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부터 휴가철이 시작된 가운데 당초 예상보다 일찍, 더 큰 규모로 코로나19 재유행 조짐이 나타나면서 정부가 방역태세 정비에 돌입했다. 지난 정부 방역을 ‘정치 방역’이라고 비판해온 윤석열 정부는 사회 혼란을 최소화하면서 확산세를 막는다는 ‘과학방역’을 강조한 만큼 이번 재유행은 윤 정부의 첫 코로나19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윤석열 대통령. / 조선DB
윤석열 대통령. / 조선DB
질병관리청 등 방역당국에 따르면 최근 ▲시간 경과에 따른 3차 접종 또는 감염자의 면역력 약화 ▲오미크론 세부 계통 변이인 BA.5의 확산 ▲여름철 활동량 증가 ▲냉방기 사용에 의한 3밀 환경 증가로 인해 확진자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여기에 7월 중순부터 거리두기 해제 이후 첫 여름 휴가철이 시작될 예정이라 활동량은 더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전세계 재유행을 주도하는 우세종 BA.5의 빠른 확산으로, 조만간 국내에서도 우세종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BA.5는 기존 오미크론보다 전파력이 세고 백신으로 생긴 면역을 회피하는 게 특징이다.

미국과 유럽은 이미 지난달부터 BA.5 확산으로 재확세가 뚜렷해졌고 이달부터 국내에서 1주일새 확진자 수가 2배로 늘어나는 ‘더블링’이 관측되는 등 정체 수준을 넘어 여름 재유행으로 향한 ‘반등세’가 시작됐다고 방역당국은 보고있다.

유행세 감소기를 지나 다시 찾아온 이번 재유행은 윤석열 정부가 그동안 강조해온 ‘과학방역’ 혹은 ‘근거기반 방역’을 보여줄 첫 번째 무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즉, 거리두기 등 규제보다 완연한 일상 회복 기조를 이어가되 유행 규모를 줄일 수 있는 효과적인 방역을 내놓아야 한다는 숙제를 안게됐다.

우선 방역을 지휘할 보건복지부 장관이 2번의 후보 낙마로 공석이라는 점은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방역 컨트롤 타워 부재로 최근 방역 당국은 격리 의무 해제 여부를 판단할 기준을 내놨어도, 재유행 발생 시 방역 강화 정책을 판단할 기준과 절차는 아직 완성하지 못한 상태다.

3차 백신 접종 이후 전국민 면역 수준은 낮아지고 있다는 점도 큰 문제다. 확진으로 생긴 자연면역이 3~6개월간 지속되는 점을 고려하면 연초부터 시작된 대유행기에 확진된 사람들의 면역력 하락이 이달 이후 본격화될 전망이다.

이에 손영래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현재 60세 이상 4차 접종률은 31% 수준으로, 지금보다 조금 더 예방접종이 많이 확산될 필요가 있다"며 "현재 질병청은 고령층을 중심으로 취약계층 전반에 예방접종을 확대할 수 있는 방안들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까지 전국민 3차 접종률은 65%로 집계됐다. 통계상 백신 접종이 코로나19 감염 시 위·중증화를 줄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이 증명됐지만, 돌파 감염이라는 한계가 존재해 높아진 국민 피로감을 설득해 4차 접종을 어떻게 받아들이게 할지는 미지수다.

일각에서는 국가 감염병 위기대응 자문위원회가 본격적으로 구성된 만큼 과학방역에 대한 첫 행보가 곧 시작될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정부는 지난달 30일 국무총리실 소속으로 민간전문가 중심의 독립된 위원회를 구성했다. 위원장을 맡은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를 비롯해 21명의 위원이 있으며, 이 중 방역의료분과는 13명에 달한다. 위원회는 7일 오리엔테이션 성격의 비공개 워크숍을 갖았으며, 조만간 과학방역 정책 결정에 대한 자문 활동을 시작할 방침이다.

위원회는 7월 둘째 주 중 첫 회의를 열고 본격적으로 안건을 논의한다. 첫 안건은 확진자 격리의무 해제 또는 유지 여부가 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달 정부는 18일부터 확진자 격리의무를 해제할 것인지를 결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격리의무 전환을 위해선 ▲일 평균 사망자 10~20명 ▲주간 사망자 수 50~100명 이하 ▲치명률 0.05~0.1% 이하 조건 등을 충족해야 한다.

재유행이 예상보다 빨라지면서 입원 환자도 늘어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의료 체계를 정비하는 것 역시 중요한 과제다.

박향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7개 권역별 병상 공동 활용 체계를 마련해 재유행으로 하루 20만명의 확진자가 나와도 대응이 가능하도록 대비하겠다"며 "분만이나 소아 같은 경우, 긴급하게 입원까지 가야 될 상황이 있을 때 처음에 확진 환자를 봤던 곳에서 별도의 병상배정 절차 없이 바로 입원을 시킬 수 있는 절차를 훨씬 더 조금 더 원활하게 하도록 더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한 방역의학과 전문의는 "거리두기가 사라진 시점에서 효과적인 방역 정책을 내세운다는 것은 쉽지않은 일이다"며 "효과적인 백신 정책과 합리적인 확진자 통제가 뒷받침해야 올해 대규모 재확산을 무사히 방어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김동명 기자 simal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