 비대면 주담대 시장의 확대도 이의 연장선이라고 볼 수 있다"라고 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주담대는 기본적으로 거래 금액이 커서 여신 포트폴리오 확장에 용이하다"며 "은행업을 하는 입장에서는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라고 전했다.

박소영 기자 sozer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