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이하 대우조선)이 올해도 목표 수주량을 거뜬히 넘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음에도 활짝 웃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금속노조 산하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이하 하청지회) 파업 여파가 대우조선 재매각 작업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 때문이다.

26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은 최근 유럽지역 선주로부터 대형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2척을 6495억원에 수주하며 올해 수주목표 89억달러(11조6812억원) 대비 72.2%를 달성했다.

조선업계에서는 대우조선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수주목표를 무난하게 초과 달성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대우조선은 수주목표 달성 청신호에도 활짝 웃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50여일에 걸친 하청지회의 파업 영향으로 막대한 피해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하청노조는 임금 인상 및 노조전임제 보장 등을 주장하며 지난달 2일부터 22일까지 파업을 전개했다.

대우조선해양 조선소 전경.
대우조선해양 조선소 전경.
이 과정에서 하청지회가 1도크를 점거해 선박 생산 지연이 발생했으며 이로인해 납기 지연이 발생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납기가 지연될 경우 대우조선이 선주들에게 보상금을 지급할 가능성도 있다. 대우조선은 하청지회의 파업으로 인해 8000여억원의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파업으로 인한 피해가 가뜩이나 재무구조 개선이 시급한 대우조선에게 치명타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대우조선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초과 수주가 예상되는 만큼 일감은 충분한 상황이지만 수주성과가 경영실적으로 전환되는데는 2~3년의 시간이 걸린다.

실제로 대우조선은 지난해 1조754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으며 올 1분기에도 4701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대우조선의 부채비율은 3월말 기준 523.2%로 지난해 말보다 144.1%나 급증했다.

특히 이번 하청지회의 파업으로 대우조선의 재매각 작업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유럽연합의 반대로 현대중공업그룹에 매각이 좌절된 대우조선은 독자생존을 통해 자체 경쟁력을 높여 재매각을 추진하는 방향을 설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번 하청지회의 파업으로 막대한 피해가 발생해 독자생존의 시나리오가 수정될 것으로 보인다. 대우조선의 대주주인 산업은행은 현재 대우조선에 대한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대우조선 경영정상화 방향을 다시 설정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산업은행은 대우조선에 10조원 이상의 공적자금이 투입했지만 경영정상화를 이루지 못한만큼 빠르게 새로운 주인 찾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대우조선을 인수하겠다는 기업이 나타나지 않을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것이 조선업계의 전망이다. 대우조선 인수에 실패한 현대중공업그룹이 다시 나서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며 경영상황이 좋지 않은 삼성중공업이 인수에 나설 가능성도 적다.

만약 두 기업이 다시 인수에 나선다고 해도 똑같은 이유로 매각이 불발될 가능성이 높다.

대우조선의 큰 덩치와 높은 부채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를 막대한 매각 대금과 부채를 감당할 기업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이에 상선부문과 방산부문을 분리해 매각하는 방법이 거론되고 있지만 이 역시 여의치 않다.

방산, 상선 부문의 공정과정이 겹치는 부분이 많아 분리매각이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산업은행 역시 분리매각을 검토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조선업계의 일감이 쌓여가고 있는 것은 맞지만 당장 경영실적으로 반영되는 것은 아니다"면서 "대우조선의 경우 선 경영정상화, 후 매각 기조를 가지고 있었는데 대내외적인 리스크와 더불어 하청지회의 파업으로 이 같은 시나리오가 틀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어 "속도감 있는 재매각도 쉽지 않을 것이다"며 "덩치도 워낙 크고 부채 비율도 높기 때문이다. 덩치를 줄이기 위한 분리매각도 야드(작업장) 등 물리적 문제로 현실화되기 어려울 것 같다"고 전했다.

대우조선 관계자는 "하청지회 파업으로 인한 피해 추산치는 8000억원 정도다"며 "경영정상화를 위해 노력 중이다. 거제 생산직 대부분은 휴가기간임에도 출근해서 작업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성우 기자 good_sw@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