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100일을 맞은 가운데 국내 게임 산업계를 향한 무관심이 장기화될 조짐이다. 물가 안정, 폭우 피해 복구, 핵심 산업 경쟁력 확대 등 정부가 주력해야 할 현안이 산적한 데다가 집권여당인 국민의힘은 게임 이슈에 집중하지 않을 계획으로 알려지면서다. 게임 업계는 정치권의 관심을 기대하기가 어려워졌다며 안타깝다고 입을 모은다.

100일 성과, 120대 국정과제, 백서 등에도 언급 안돼…소관부처 관심 이어져야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해 게임 산업에 대한 정부의 무관심이 지속될 전망이다. 출범 100일을 맞은 윤석열 정부가 후보 시절 내놨던 공약을 이행하지 않고 있는 데다가 게임 산업에 아무런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산적해 있는 국정 현안에 여론 주목도가 높은데다가 정부와 여당을 향한 국정 지지율이 하락세를 타고 있는 만큼 정부와 여당은 여론 반등 계기를 만드는데만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는 점도 이유로 꼽힌다.

실제 윤 대통령은 취임 100일을 맞아 8월 17일 기자회견을 열고 취임 이후의 성과, 주요 국정 운영 계획 등을 공유하면서 게임 산업에 어떠한 언급도 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바이오헬스, 우주, 반도체 등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키우고 있는 산업의 지원만을 약속했다. 또 집권여당인 국민의힘이 내놓은 120대 국정과제와 최근 발간한 ‘국민과 함께한 100일의 기록’ 백서에는 현재 산적해있는 국내 게임 현안은 모두 제외됐다.

게임 업계에서 올해는 정치권의 관심을 크게 기대하기 어려워졌다는 분위기가 형성된 이유다. 특히 게임업계는 굳이 배신감을 숨기지 않는 분위기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대선 당시 보여줬던 모습과 현재가 너무도 다르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후보 당시 ‘게임머가 우선’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게임 이용자 권익 보호와 게임업계 불공정 해소, 게임 산업 진흥 등을 위한 여러 정책을 공약했다. ▲확률형 아이템 정보 완전 공개 ▲게임 소액 사기 전담 수사기구 설치 ▲장애인 게임 접근성 불편 해소 ▲e스포츠 지역 연고제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대통령이 된 후 이 같은 공약을 이행하기 위한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내놓지 않았다.

여기에 7월 열린 첫 업무보고에도 게임이 제외돼 논란이 벌어졌다.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지난 달 초 게임업계와 간담회를 가진 직후인 21일 대통령 업무보고를 했다. 박 장관이 진행한 업무보고서에는 게임 특화 인재 교육 계획만 유일하게 언급됐다. 특히 박 장관은 한류를 설명하는 대목에서 대중음악, 드라마, 애니메이션, 웹툰만 다루고 게임은 언급 조차 하지 않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전 정부도 게임 산업에 집중하진 않았으나 적어도 관심은 있었다"며 "윤석열 정부는 게임 산업보다 현재 시급한 사안만 챙기는데 급급한 모습이다"라고 지적했다.

업계 "정치권은 외면해도 소관 부처 관심은 계속돼야"

국내 게임 업계는 대응이 시급한 이슈가 산적한 만큼 문체부 등 소관 부처의 관심은 지속돼야 한다고 입을 보은다.

현재 국내 게임 업계는 보건복지부의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 논의, 대체불가능토큰(NFT) 및 플레이투언(P2E) 등 신사업 확장을 위한 가이드라인 마련, 해외게임사의 국내 대리인 제도 도입, 중국 판호 발급 등 주요 현안에 직면해있다.

또 확률형 아이템 확률 정보 공개, 인터넷 방송인 프로모션(광고비) 논란 등 여론의 반발이 극심한 현안도 있다.

확률형 아이템 확률 정보 공개의 경우 관련 내용이 담긴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전부개정안이 연말쯤 논의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지만 여야간 쟁점법안 협상이 장기화된다면 논의가 밀릴 가능성이 적지 않다.

송가영 기자 sgy0116@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