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규제론’이 다시 힘을 얻는 모양새다. 새 정부는 당국의 직접 개입보다는 기업의 자율규제에 힘을 싣고자 했지만 더불어민주당이 빅테크 규제를 재정립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면서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이 한 국가의 법을 얼마든지 우회할 수 있다는 현실을 목격한 만큼 국내외 빅테크 기업을 면밀하게 파악하고 규제를 재고민해야 할 때다. 인앱결제강제방지법의 미비점을 고찰하고 주요 국가가 빅테크 규제를 어떻게 추진하는지, 이들은 빅테크 플랫폼을 어떻게 견제하는지 면밀히 참고해야 한다.

미국과 유럽에서 빅테크 기업 규제 방향은 두 가지다. 우선 이들 지역은 빅테크 기업의 시장 독과점을 견제해 경쟁을 활성화한다. 구글과 애플 외에도 더 많은 앱 마켓 사업자가 시장에 등장해 서로 경쟁하도록 견인한다는 의도다. 다른 하나는 우리나라에서 시도한 구글 인앱결제강제금지법처럼 제멋대로 룰을 만들고 수익을 극대화하려는 기업의 불공정 행위에 직접 제동을 거는 것이다.

최근 유럽의회에서 통과한 디지털시장법(DMA, Digital Market Act)이 좋은 예다. DMA는 더 많은 ‘경쟁’을 촉진하려는 시도를 담았다. DMA는 구글과 애플 등 스마트폰 운영체제 개발사에 자사의 공식 앱마켓 외에서 앱을 다운로드할 수 있는 ‘사이드로딩'을 허용토록 했다. 현재 애플은 iOS의 앱마켓인 ‘앱스토어' 외에는 이용자가 앱을 다운로드받지 못하게 하는 방식으로 영향력을 공고히 하는데 이를 불가능하도록 했다. 신규 ‘앱스토어' 사업자가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해 구글과 애플이 독과점한 앱마켓 시장의 경쟁 활성화를 꾀하려는 규제다.

올해 2월 미국 상원에서 통과된 오픈앱마켓(Open App Markets)법안도 앱마켓 시장의 독과점을 깨뜨려 경쟁을 활성화하려는 의도를 담았다. 애플의 iOS와 구글의 안드로이드 사용자가 경쟁 앱스토어를 이용해서도 어플리케이션을 내려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앱마켓 시장 경쟁이 활발하게 이뤄지도록 한 것이다.

경쟁을 촉진시키는 진흥책도 마련해야 한다. 만약 우리나라에서 구글, 애플 외에 더 많은 앱마켓 사업자가 경쟁하는 상황이었다면 구글은 일방적 수수료 인상을 강행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홍정 국회사무처 법제연구분석과장은 "독과점 시장에서 가격을 낮추는 방법은 플레이어를 늘려 경쟁 요소를 늘리면 된다"며 "추가로 강도 높은 규제를 고민하기보다 시장 플레이어를 확보하기 위한 진흥 정책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더 합리적인 규제과 진흥책을 깊이있게 고민했으면 한다. 동시에 국내외 빅테크 기업의 영업방식과 시장경쟁 제한행위를 면밀히 조사하고 연구해야 할 때다.

이은주 기자 leeeunju@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