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넥스 시장이 금융당국의 활성화 대책에도 오히려 얼어붙고 있다. 시장에서는 투자자들의 관심을 모을만한 대책이 하루 빨리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코넥스는 2013년 7월 개설된 중소기업 전용 상장 시장이다. 중소·벤처기업 자금 조달 및 모험자본의 중간 회수 지원을 위해 출범했다. 코스닥으로 가는 사다리 역할을 표방하고 있다.

(출처:한국거래소)
(출처:한국거래소)
상장보다 폐지가 더 많은 코넥스…백약 무소용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코넥스 시장에 신규 상장한 기업은 코스텍시스템, 코나솔, 바스칸바이오제약, 퓨처메디신 등 4곳에 그쳤다.

반면 이탈한 기업이 신규 상장보다 많았다. 올해 코넥스에서 상장폐지된 기업은 총 10곳. 애드바이오텍, 인카금융서비스, 비플라이소프트는 코스닥시장으로 이전상장하면서 상장폐지됐고 티티씨디펜스, 인터코스는 외부감사인의 감사의견 의견거절을, 미애부와 애엠앤씨생명과학은 감사의견 의견거절을 사유로 상장폐지됐다.

케어룸의료산업은 비용 부담을 이유로 자진 상장폐지를 결정했다. 공장부지 매입 및 공장 신축으로 부채 비율이 증가했고 상장사를 유지하기 위한 비용이 늘어 원가 및 경비 절감 필요성이 대두됐다는 게 이유다.

최근 5년간 코넥스 시장 상장기업 90곳이 사라졌다. 이 중 지성이씨에스·극동자동화(2018), 스페이스솔루션(2019), 비엔에프코퍼레이션(2020), 케어룸의료산업(2022) 등 5곳은 자진 상폐를 결정했다. 이들은 수익악화와 이전상장에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판단된다고 사유를 설명했다.

지난 5월 금융당국이 시장 활성화를 위해 개편안을 마련했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금융위원회는 개인투자자가 코넥스 시장에 투자하기 위해 보유해야 하는 기본예탁금을 폐지했다. 이전에는 3000만원 이상 보유해야 코넥스 기업에 투자할 수 있었다.

코넥스 상장 기업에 상장 유지 부담을 줄이기 위한 지정자문인 공시 대리 기간을 1년으로 단축해 지정자문인 수수료 부담을 낮췄다. 신속 이전상장 제도도 개편했다. 현행 신속 이전상장 제도의 재무 요건 중 매출 증가율 20%에서 10%로 완화하고 시가총액 및 유동성 평가로 이전상장이 가능한 트랙을 신설했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사의 IPO 담당자는 "코넥스에 상장하는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코넥스 상장을 유지하는 비용이 부담스럽다고 느낀다"며 "이전상장을 하기 위해 코넥스 상장을 유지하는 것인데 이것이 어렵다면 상장을 유지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존재감 없는 코넥스…투자자 관심 끌려면

일각에서는 규정 완화를 통해 허들을 낮추는 것으로 시장 활성화 모멘텀을 만들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이보다는 개인투자자들이 기업에 관심을 가질만한 유인을 마련하는 것이 더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조건을 갖추려면 시장 참여자가 적극 활동할 수 있는 인센티브 장치를 보완해야 한다.

현재 코넥스 시장에는 상장 기업과 지정자문인 사이에서 수수료를 둔 고질적인 문제가 존재한다. 기업이 코넥스에 상장하기 위해서는 특정 증권사를 지정자문인으로 선임해야 한다. 지정자문인은 공시업무 대리, 기업설명회(IR) 개최 지원, 기업현황보고서 작성, 유동성공급(LP) 등의 역할을 맡는다.

기업들은 지정자문인에게 연간 3000~5000만원 수준의 유지 수수료를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들은 이 수수료가 부담스러운 수준이라고 반발하고 있지만, 정작 증권사는 "담당하는 업무에 비해 수익이 적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공모를 진행하면 증권사들도 일정 수수료를 받아가기 때문에 투자자들을 모으기 위한 홍보 등을 진행할 것"이라며 "투자자들도 공모를 통해 주식을 받으면 실제로 시장에 뛰어들어 투자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코넥스 시장 상장 과정은 유가와 코스닥과 마찬가지로 외부감사, 기업실사 등과 같은 사전준비를 거쳐야 한다. 다만 이후 상장예비심사, 수요예측, 공모 등을 진행하는 유가·코스닥과 달리 상장 적격성 보고서를 작성한 뒤 신규상장 신청 후 승인을 받아 시장에 상장한다. 별도의 공모 절차를 밟지 않아 투자자들이 관심을 갖기 어려운 구조라는 설명이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결국 문제는 코넥스에서 거래가 활발하지 않다는 것"이라며 "코넥스도 코스닥과 마찬가지로 공모를 진행해 투자자들의 관심을 모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민아 기자 jkim@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