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가 트위터 인수 계약 파기를 선언하다. 트위터는 법적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업계에는 머스크의 결정을 둘러싸고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 IT조선DB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 IT조선DB
머스크 "인수 철회 책임은 트위터에"…트위터, 1.3조원 소송전 예고

10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등 외신에 따르면 머스크는 트위터 인수 계약을 종료한다는 서한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보냈다. 4월 25일 머스크가 트위터를 주당 54.2달러에 사들이겠다며 인수계약을 체결한 지 두 달여 만이다.

머스크는 트위터의 계약 조건 위반을 인수 철회의 이유로 들었다. 또 책임을 트위터에 돌렸다. 트위터가 가짜 계정 현황 제공과 관련한 계약상의 의무를 준수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직원 해고 등 영업 행위 변경 사항에 동의도 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앞서 트위터는 전체 계정 중 가짜 계정이 5% 미만이라고 밝혔지만, 머스크는 실제로 더 많은 ‘깡통 계정'이 있을 수 있다며 이 문제를 정확히 짚고 넘어가야 계약을 파기할 수 있다고 강조해 왔다.

트위터 측은 머스크의 계약 파기 선언에 반발하고 인수 계약 이행을 강제하기 위한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발표했다. 인수 계약에 따라 계약을 파기하는 측은 10억달러(약 1조3000억원)의 위약금을 내야 한다. 다만 트위터가 승소하더라도 실제 계약이 이행될지는 미지수다.

브렛 테일러 이사회 의장은 "머스크와 합의한 가격과 조건으로 거래를 종료하기 위해 전념하고 있다"며 "인수 합의를 강제하기 위한 법적 조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우리가 (소송에서) 승리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가짜계정 문제, 계약 파기 진짜 이유 아닌 듯

업계에서는 머스크의 결정을 둘러싸고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가짜 계정 문제는 계약 파기의 진짜 이유가 아니며 인수 가격을 낮추기 위한 협상 도구로 활용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다.

앞서 머스크가 계약 당시 제시한 인수 가격은 주당 54.2달러다. 최근 트위터 주가보다 30%쯤 높다. 이에 머스크가 트위터를 지나치게 높은 값에 인수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특히 트위터 허위계정 문제는 머스크가 인수에 나서기 전부터 이미 알려진 문제다. 즉 가격을 낮추기 위한 구실을 찾기 위해 알려진 문제를 다시 거론한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회사를 사는 쪽에서는 재협상을 위해 종종 협상을 끝내겠다는 협박을 사용하곤 한다"고 보도했다. 일각에서는 머스크와 트위터가 법적 공방 끝에 인수 가격을 낮춘 새로운 계약에 합의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계약 파기가 본심이라는 의견도 있다. 머스크가 트위터 인수 계약을 맺은 뒤 테슬라 주가는 인수 의사를 나타낸 4월 초 이후 34% 폭락했다. 이에 그가 월스트리트 은행으로부터 테슬라 주식을 담보로 빌린 130억달러에 더 많은 주식담보가 필요해진 상황이다. 머스크로서는 트위터 인수에 부담이 커진 만큼 계약을 물리려 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다.

현재 트위터 내부에서는 혼란이 확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머스크가 인수 철회를 한 데다가 그가 제기한 ‘가짜 계정' 문제를 광고주가 다시금 인식하게 됨 만큼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광고주가 트위터에서 제시한 이용자 데이터에 의문을 갖게 되면서 광고 매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트위터의 한 직원은 WSJ에 내부 분위기를 전하며 "혼란과 답답함이 크다"고 말했다.

이은주 기자 leeeunju@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