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투자증권이 2분기 적자전환이라는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가뜩이나 여러 악재 속에 주가도 반토막나 있는 상황이라 별다른 반전의 계기를 만들기도 막막한 상황이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화투자증권은 올해 2분기 연결기준 영업손실 29억5300만원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다. 같은 기간 당기순손실은 93억900만원을 기록했다. 상반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41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8.1% 감소했고 당기순이익 역시 72.5% 줄어든 206억원으로 나타났다.

대외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시장 거래대금이 큰 폭으로 감소하고 위탁매매 및 금융투자상품 판매 수익이 줄어든 영향이라는 것이 한화투자증권 측의 설명이다. 또 급격한 금리 인상 영향으로 채권 운용수익 등이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한화투자증권의 올해 2분기 실적은 지금까지 발표한 주요 증권사들과 비교해도 부진하기 짝이 없다. 이날까지 실적을 발표한 주요 증권사는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메리츠증권, 신한금융투자, 하나증권, 키움증권, 현대차증권, 삼성증권 등. 이 중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한 현대차증권을 제외한 나머지 증권사의 2분기 이익 규모는 전년 동기와 비교해 줄기는 했어도 적자를 기록한 곳은 한화투자증권이 유일하다.

2분기 적자로 전환하면서 한화투자증권의 주가도 올 들어 크게 빠졌다. 한화투자증권은 지난해 가상자산 시장 호조로 보유하고 있던 두나무의 지분 가치가 부각, 주가도 순항했다. 두나무는 국내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업체로 지난해 가상자산이 크게 인기를 끌면서 높은 시장가치를 인정 받았다.

주요 증권사 주가 등락률 /그래픽=신영빈 기자
주요 증권사 주가 등락률 /그래픽=신영빈 기자
하지만 올 들어 암호화폐 가격이 급락하면서 두나무의 기업가치도 크게 빠졌다. 이것이 한화증권 주가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평가다. 11일 종가 기준 한화투자증권은 3500원을 기록, 올해 초(6710원) 대비 47.8% 하락했다. 시가총액도 급감했다. 같은 날 시총은 7445억원으로 올해 초 1조4396억원의 절반 수준이다. 시가총액 1조원 클럽에서 빠진지도 오래다.

KRX 증권업 지수를 구성 중인 다른 증권사들과 비교하면 한화투자증권의 주가 하락세는 두드러진다. 같은 기간 미래에셋증권이 21.4% 하락하며 한화투자증권을 제외하면 가장 큰 낙폭을 보였다. 이어 한국금융지주(-21.3%), NH투자증권(-17.6%), 키움증권(-15.7%), 현대차증권(-15%), 메리츠증권(-4.4%) 등으로 대부분 두 자릿수 초반대의 하락률을 기록했다.

특히 한화투자증권이 지난 3월 6년 만에 현금 배당까지 결정한 것을 고려하면 배당 효과가 주가에 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당시 한화투자증권은 보통주 1주당 200원, 우선주 1주당 250원의 현금 배당을 결정했다. 배당금 총액은 438억원이었다.

일각에서는 이번 주가 하락과 적자 전환이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둔 권희백 한화투자증권 대표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1분기에도 영업이익 26.2%, 순이익 37.7% 감소한 만큼 하반기 실적 상승과 주가 회복 등이 절실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권 대표는 2017년 7월 한화투자증권 대표로 취임한 후 2019년과 지난해 두 차례 연임에 성공했다.

한화투자증권 관계자는 "시장 거래대금이 많이 감소하고 금리상승의 영향으로 채권 평가이익이 감소해 2분기 실적이 부진했다"며 "다만 2분기 기업금융(IB)에서 일부 만회를 해 하반기에는 IB와 최근 주력하고 있는 ESG 관련 사업에 집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주가 하락 역시 실적과 마찬가지로 시장 거래대금 감소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으로 특히 증권주는 시장과 가장 밀접하게 움직이는 종목"이라며 "지난해 테마성 종목으로 분류돼 주가가 많이 올라 이에 따른 하락폭도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김민아 기자 jkim@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