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인앱결제가 남긴 파장은 현재진행형이다. 소비자단체는 반발했고, 방통위와 공정위는 조사에 들어갔다. 그나마 구글에 저항할 힘을 갖춘 카카오가 구글 방침에 따르지 않는 모습을 보여줬지만 결과적으로 소비자가격은 크게 올랐다.

근본적인 아쉬움은 구글인앱결제방지법 자체의 ‘모호성'이다. 방통위와 국회는 ‘특정한 결제방식’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정의하지 못했다. 구글은 이 점을 노렸다. 결제방식을 ‘신용카드나 전화’ 등 지불 방법으로 해석했다. 제3자 결제를 허용하면서도 이들이 반드시 구글의 API를 반드시 활용하도록 했다. 마치 법을 준수한 것처럼 보이지만 편법을 저지른 셈이다.

이런 구글의 편법을 막고자 했다면 ‘특정한 결제방식’이 아니라 ‘이용자가 앱 내부에서 결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종합적인 결제 시스템’이라고 정의했어야 한다. 만약 그랬다면 자사 API만을 사용하도록 한 구글의 위법성을 문제로 삼을 수 있었다. API(Appliciaion Programmnig Interface)란 다른 앱의 기능이나 데이터를 가져다가 쓸 수 있도록 해주는 코드다. 서로 다른 앱 사이의 통신수단이다.

결제 처리 프로세서는 구글만 제공하지 않는다. 해외에는 페이팔, 스퀘어 등 다양한 업체가 존재한다. 국내에도 다양한 페이사업자가 존재한다. 특히 업계는 개발사 입장에서 이같은 페이 사업자가 제공하는 부가서비스 혜택이 더 다양할 뿐 아니라 경쟁력이 높다고 입을 모은다.

즉, 구글이 결제 과정에서 자사 API만을 사용하도록 했고 자신들이 구축한 ‘구글 플레이 빌링'이라는 결제 처리 프로세서에만 의존하게 만든 것은 분명한 불공정거래로 엮을 수 있었다. "구글이 자사의 API만을 이용하도록 제한한 것이 합당하냐"가 논쟁의 핵심이 될 수 있었던 셈이다.

수수료 문제는 부차적인 부분이다. 구글이 다른 배달이나 쇼핑앱을 허용했듯 콘텐츠앱에도 다양한 결제 처리 프로세서 간 다양한 경쟁을 허용했어야 한다. 설령 구글이 자사 결제 수수료를 높게 설정하더라도 개발사는 다른 서비스를 선택하면 되기 때문이었다.

구글은 이같은 선택지를 앗아갔다. 여기에 구글인앱결제방지법은 ‘특정한 결제방식’을 모호하게 정의해서 혼란을 자초했다.

구글 갑질을 방지하려면 지금이라도 논쟁의 초점을 명확히 해야 한다. 이용자와 개발사의 건강한 선택권이 보장되고 있는가를 중심으로 구글 문제를 판단해야 한다. 이같은 갑질을 막지 못하면 구글의 경쟁력은 점점 더 비대해질 것이다. 특히 구글은 엄청난 데이터를 바탕으로 광고능력을 더 높이고 시장 의존도를 더욱 키울 것이다. 이런 상황이 두렵다.

이은주 기자 leeeunju@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