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시오노기제약과 일동제약이 공동 개발 중인 경구용(먹는) 코로나19 치료제에 대한 긴급승인 여부를 곧 결정할 예정인 가운데, 일각에서는 일본 내 역대급 확진자 수가 발생했다는 점이 승인 여부에 결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시오노기제약 본사 전경. / 시오노기제약
시오노기제약 본사 전경. / 시오노기제약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일본 후생노동성이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 ‘조코바(S-217622)’에 대한 긴급승인 여부를 20일 결정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달 22일 조코바에 대한 긴급사용승인이 최종 결정될 예정이었으나, 일본 규제당국은 유효성 평가와 임상적 위상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최종 심의를 연기한 바 있다. 이번에 최종 심의가 결정된다면 시오노기가 일본에 조건부 허가신청을 한 지 5개월 만이다.

조코바는 코로나 바이러스 유전자(SARS-CoV-2) 복제에 필수적인 단백질 분해효소를 저해하는 기전을 갖고 있으며, 경증 및 중등증 환자를 대상으로 감염초기 하루 1회 5일간 복용하도록 설계됐다.

시오노기는 올해 2월 후생노동성에 조코바의 조건부 허가 신청서를 제출했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답변을 받지 못했었다. 일본의 조건부 허가는 해외에서 사용된 약을 허가해주는 제도인데, 해외 사용 이력이 없는 신약을 긴급 승인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5월에 의약품 의료기기법 개정안이 일본 참의원(상원)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코로나19 치료제 조코바가 긴급승인제도 적용 대상에 포함됐다.

하지만, 예상 심의일이었던 6월 22일 후생노동성은 조코바에 대해 더욱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며 승인을 보류했다. 단, 조코바에 대한 효과를 추정할 데이터가 모인 것으로 판단되면 7월 20일 최종 심의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일본 현지 언론은 최근 자국 내 신규 확진자가 11만명대로 속출하는 등 연일 역대 신기록을 경신하고 있다는 점이 조코바 승인 여부에 주요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현지 매체 교도통신은 현재 일본 내 상황을 ‘제7파’로 규정하며 재유행이 본격화 했다고 보도했다.

오미크론 하위변이 BA.5 탓이라는게 일본 내 분석이다. BA.5는 기존 오미크론 변이보다 전파력과 면역회피력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BA.5는 현재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유행을 주도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7월 2주(7월 16일 기준) 국내 감염 주요 변이바이러스 검출률 분석 결과, 오미크론형이 100%를 차지한 가운데 BA.5 변이가 52%(국내감염 중 47.2%, 해외유입 중 70%)로, 직전 7월 1주 35%에서 17%p나 점유율을 높이는 등 무서운 속도로 확산하고 있다.

최근 시오노기는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중인 경구 투여형 항바이러스제 ’S-217622’가 지금까지 검출된 변이주와 마찬가지로 오미크론 하위 변이인 BA.4과 BA.5에 대한 높은 항바이러스 활성을 갖는 것을 비임상 시험에서 확인했다"고 발표해 자국내 기대감을 상승시켰다.

시오노기의 이와 같은 자신감은 현재 개발 중인 치료제가 변이에 강하기 때문이다. 조코바는 코로나19 바이러스에만 존재하는 단백질 분해효소인 ‘3CL-프로테아제’를 억제해 바이러스 복제에 필요한 단백질이 생성되는 것을 막아주는 기전을 갖는다.

지금까지 코로나19는 바이러스 표면 스파이크 단백질에서 변이가 발생했는데, 효소인 3CL-프로테아제는 변이와 무관하다. 즉, 이론상으로는 대부분의 코로나 변이에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셈이다.

다만 일본경제신문 등 일부 현지 언론은 "약사·식품위생심의회의 규정에서는 위원의 과반수 찬성이 있으면 승인되는 것으로 만장일치를 요구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번에 최종 표결까지 이를 수 있을지는 예단하기 어렵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후생노동성 측에서 더 이상 연기는 없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하면서 일동과 시오노기의 코로나19 치료제의 향방이 최종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일동제약 역시 일본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신속승인여부에 따라 국내 심의 절차도 진행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세계가 오미크론 변이주로 본격적인 재확산에 돌입한 시기인 만큼 규제 당국은 빠른 시일내 자국이 생산한 치료제를 확보하고자 행동을 취할 것이다"며 "확진자 상승세가 가파른 만큼 현재 상황이 조코바의 긴급승인에 큰 영향을 줄 것임은 분명하다"고 분석했다.

김동명 기자 simal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