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계가 자체등급분류제도(자율등급제) 도입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현재와 같이 사전심의를 거쳐야 하는 상태로는 영상물등급위원회로 부터 제 때 등급분류를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티빙, 웨이브 등 사업자들은 사업적 손실이 발생했고, 자율등급제의 빠른 도입이 절실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온라인비디오물 자율등급제 정책 방향성 정립 세미나’가 19일 서울 국회도서관에서 개최됐다. / 변인호 기자
‘온라인비디오물 자율등급제 정책 방향성 정립 세미나’가 19일 서울 국회도서관에서 개최됐다. / 변인호 기자
19일 국회에서는 한국OTT포럼이 주관하고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박정 더불어민주당 의원·황보승희 국민의힘 의원이 주최한 ‘온라인비디오물 자율등급제 정책 방향성 정립 세미나’가 열렸다.

"자율등급제 도입 서둘러야"

이날 세미나에서는 티빙·웨이브 등 토론에 참여한 사업자들이 자율등급제 도입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사전에 심의를 받아야 하는 현행 제도가 사업적 손실로 이어진다는 이유다.

노동환 콘텐츠웨이브 부장은 사전등급분류를 거치느라 콘텐츠 공급 지연을 겪었다고 토로했다. 노 부장은 "사업자는 심의를 신청한 후 심의 물량이 어느정도나 있는지 예측하기 어렵다"며 "오리지널 콘텐츠가 있는데 심의가 늦어져 심의가 끝날 때까지 무료로 제공했던 일이 있다"고 설명했다.

고창남 티빙 국장은 "월정액 주문형 비디오(SVOD) 사업에 가장 중요한 지점은 재방문율인데 사전심의제도로 ‘공개 예정’ 메뉴 약속을 지키지 못하면 이용자가 떠날 수밖에 없다"며 "자율등급제가 너무나 절실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심의가 늦어지는 이유는 영상물등급위원회 업무가 과중된 것이 주요 원인이다. 영등위 ‘2022 영상물 등급분류 연감’에 따르면 2017년 당시 비디오물 등급분류 편수는 8189편이다. 2021년에는 1만6167편으로 2배쯤 늘었다.

노창희 연구위원은 "최근 OTT 등 동영상 플랫폼이 증가하면서 영화 및 비디오물 등급 분류 수요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OTT 등 인터넷 기반 동영상에도 사전 등급분류를 적용하는 것은 미디어 환경 변화에 부합하지 않다"며 "현행 등급분류 방식이 지속되면 영등위가 등급분류 업무를 감당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등급분류를 받아야 하는 콘텐츠가 증가하면서 영등위 업무 과중 현상이 생기면 콘텐츠 공급 지연으로 이어진다는 지적이다.

토론자로 나선 이성민 교수와 이재엽 변호사도 자율등급제를 신속히 도입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성민 교수는 "자율등급제를 우려하는 이유 중 하나는 사업자가 성인콘텐츠를 낮은 등급으로 설정했을 때 생기는데, 이는 이미 제도적으로 장치를 갖췄다"며 "사업자가 자율등급제를 시행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재엽 변호사 역시 "해외도 자율등급제를 실시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조속히 자율등급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도 자율등급제 도입에 뜻을 같이 했다. 최영진 문체부 영상콘텐츠산업과장은 "정부가 어느 한 쪽 입장을 듣고 정책을 만들지 않는 것은 이해관계자 입장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라며 "공통점은 자율등급제 도입을 바란다는 것이다"이라고 설명했다.

자율등급제 세부 방안 놓고 이견…정부는 지정제에 무게

이날 토론에서 자율등급제 세부 방안에는 참석자 간에 의견이 달랐다. 현재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는 자율등급제 도입을 위한 영화 및 비디오물 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 4건이 발의된 상태다. 문체부 개정안, 박정 의원안, 이상헌 의원안, 황보승희 의원안 등이다.

문체부 개정안과 이상헌 의원안은 ‘지정제’다. 문체부 장관이 요건을 갖춘 사업자를 자체등급분류사업자로 지정한다. 박정 의원안과 황보승희 의원안은 사업자가 요건을 갖춰 문체부 장관에 신고하면 허가를 내주는 ‘신고제’다. 정부는 지정제에 무게를 두고 있다.

노동환 콘텐츠웨이브 부장은 "지정제는 실제 사업자가 느끼기에는 ‘준허가’와 마찬가지다"라고 말했다. 이재엽 변호사는 "지정제의 지정 요건 충족 여부에 사업자 간 차등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영진 문체부 영상콘텐츠산업과장은 "지정제가 안정화되면 신고제로 전환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변인호 기자 jubar@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