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휴가 시즌이 끝자락을 향해 가고 있는 가운데 산업계 곳곳에서 올해 임단협을 두고 마찰음이 발생하고 있다. 특히 현대제철의 경우 노조의 특별성과급 지급 요구까지 겹쳐 힘겨운 여름을 보내고 있는 상황이다.

쟁의권을 확보한 현대제철 노조는 ‘게릴라 파업'을 전개하겠다고 사측을 압박하고 있다. 신중하고 기습적으로 파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예고함으로써 사측을 임단협 협상 테이블로 끌고 들어오려는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현대제철 노조는 갈등의 원인으로 사측을 지목하고 있다. 사측이 임단협 교섭에 성실하게 임하지 않기 때문에 쟁의권을 확보했다는 것이다. 현대제철 노조는 8~10차 교섭에 사측이 참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11차 교섭에서도 사측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하지만 철강업계에서는 현대제철 노조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다. 임단협의 일정 및 교섭방식 등을 사측과 협의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임단협 시작했기 때문이다.

현대제철 노조는 당진·인천·포항·순천·당진하이스코 등 5개 지회와 공동교섭을 요구하며 ▲기본급 16만5200원 인상 ▲지난해 영업이익 15% 성과급 지급 등을 골자로 한 요구안을 사측에 발송했다.

이외에도 ▲연월차 제도 및 2015~2017년 특별 호봉 지급에 따른 이중임금제 개선 ▲차량구입지원금 개선 등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측은 노조와 반대 입장이다. 통상임금을 합의한 사업장과 그렇지 않은 사업장이 있기 때문에 공동으로 교섭하는 것이 불가능 하다는 것이다. 또 상견례조차 하지 않고 일정 등을 협의하지 않은 상태에서 노조가 독단적으로 진행하는 임단협에 참여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현대제철 임단협이 진행되고 있지 않은 원인으로는 노조의 사장실 점거가 꼽히고 있다. 현대제철 노조는 현대자동차, 기아, 현대모비스 임직원들에게 지급됐던 특별격려금 400만원과 동일한 격려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사측은 전년도 임금협상 당시 기본급 7만5000원 인상 및 기본급 200%에 770만원을 더한 성과급을 지급하기로 한 상태이기 때문에 추가 격려금을 지급하는 것은 어렵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그러자 현대제철 노조는 당진제철소 사장실을 점거했으며 100일이 넘는 기간 동안 점거를 이어가고 있다.

사측이 임단협에 응할 경우 현대제철 노조는 특별격려금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을 것으로 보인다. 별개의 문제로 처리돼야 하지만 임단협 테이블 위에 올려질 경우 임단협 의제로 다뤄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사측은 임단협에 응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전반적인 상황을 봤을 때 현대제철 임단협 갈등의 원인은 노조가 제공하고 있다. 노조가 쟁의권을 얻기 위해 사측의 불성실한 태도를 문제삼고 있지만 사측이 참여할 수 없는 판을 깔아놓고 있는 것이다.

임단협은 회사도, 노조에게도 중요한 일정이다. 또 상생을 위한 가장 첫 번째 단추이기도 하다. 큰 의미를 지닌 임단협을 본인들의 목적만을 관철시키기 위한 장으로 인식한다면 협상 장기화와 더불어 갈등을 피할 수 없다.

현대제철 노조는 이제라도 사측과 협상에 임해야 한다. 일정부터 교섭방법, 의제 등에 대한 협의를 통해 임단협을 진행해야 한다.

하반기 경기둔화 우려가 부각됨에 따라 철강 원재료 및 제품가격 하락이 심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노조가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는다면 현대제철은 더욱 어려운 상황에 처할 것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조성우 기자 good_sw@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