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TV 시장이 급격히 위축하면서 디스플레이 업계의 투자 방향도 바뀐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삼성전자와 LG전자에 각각 공급하는 TV용 대형 디스플레이 신규 투자를 보류했다. 대신 노트북, 스마트폰 등에 쓰이는 중소형 OLED 디스플레이 중심으로 투자에 나선다.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사장은 24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IMID(국제 정보 디스플레이 학술대회) 2022' 개막식에 기조 연설자로 나서 충남 아산캠퍼스 내 L8-2라인에 8세대(2200×2500㎜) IT용 OLED 생산라인 투자를 최근 확정했다고 밝혔다. 6월 사업을 종료한 LCD 라인을 정리한 자리에 IT용 OLED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다.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사장 / 삼성디스플레이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사장 / 삼성디스플레이
최 사장은 "연매출 500억달러(67조원) 달성을 위해 2024년 가동을 목표로 8세대 IT용 OLED 생산라인 투자하고, 글로벌 고객사와 협력해 IT와 차량용 디스플레이 사업을 확대해나갈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VR, AR 시장 대응을 위한 마이크로 디스플레이 투자도 진행할 계획이다"라며 "시장 요구에 맞춰 마이크로 OLED, 마이크로 LED를 함께 준비하고 있으며 2024년에 일부 제품 양산이 가능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반면 삼성디스플레이는 최근 수율을 85%로 끌어올린 QD-OLED는 추가 투자를 보류했다. 세계 경기 침체로 인한 TV 수요 위축이 우려되는 만큼 대형 사업 투자를 서두르지 않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6월 올해 세계 TV 출하량 전망치를 기존보다 284만대(1.3%) 줄어든 2억 879만 4000대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또 다른 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2억대 아래 가능성도 제시했다. 글로벌 TV 시장 규모가 2009년 2억 1083만 대를 기록한 이후 13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고 2억대 선까지 무너질 수 있는 셈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LCD 생산을 지속할 당시 80%에 달하던 중소형 부문의 매출 비중이 더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중소형 사업은 중단기적으로 전체 매출의 90%쯤을 책임질 전망이다.

삼성디스플레이가 2024년 양산할 IT용 OLED 패널은 애플의 2세대 OLED 아이패드 프로에 탑재될 것으로 기대된다.

정호영 LG디스플레이 사장 / LG디스플레이
정호영 LG디스플레이 사장 / LG디스플레이
TV용 대형 OLED 생산에 주력한 LG디스플레이도 중소형 OLED 패널 생산 비중을 높일 계획이다.

24일 디스플레이 업계 발언을 종합하면 LG디스플레이는 태블릿PC와 게임용 모니터에 탑재될 20인치대 OLED 패널을 파주나 중국 광저우 생산라인에서 제조해 연내 고객사에 공급한다.

LG디스플레이가 중소형 OLED 사업 비중을 늘리는 이유는 IT 완제품 기업들의 수요가 급성장 중이기 때문이다. 옴디아 보고서를 살펴보면 2022년 삼성전자·델 등 글로벌 IT 완제품 제조사 9곳이 OLED 모니터를 출시했다. 글로벌 모니터용 OLED 매출은 2021년보다 두배 증가할 전망이다.

LG디스플레이는 국내 LCD TV 패널 생산라인을 2023년까지 중단하고 중국 라인도 단계적으로 전환해 사업을 축소하기로 했다.

정호영 LG디스플레이 사장은 10일 'K-디스플레이 2022 전시회'에서 취재진과 만나 기존 LCD TV 패널 라인에 어떤 투자를 할 계획이냐는 질문에 "대형 올레드 패널로 전환할 수 있고, IT용 패널로도 전환할 수 있다"며 "좀 더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LG디스플레이는 중소형 OLED 생산 라인 증설을 위해 2021년부터 2024년까지 3년간 3조 3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