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가 원숭이두창을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로 선포하면서, 또 다른 팬데믹이 본격화됐다.

원숭이두창은 현재 전세계 75개국에서 유행할 만큼 확산세가 빠르게 진행 중인 가운데 국내에서도 원숭이두창에 대한 공포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원숭이두창의 국내 확산 가능성과 대응 여력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아이클릭아트
원숭이두창의 국내 확산 가능성과 대응 여력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아이클릭아트
의료계에 따르면 PHEIC는 WHO가 내릴 수 있는 최고 수준의 보건 위기 상황이다. 신종 인플루엔자 A(H1N1)와 에볼라 바이러스 등에 내려졌던 PHEIC는 2014년에는 소아마비, 2020년에는 코로나19에 유지되고 있다.

아직 원숭이두창의 확산 정도나 치명률 등이 PHEIC를 선언할 만큼 위험한지에 대해 의견이 엇갈린지만 WHO는 더 많은 국가로 확산하기 전 선제 조치가 필요하다 판단한 것으로 전해진다. PHEIC가 선언되면 WHO가 질병 억제를 위한 연구와 자금 지원, 국제적 보건 조치 등을 강력하게 추진할 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경우 첫 원숭이두창 확진자가 6월 22일 처음 나온 이후 보름만인 이달 7일 격리 해제돼 퇴원했고, 추가 확진자는 나오지 않고 있다. 첫 확진자 발생 이후 정부는 해외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입국 방역 기준을 높이고 감시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원숭이두창은 중서부 아프리카 지역에서 출연한 풍토병으로, 1958년 원숭이로부터 바이러스가 처음 발견돼 지금의 이름이 붙게 됐다. 초기 증상으로는 발열·두통·근육통 등이 나타난다. 발열은 얼굴부터 시작해 생식기 등 다른 신체 부위로 퍼지는데, 동그란 붉은 반점으로 시작해 ▲수포(물집) ▲농포(농이 참) ▲가피(딱지) 등 단계로 진행된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75개국 1만6016명의 감염이 확인됐으며, 누적 사망자는 5명으로 전해진다. 이 가운데 4132명이 최근 1주일 동안 발생했다. 6월말까지 50여개국 3000여명에 불과했으나 점차 늘고 있다. 지역별로는 유럽이 1만1865명으로 제일 많다.

WHO와 해외 연구에 따르면 발병 사례는 주로 동성과 성관계한 남성에게서 나타났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밀접 접촉을 통해 누구나 원숭이두창에 걸릴 수 있다고 부연했다.

대부분 언론에서 원숭이두창의 치명률이 세계보건기구를 인용해 3~6%라고 보도하고 있는데, 이는 풍토병 지역인 아프리카에서 유행하고 있는 콩고형에만 해당한다. 세계적으로 유행 중인 원숭이두창은 서아프리카형으로, 정확한 치명률은 아직 계산되고 있지 않은데 국제학술지 네이처는 1%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현재 국내 독감 치명률이 0.05~0.1%, 코로나 치명률이 0.13%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10배 정도 높은 수치다. 다만 전문가들은 국내에서는 공포감을 감을 가질 정도는 아니라고 지적한다.

우선 진스랩, 시선바이오머티리얼스, 씨젠, 바이오니아 등 국내 진단키트 기업들이 이미 원숭이두창 감염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진단키트 개발을 완료했다.

GC의 자회사인 진스랩의 제품은 원숭이두창 바이러스가 속해있는 ‘오소폭스바이러스’를 폭넓게 검출하는 동시에 이 바이러스에 원숭이두창 바이러스가 포함돼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결과는 70분 내에 나온다.

씨젠과 바이오니아도 원숭이두창 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90분 이내에 확인할 수 있는 진단키트를 각각 개발 완료했다. 두 회사 모두 원숭이두창이 확산 중인 국가를 중심으로 진단키트를 공급할 계획이다.

정부는 해외에서 원숭이두창 치료제로 승인된 ‘테코비리마트’를 이달 초 504명분 도입해 국내 감염자 발생에 대비하고 있다. 원숭이두창 예방 효과가 있는 3세대 두창백신 ‘진네오스’ 5000명분에 대한 계약도 이뤄져 도입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질병청 관계자는 원숭이두창 전용 치료제를 꼭 사용하지 않고도 호전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방역당국은 이번 주 원숭이두창과 관련한 위기상황 평가회의를 열어 조치 사항을 점검하기로 했다. 앞서 당국은 국내 첫 환자가 확인된 직후 원숭이두창 위기경보 ‘주의’ 단계를 발령하고, 대응 체계를 질병관리청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중앙방역대책본부로 격상했다.

질병청 관계자는 "원숭이두창 조기 발견과 지역사회 확산 차단을 위해서는 국민과 의료계의 협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원숭이두창 발생국가를 방문 또는 여행하는 국민은 개인위생수칙과 안전여행 수칙을 준수하고 귀국 후 3주 이내 의심증상이 있는 경우 주소지 관할 보건소로 신속하게 신고해달라"고 강조했다.

김동명 기자 simal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