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의 알뜰폰 사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금산분리 완화 논의가 진행되는 분위기라 알뜰폰이 유형 무형의 부가가치를 가져다 줄 것이란 계산에서다.

지금까지는 금융위원회로부터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을 받은 KB국민은행 리브엠이 유일한 금융권 알뜰폰 사업자였다. 하지만 내년 4월 이후 당국의 판단에 따라 알뜰폰 사업이 금융회사의 부수업무로 인정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금융권도 신사업 발굴에 열심이다.

21일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는 알뜰폰 사업자(MVNO) 머천드코리아의 지분 100%를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토스는 향후 토스앱을 통한 알뜰폰 가입 서비스를 선보이고 알뜰폰 가입 과정에서 토스인증서를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토스는 올 2월 KT와 제휴를 통해 간접 방식으로 알뜰폰 가입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알뜰폰 시장의 성장 기대감, 금융사업과의 시너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볼 때 직접 진출이 낫겠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금산분리 규제에 묶여 알뜰폰 사업을 영위하지 못하고 있던 기존 금융회사들도 알뜰폰 사업 진출을 검토하고 나섰다. 신한은행은 최근 KT망을 사용하는 알뜰폰 요금제를 출시하면서 알뜰폰 사업에 발을 들였다. 신한은행 측은 ‘단순히 판매 플랫폼을 제공할 뿐’이라는 입장이지만 업계에서는 리브엠의 금융 샌드박스 기한이 끝나는 내년 4월을 앞두고 알뜰폰 사업에 뛰어 들기 위한 채비를 하는 과정이라고 보고 있다. 이밖에 NH농협은행 역시 알뜰폰 시장 진출여부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최근 당국이 금융규제혁신회의 등을 통해 금산분리 완화기조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알뜰폰 사업에 대한 금융권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며 "알뜰폰 시장은 자본적인 진입장벽이 크지 않은 만큼 부수업무 규정이 완화된다면 새로 진입하는 금융회사들이 생겨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권이 알뜰폰사업에 주목하는 가장 큰 이유는 수익도 있지만, 그보다는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통신 관련 데이터 때문이다. 비금융데이터를 통해 고도화된 신용평가모형을 개발하는 등 본업과 연계한 혁신을 이룰 수 있을거란 기대가 크다. 이밖에 금융상품과 연계한 요금제 출시, 통신비 결제연동 등 금융권의 강점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도 강점으로 꼽힌다.

금융권이 알뜰폰 사업에 관심을 보이자 기존 알뜰폰 사업자들을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금산분리 논의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리브엠의 혁신금융서비스 지정 시한도 다가오면서 이들도 점차 목소리를 높이는 중이다. 제1차 금융규제혁신회의가 열린 19일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KMDA)는 리브엠에 망을 제공하고 있는 LG유플러스를 상대로 알뜰폰 망 제공을 중단할 것을 촉구하는 공문을 발송하고 제휴계획을 세워둔 SK텔레콤과 KT에도 계획철회를 요구했다.

같은날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성명을 내고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 소비자를 위한 공정한 경쟁을 위한 장치 마련 이전에는 금융권의 알뜰폰 시장 진출을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공준호 기자 junokong@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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