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비대면 진료 제도화’를 110대 국정과제에 포함시킬 만큼 국가가 관련 사업 추진 의지를 강하게 드러낸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이 비대면 진료 법안을 제출하면서 제도의 상시화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김재영 비플러스랩 R&D 팀장(왼쪽)과 임우택 메디컬 어드바이저. / 비플러스랩
김재영 비플러스랩 R&D 팀장(왼쪽)과 임우택 메디컬 어드바이저. / 비플러스랩
뚜렷한 체계 없이 무질서한 영업 형태를 보이던 ‘비대면 진로 플랫폼’을 규제 관리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도 마련되면서, 관련 산업 영역이 태동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수많은 비대면 진료 플랫폼 기업들이 각자만의 차별화된 기술을 내세우며 시장 공략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이들 중 인공지능(AI) 문진을 통해 의사가 환자를 진료할 때 소요되는 불필요한 시간을 줄이는 한편, 환자 정보가 자동으로 기록된 차트를 통해 환자 역시 시간과 공간의 제약없이 의사를 만날 수 있는 비대면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이 존재한다. 바로 ‘어디아파’를 운영 중인 비플러스랩이다.

어디아파는 현재 의사출신 연구개발(R&D) 인력을 중심으로 구조화 및 표준화된 의료 데이터를 통해 다양한 AI 문진 알고리즘을 구현하고 있다.

IT조선은 의사 출신 김재영 비플러스랩 R&D 팀장(이사)과 임우택 메디컬 어드바이저를 만나 비대면 진료 시장에서의 생존 전략과 향후 산업 미래 등을 집어봤다.

의사와 환자 모두 불필요한 진료 시간을 줄여주는 시스템

‘어디아파’는 AI 문진 서비스를 통해 그간 의료 서비스 공급자(의사)와 소비자(환자) 간에 발생한 불필요한 시간을 덜어주고, 가능한 빨리 환자가 원하는 진료과를 선택해 주는 의료 시스템 제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임우택 어드바이저는 "새벽 환자 중 대부분이 굳이 응급실에 오지 않아도 되는 경증환자인데, 병원은 밀려드는 환자 탓에 정작 중요한 중증환자를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며 "환자들이 오랜 시간 병원에 대기하는 비용도 만만치 않기 때문에 의료 소비자에게는 효과적인 진료과 선택을 돕고, 의사에게는 가장 위급한 환자를 선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어디아파의 주 목적이다"고 설명했다.

임 어드바이저는 현재 AI가 작성한 문진을 의사들이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표준화하고, 환자에게 효과적인 진료 상담법을 제공하기 위한 알고리즘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 이처럼 어디아파는 단순 비대면 진료를 제공하는 서비스가 아닌 대면과 비대면을 융합한 ‘하이브리드 케어’를 지향하고 있다.

김재영 팀장은 "어떤 환자가 장염이 의심돼 진료를 보고 약을 받아왔는데, 이틀 후 또 불편해 지면 그땐 어디아파 앱을 통해 진료 예약도 되고 실제로 비대면 진료를 받아 볼 수 있다"며 "나아가 꾸준한 의사 진단이 누구보다 절실한 만성질환자를 관리할 때 의사들은 한번 내원한 환자를 비대면 진료로 지속적인 관찰이 가능해 진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비플러스랩은 정부가 시행중인 ‘만성질환 관리 프로그램’을 수행하고 있다. 이들의 IT 기술을 활용해 의사와 환자간의 소통 소요시간을 줄여 진단을 효과적으로 내리게 돕고, 약물에 대한 부작용 관찰까지 덩달아 수행할 수 있게 만든다.

임 어드바이저는 "챗봇 방식을 통해 자주 묻는 질문들은 환자가 스스로 찾아볼 수 있도록 제공하며, 각 분야 전문가들이 채팅 방식으로 환자를 케어할 수 있도록 솔루션을 구축하고 있다"며 "하이브리드 케어 솔루션을 통해 병원이 주는 권위적인 분위기를 쇄신해 편안한 의료 공간으로 개편하는 작업도 수행 중이다"고 했다.

비정형화된 의료데이터 통합해 ‘AI 문진’ 시스템 구현

무엇보다 이들은 ‘4P’ 의료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4P 의료란 ▲예측의료(Predictive Medicine) ▲예방의료(Preventive Medicine) ▲맞춤의료(Personalized Medicine) ▲참여의료(Participatory Medicine)를 의미한다.

비대면 진료 솔루션 ‘어디아파’ 앱 실행 화면. / 비플러스랩
비대면 진료 솔루션 ‘어디아파’ 앱 실행 화면. / 비플러스랩
4P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먼저 의료 용어의 구조화·표준화가 뒷받침돼야한다. 의사와 환자 간의 문진 정보는 매우 중요한 의료정보이지만, 이를 컴퓨터가 이해하고 분석하기 위해서는 인간 언어를 컴퓨터 언어로 변환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김 팀장은 "의료의 디지털 전환도 중요하지만 제일 중요한 건 양질의 의료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개인 의원도 요즘 모두 EMR(전자기록의무시템)을 사용하고 있는데, 대부분 비정형화돼 있어 병원 EMR 서버에 고스란히 잠들어 있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 비플러스랩은 국제 표준 의료용어 체계인 ‘SNOMED-CT’와 ‘보건의료용어표준’을 시스템에 구축하기 위한 작업을 하고 있다. 이렇게 구조화·표준화된 의료 데이터를 바탕으로 다양한 AI 알고리즘을 이용해 문진 알고리즘 성능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다만 비대면 진료를 제도권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꺼려하는 단체들이 존재한다.

비대면 진료의 허용이 배달앱 업체와 통신기업, 대형병원과 대기업의 독점 시장을 만들고 대부분의 동네 의원과 약국은 몰락해 실질적인 국민 의료 접근성을 무너뜨리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서울부민병원 소화기내과장을 역임하고 있는 김재영 팀장 역시 이 부분을 조심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김 팀장은 "비대면 진료의 장점은 분명 존재하지만 규제 없이 시장 논리에만 맡겨지면 굉장히 위험하다고 본다"며 "가이드나 지침이 적절하게 만들어진다면 그 제도 하에서 비대면 진료는 분명히 유용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비대면 진료가 의료체계 전반을 뒤집는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 한다"며 "기존 플레이어들은 그들의 일을 수행하면서 사람들 간의 합의를 통해 기본 의료체계를 향상시키는 선에서 (비대면) 기술이 정착돼야 한다"며 "그저 돈을 벌겠다는 식으로 비대면 진료 산업에 뛰어들면 모두에게 좋지 않은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고 덧붙였다.

일상 속 가까이 있는 비대면 진료

비대면 진료앱 어디아파를 통해 성공적인 수술을 마친 사례도 존재했다. 해외는 국내와 다르게 의료 접근성이 좋지 않아 만성질환을 악화시키는 사례가 많다. 노르웨이에 거주중인 한국인 A씨 역시 척추측만증을 심하게 앓았지만 현지에 마땅한 의료 시설이 없어 병이 악화된 상황이었다.

김 팀장은 "김용정 서울부민병원 선생님이 척추측만증 권위자이신데, 환자가 우연히 비대면 진료가 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선생님께 진료를 요청했었다"며 "1차 가정의학과 진료를 본 뒤 김용정 선생님이 자료를 검토한 결과, 수술이 꼭 필요하겠다고 판단해 A씨는 굉장히 빠른 시간 내 국내에서 수술을 마친 뒤 노르웨이로 출국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현재 비플러스랩은 독자적 기술인 문진으로 비대면 진료의 한계를 보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를 기반한 진료 전용 EMR도 개발 중이며, 9월에는 대면과 비대면을 매끄럽게 연결 시키는 시스템을 구현하기 위해 ‘더존비즈온’ 사내 의원을 설치해 1호 하이브리드 클리닉을 운영할 방침이다.

비플러스헬스케어라는 건강관리 자회사를 통해 환자가 건강검진을 받고 3차 병원으로 의뢰가 필요하다는 소견이 나오면 병원과 환자를 자연스럽게 연결시켜주는 솔루션도 구축할 계획이다.

김 팀장은 "스마트 문진, 비대면 진료, 건강검진 등 궁극적인 목표는 의료 접근성을 높이고 만성질환자들에게 효과적인 건강관리를 제공함으로써 의료비 절감 효과를 얻게하는 것이다"며 "현재의 의료체계를 좀 더 나은 방향으로 개선하는데 기여하고자 하는 노력이 비플러스랩의 주요한 목적이다"고 말했다.

김동명 기자 simal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