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계 실적 1위 자리를 두고 미래에셋증권과 경쟁하던 한국투자증권이 상반기를 씁쓸한 성적으로 마감했다. 지난해 달성한 영업익·순익 1조클럽 수성도 장담하지 못하게 될 처지에 놓이면서 미래에셋과의 격차가 더 벌어질 것이란 우려다.

여기에 불법 공매도 이슈에 최근 폭우에 따른 침수로 빚어진 서버 마비까지, 하반기 역시 대내외 악재로 겹겹이 둘러 쌓여 있어 반등의 기회를 잡기도 쉽지 않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4189억원, 순이익은 348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0.5%, 40.3%씩 줄었다. 2분기 성적만 보면 감소폭은 더욱 컸다. 2분기 영업이익은 1306억원으로 전년 동기(2806억원) 대비 53.47% 줄었고 순이익도 741억원에 그쳐 지난해 같은 기간 2328억원의 3분의 1 수준에 머물렀다.

실적 부진 외 악재도 지속되고 있다. 최근 한국투자증권은 증권선물위원회로부터 공매도 제한 규정 위반으로 10억원의 과태료를 부과받았다. 2017년 2월부터 2020년 5월까지 3년 3개월간 938개사의 1억4089만주를 공매도하면서 이를 제대로 표기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또 지난 8일에는 집중호우로 인해 본사가 침수되면서 서버 전력 공급이 중단돼 약 15시간 동안 주식거래 서비스가 마비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에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대표가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발표했다.

반면 한국투자증권 라이벌로 꼽히는 미래에셋증권은 올 상반기 상대적으로 양호한 성적을 냈다. 상반기 영업이익 6059억원, 순이익 4607억원을 기록하면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9%, 29.5% 감소했다. 하지만 이는 NH투자증권이나 KB증권, 삼성증권 등 주요 대형 증권사들이 대부분 반토막난 수익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그래도 선방했다는 평가다.

한투는 금리 상승의 직격탄을 맞았다. 2분기 채권 운용부문에서 876억원의 대규모 손실을 기록한 것. 전년 동기 1776억원의 수익을 낸 것과 비교하면 충격이 더하다. 6억달러 규모의 외화채에서 환율변동으로 인한 환손실만 335억원이 발생했다.

시장에서는 한국투자증권의 올해 1조 클럽 유지가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2분기 실적 발표 이후 대부분의 증권사가 한국금융지주의 실적 전망을 하향 조정하면서 목표가도 낮췄다.

정민기 삼성증권 연구원은 한국투자증권에 대해 "이번 분기와 같은 대규모 운용 손실 발생은 향후 이익 가시성을 둔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금리 상승에 따른 채권 이익 급변동은 일반적 현상이지만 계열사 펀드 및 발행어음 등 기타 자산에서 발생한 손실은 추후 다양한 투자 자산군에서의 추가 손실 가능성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을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출처: 각 사 사업보고서, 단위: 억원)
(출처: 각 사 사업보고서, 단위: 억원)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증시 호황에 따른 호실적에 힘입어 영업이익 1조2940억원, 순이익도 1조4502억원을 기록하면서 처음으로 영업이익과 순이익 동반 1조원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영업이익과 순이익 1조원 달성은 정일문 대표가 취임 초기부터 내걸었던 목표다. 2019년 취임한 정 대표는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영업이익 1조원을 돌파하고 3년 내 순이익 1조클럽에 가입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1조원 고지는 미래에셋증권이 먼저 밟았다. 2019년까지만 해도 한국투자증권에 영업이익과 순이익 규모가 뒤처지던 미래에셋증권은 2020년 영업이익 1조1171억원, 순이익 8343억원을 기록하면서 한투를 각각 3600억원, 1300억원 차이로 따돌렸다. 지난해에는 영업이익 1조4855억원, 순이익 1조1834억원을 기록하면서 2년 연속 1조 클럽 가입에 성공했다.

미래에셋증권의 올해 영업이익 1조 유지는 순조로울 것으로 전망된다. 상반기 영업이익 6000억원을 넘은 곳은 미래에셋증권이 유일하다. NH투자증권, 유안타증권, 대신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각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도 올해 미래에셋증권의 연간 영업이익 1조원대 초반 안착을 예상했다.

백두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2분기 지배순이익은 시장 컨센서스를 28% 상회했다"며 "투자목적자산이나 벤처투자, 해외법인 등에서 평가익이 예상보다 견조한 덕분"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어려운 자본시장 여건 속에서 투자목적자산 관련 수익의 변동성이 예상보다 작고 절대 규모가 큰 점이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김민아 기자 jkim@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