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이후 기업공개(IPO) 시장 분위기가 완전히 가라 앉았다. 공모주 투자는 대박이라는 말이 공식처럼 여겨지며 역대급 청약 증거금과 경쟁률을 쏟아냈던 것이 무색하게 IPO 투자심리가 꽁꽁 얼어붙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5월 신규상장 종목의 총 공모금액은 775억원이다. 2020년 5월(210억원) 이후 최소다. 신규 상장은 3건에 그쳤고, 이 중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을 제외하면 일반상장은 대명에너지와 가온칩스 등 단 2건에 불과했다. 6월에 상장한 기업 역시 10건으로 올 들어 두 번째로 많았지만 이 중 4건이 스팩이다.

내용을 들여다 보면 IPO 침체는 더욱 도드라진다. 올해 유가증권 시장은 1월 LG에너지솔루션 이후 전무했다. 지난해 상반기 9개 기업이 상장한 것과 비교하면 얼마나 처참한 수준인지 짐작 가능하다. LG에너지솔루션 이후 초대어로 기대감을 모았던 SK쉴더스, 원스토어, 태림페이퍼 등은 공모가 산정을 위한 기관 수요예측까지 진행했으나 상장 절차를 중단했다. 코스닥 시장 역시 45건으로 전년 대비 소폭 감소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IPO 시장 부활 기대감이 솔솔 피어오르고 있다. 1월 이후 중단됐던 유가증권 상장이 되살아날 기미가 보이면서다.

몸값이 1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현대오일뱅크가 거래소의 상장예비심사를 6개월 만에 통과했고 승차 공유 플랫폼 쏘카는 본격적인 공모를 위한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도 유가증권 시장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 청구서를 제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 해도 IPO 시장 부활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구심을 품는 시선이 적지 않다. 우선 시장 전망이 여전히 어둡다는 점이 우려 요소다. 증권사들은 하반기에도 코스피가 약세를 이어갈 것이라며 전망치 하단을 2000선 초반으로 낮췄다. 다올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등은 2200선까지 낮춰 잡았고 유진투자증권은 최저치인 2050선을 제시했다.

더 큰 문제는 고평가 논란이 여전히 끊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하반기 기대주들 중에서도 이미 몸값을 너무 높여 잡은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쏘카가 대표적인 사례. 쏘카는 최근 증권신고서에서 희망 공모가 밴드를 3만4000~4만5000원으로 제시했다.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은 1조2060억~1조5943억원이다.

기업가치 산정에 활용한 방식은 매출 대비 기업가치 배수(EV/Sales)다. 적자여서 통상 사용하는 주가수익비율(PER)로 적절한 기업가치를 산출할 수는 없어 성장성이 높은 업종에 주로 활용되는 지표다. 비교기업으로 10곳을 선정했는데 이 중 배달앱과 차량 관련 소프트웨어 개발사 등 포함했다. 이들 기업을 포함하면서 EV/Sales 배수를 끌어올렸다는 지적이다. 올해 상장 철회를 결정한 기업 대부분이 공모가 고평가 논란에 시달려오다 증시 입성의 꿈을 접었다는 것을 고려하면 상당한 불안 요소다.

IPO 시장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시장에 유동성이 넘쳐나던 이전과 달리 이젠 투자자들이 기업을 신중히 골라서 투자하고 있다"며 "괜찮은 기업이 흥행이 안되는 것은 그냥 가격이 비싼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모주 시장이 확실한 수익을 벌어다 주는 시절은 끝난 듯 보인다. 투자자들은 이전보다 더욱 까다롭게 공모주를 고르고 있다. 상장기업·주관사가 책정한 가격과 시장이 생각하는 기업가치의 괴리가 커질수록 흥행과의 거리도 멀어진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김민아 기자 jkim@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