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주변에 커피도 와인처럼 커피에 어울리는 음식을 페어링(pairing)하여 커피와 음식을 함께 구성한 메뉴를 제공하는 전문점이 늘고 있다. 보통 스테이크 같은 육고기를 먹을 때에는 레드 와인을 곁들이고 담백한 생선 요리에는 화이트 와인을 함께 마시듯이 커피를 마실 때에도 커피의 원산지나 품종에 따라 어울리는 디저트 등의 음식을 추천하여 커피와 함께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커피에 가장 어울리는 음식을 찾아 서로 매칭시키는 것으로 커피페어링이라고 부른다.

와인이든 커피든 음식과 매칭을 할 때 고려해야할 요소는 무게감, 풍미, 산미, 타닌, 단맛 등을 들 수 있다. 최적의 매칭을 위해서는 여러 구성요소들이 서로 튀지 않도록 균형을 이루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비슷하거나 서로 보완할 수 있는 요소들을 잘 결합하여 최고의 조합을 이끌어 낼 수 있도록 묶어 주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와인의 경우 통상 음식이 무겁게 느껴지면 무거운 느낌의 와인을 조화시키고 그 반대라면 가벼운 느낌의 와인을 매칭한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신선한 굴을 먹을 때에는 차가운 샴페인을 곁들이고, 구운 생선에는 화이트 와인, 모짜렐라를 곁들인 샐러드에는 달콤한 로제와인을 매칭하고, 육즙이 살아있는 스테이크는 레드와인을 추천하여 무게감을 극대화 한다. 버터에 구운 치킨에는 버터의 고소함과 닭의 육고기 풍미에 부족한 상큼함을 보완해 주기 위하여 샤르도네를 추천하여 음식과 와인이 상호 풍미를 보완할 수 있게 하기도 한다. 신맛은 상쾌함을 더해주고 균형감을 잡는데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음식의 깔끔함까지 이끌어낼 수 있다. 단, 신맛이 너무 강한 음식에 신맛이 강한 와인까지 마신다면 제대로된 와인의 맛을 느낄 수 없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단맛은 와인의 스타일에 따라 남은 당분의 정도에 의해 오프드라이 와인에서 스위트 와인까지 다양하게 구분된다. 드라이 와인을 단 음식과 곁들이면 와인이 가진 과일의 풍미가 약해지고 산도가 강해져 균형감을 잃게된다. 따라서 단 음식은 비슷한 당도 혹은 그 이상의 당도를 가진 와인과 즐기는 것이 좋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이웅규와 김은희 연구자가 2022년 "커피페어링(커피와 궁합이 잘 맞는 디저트와의 결합)에 관한 기초 연구"라는 연구물을 한국커피문화연구 학술대회에서 발표했다. 이들은 커피도 와인처럼 서로 어울리는 디저트나 음식이 있으므로 커피원두와 디저트의 종류를 섬세하게 조율한다면 최상의 맛을 즐길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외국에서는 이미 커피페어링에 대하여 많이 알려져 있다. 2021년 Mayuko(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에 본사를 둔 상근 콘텐츠 제작자)는 일본의 Post Coffee 회사에 커피페어링 요령을 기고하여 커피페어링의 주요 포인트는 커피 로스팅에서 나타나는 커피의 향미와 비슷한 특징을 가진 음식을 찾아보는 것이라고 하였다. 일본 Tailord café에서의 온라인 편집부에서도 커피의 장점을 부각시킬 수 있는 과일, 초콜릿, 구운과자의 종류와 아침음식들을 소개하였으며 옥스포드대학 크로스모달연구소(Crossmodal Research Laboratory)에 있는 Charles Spence와 브라질 캠피나스대학에서 음식과 영양학자 Fabiana M. Carvalho (2019)는 "Assessing the influence of the coffee cup on the multisensory tasting experience" 논문에서 마시는 컵의 색상이 커피의 감각적, 쾌락적 판단에 영향을 준다고 커피페어링을 이야기하기도 했다.
커피는 품종, 원산지와 재배환경 등에 따라 고유의 특성과 향과 맛이 다 다르다. 그러므로 이러한고유한 특성을 잘 부각시킬 수 있는 음식을 잘 구성하면 음식과 음료 사이에 최상의 조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 스타벅스에서는 산지별 커피원두를 고려하여 매칭되는 음식을 구분하여 판매하고 있다. 파푸아뉴기니 커피원두로 만든 음료는 치킨과 그린 샌드위치와 함께 제공하고 있고, 다크하게 로스팅한 수마트라커피는 계피, 오트밀, 메이플, 버터, 치즈 등과 함께 제공하고 있다. 일본 Tully’s Coffee도 산지별, 로스팅 정도별로 커피의 향미를 고려하여 매칭되는 음식들을 추천하고 있다. 산미가 뚜렷하게 나타나는 중남미계 커피는 비스킷, 쿠키, 크로와상, 토스트, 샌드위치, 바나나, 견과류, 소금 센베이 등과 조합하여 판매하고 있고, 중량감 있는 바디감의 특징을 가지고 있는 인도네시아계 커피는 크림이나 버터가 가미된 케이크, 초콜릿, 단맛이 강한 도넛 등과 함께 매칭하여 판매하고 있다. 화려하고 풍부한 꽃향기와 과일 산미를 가진 개성있는 맛을 가지고 있는 아프리카계 커피에는 딸기 쇼트 케이크, 과일 타르트, 애플파이, 말린 과일 등과 결합하여 판매하고 있다.

커피 판매자 뿐 아니라 커피 생산자도 커피페어링에 대해서 많은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콜롬비아 커피산업자연합회(FNC)를 들 수 있다. FNC는 벨기에의 Foodpairing사와 함께 커피 페어링을 연구하여 자국 커피의 종류별로 매칭되는 음식을 추천하고 있다. 즉, FNC는 자국의 Narino 커피를 중간볶음으로 단맛과 신맛이 강조된 로스팅을 한다면, 잘 어울리는 음식으로 그뤼에르 치즈(Gruyere cheese), 샤토겔로(Chateau gelo), 다즐링차, 리체(Lychee), 토마토 등을 추천하고 있고, Sierra Nevada 커피를 중강볶음으로 로스팅 하여 산미가 적은 다크한 초콜릿 맛을 강조한다면, 그뤼에르 치즈(Gruyere cheese), 기꼬만 간장, 볶은 차, 카보수(Kabosu), 시나몬 등을 추천하고 있다.

이미 우리나라에서도 커피페어링을 고려하여 음식이나 디저트를 추천하거나 판매하고 있는 커피 프랜차이즈나 개인 커피 전문점이 나오고 있다. 투썸플레이스에서는 오리지널 다크한 아메리카노에는 벨지안 가나슈의 초콜릿류를, 밝은 산미가 있는 아메리카노에는 레드벨벳 머핀을 결합하여 판매하고 있고, 개인 커피 전문점 "이미커피"는 커피와 디저트가 함께 구성된 메뉴만을 출시하여 디저트만 고르면 그 디저트에 어울리는 커피를 곧바로 제공하면서 커피와 디저트의 페어링을 강조하고 있다.

요즈음 대형 커피 프랜차이즈 뿐 아니라 소규모의 개인 커피 전문점들도 고객에게 독특하고 차별화된 경험을 선사하기 위해 카페라테나 카푸치노와 같이 우유가 포함되는 음료에 일반 우유 대신 무지방 우유나 저지방 우유를 사용하는 것을 넘어 두유나, 오트밀 등 다양한 재료로 변형하여 새로운 맛을 창출하려고 시도하는 등 카페메뉴의 기능적인 변화와 그 가치를 더높히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커피페어링은 이러한 음료 재료의 변화를 넘어서서 개별 음료의 맛과 향미에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음식이나 디저트를 찾는 일이다. 앞으로 커피페어링 연구는 더욱 확산되어 머지않아 커피시장에서 사이드메뉴를 고려할 때 필수적으로 다루어지는 요소가 될 것이다. 곧, 커피 고유의 맛과 조화를 이루는 음식을 함께 즐길 수 있는 페어링 마케팅은 붐을 일으키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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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혜경 칼럼니스트는 이화여대에서 교육공학을 전공하고,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커피산업전공으로 보건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동원과학기술대학교 커피바리스타제과과와 전주기전대학교 호텔소믈리에바리스타과 조교수로 재직하였고, 한림성심대학 바리스타음료전공 겸임교수와 단국대 문화예술대학원 초빙교수로 재직중이다. 바리스타 1급 실기평가위원, 한국커피협회 학술위원회 편집위원장, 한국커피협회 이사를 맡고있다. 서초동 ‘젬인브라운’이라는 까페와 석촌동에 ‘신혜경 커피아카데미 ‘를 운영하며, 저서로 <그린커피>, <커피매니아 되기(1)>, <커피매니아 되기(2)>가 있다.

cooykiwi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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