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런던에 소재하는 A사(지사)는 영국 대상 맞춤형 쇼핑 대행업을 하고 있다. 고객들이 선호할 것으로 예상하는 상품을 선정하기 위해 고객의 개인정보를 자체 분석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 한국 본사에 분석을 의뢰했다. 하지만 영국 고객정보를 한국으로 이전하기 위해 표준계약 조항을 활용할 수밖에 없어, 시간과 비용의 부담, 법 위반 우려로 인해 소극적으로 영업활동을 했다. 하지만 이번 적정성 결정으로 A사는 한국 본사로 영국 고객정보를 보내는 과정이 간소화됐다. 표준계약조항을 이용하지 않아도 됨에 다라 비용과 시간, 법적 리스크 감소로 적극적인 영업활동이 가능하게 됐다.

영국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의 개인정보 국내 이전이 수월해질 전망이다. 한국과 영국 간 개인정보보호 적정성 결정이 합의됐기 때문이다. 적정성 결정은 타국의 개인정보보호 수준을 평가해 자국의 개인정보 이전이 가능한 국가(화이트리스트)로 승인하는 제도다. 한국을 비롯해 유럽연합(EU), 영국, 일본, 브라질 등이 운영 중이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명패 / 개인정보위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명패 / 개인정보위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윤종인 위원장과 줄리아 로페즈 영국 디지털문화미디어스포츠부(DCMS) 장관이 5일(현지시각) 영국 런던에서 공동으로 한국과 영국 간 개인정보 적정성 결정 채택을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양국은 공동발표문을 통해 "한국이 브렉시트 이후 영국으로부터 적정성 결정을 받는 최초의 국가다"며 "개인정보보호에 있어 한국과 영국 간에 높은 수준의 동등성을 확인하는 이번 적정성 결정으로 영국으로부터 한국으로의 자유로운 정보의 흐름이 가능하게 되고, 이를 통해 10억 파운드(16조원)을 상회하는 한-영 간 무역 지원을 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향후 영국 정부는 부처 협의 및 의회 심의 등 내부 의사결정 절차를 거쳐 연내 한국에 대한 적정성 결정을 채택(발표)할 예정이다. 특별한 의견이 없을 경우 2단계 의회심의를 통과한다.

2021년 12월 EU는 한국에 대한 '일반개인정보보호법(GDPR)' 적정성 결정을 채택했다. 이번에 영국의 적정성 결정이 추가되면 국내 기업들은 EU서 탈퇴한 영국을 아우르는 유럽 전반에 걸쳐 데이터 이전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

EU 적정성 결정에서는 금융 기관이 보유한 개인 신용정보의 역외이전을 포함하지 않았지만, 영국과의 적정성 결정에서는 금융 분야도 포함됐다. 영국 정부가 폭넓은 데이터 활용을 위해 적극적인 의지를 보인 결과였다고 개인정보위는 설명했다.

개인정보위는 개인정보보호 적정성 결정이 기업의 사업 불확실성을 줄여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개인정보 국외이전에 있어 개별기업 차원의 별도 승인절차(표준계약 등)가 면제되기 때문이다.

기존에는 영국에 진출한 한국기업이 표준계약 건당 3000만원쯤의 비용을 들였다면, 적정성 결정 이후부터는 이러한 절차 없이 영국의 개인정보를 한국으로 이전할 수 있다. 기업이 법을 잘 몰라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나 비용 부담도 완화된다.

최장혁 개인정보위 사무처장은 "구체적으로 몇개 기업이 혜택을 누리는지 정량적인 통계를 내기는 어렵지만, 데이터를 다루는 기업이라면 영향을 받는다"며 "삼성, LG와 같은 대기업들은 법무팀을 만들어 대응할 능력이 있는 것과 달리 중소기업들은 불확실성 때문에 해외 진출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던 만큼, 개별 기업들의 불확실성을 해소했다는 점에서 무형적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로 인해 다른 국가로 적정성 결정을 확대하는 것에 속도를 내지 못했다"며 "앞으로 적극적으로 다양한 국가와 개별적으로 적정성 결정을 맺어나가겠다"고 말했다.

개인정보위는 브라질과 일본 등 개인정보 적정성 결정제도 혹은 유사한 제도를 운영하는 국가과 협력을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류은주 기자 riswell@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