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잇따른 기술 인재 영입으로 ‘뉴삼성’ 행보에 박차를 가한다. 그동안 인재 확보를 강조해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방침에 따라 반도체, 신사업, 인수합병(M&A), 마케팅, 연구개발(R&D) 등 각 분야 인재가 삼성으로 향하는 중이다.

삼성전자는 5월 반도체연구소 D램 TD실(Technology Development) 상무로 한진우(사진) 한국과학기술원(KAIST) 박사를 영입한 것으로 IT조선 취재 결과 확인됐다.

19일 삼성전자 기흥 반도체 R&D단지 기공식에 참석한 이재용 부회장(왼쪽 두번째)의 모습 / 삼성전자
19일 삼성전자 기흥 반도체 R&D단지 기공식에 참석한 이재용 부회장(왼쪽 두번째)의 모습 / 삼성전자
한진우 상무는 미 항공우주국(NASA) 선임연구원(Senior Scientist) 출신이다. 2010년 KAIST 전기·전자공학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고, 같은 해 NASA 에임즈연구센터에 파견돼 정규 연구원으로 근무했다.

그는 2011년 전자섬유에 필수적인 ‘저항 스위칭 메모리’를 개발하는 성과를 냈다. 2016년에는 미국 백악관과 연방정부가 선정하는 '촉망받는 젊은 과학기술인 105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한 상무가 재직 중인 D램 TD실은 D램 공정 기술을 개발하는 조직이다. 삼성전자는 6월 기술 개발을 담당하는 메모리TD실의 기술개발 역량을 전문화하기 위한 조치로 D램 TD실과 플래시 TD실로 세분화했다. D램 TD실장은 박제민 부사장이, 플래시 TD실장은 장재훈 부사장이 맡았다.

한진우 반도체연구소 D램 TD실 상무 / KAIST
한진우 반도체연구소 D램 TD실 상무 / KAIST
삼성전자는 6월 파운드리 디자인 플랫폼 개발실 담당임원으로 미국 퀄컴 출신 윤세승 부사장을 영입했다. 5월에는 세계 3위 반도체 장비회사인 미국 램리서치의 윤석민 수석 디렉터를 설비기술연구소 설비개발실 담당임원(부사장)으로 영입했다. 윤 부사장은 반도체 설비기술 선행연구 및 핵심 요소기술을 개발하는 총 책임 역할을 한다.

인수합병(M&A)에 속도를 내기 위한 인재도 영입했다. 퀄컴·도이치텔레콤·맥킨지앤드컴퍼니 등 유명 IT회사와 컨설팅 업체를 거친 정성택 부사장은 8월부터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 부문 산하 신사업TF장으로서 업무를 시작했다.

이외 7월 미주 반도체 총괄(DSA)에 패키징 솔루션 센터를 신설해 애플 출신의 김우평 부사장을 센터장으로 영입했고, 6월 메타(옛 페이스북) 자회사인 오큘러스VR 출신인 윤가람 상무를 삼성리서치 AR(증강현실)랩장으로 영입했다.

6월에는 또 글로벌마케팅센터 담당임원으로 권욱 상무를 영입해 닷컴익스피리언스그룹장에 선임했다. 권 상무는 삼성전자 세트 제품을 직접 판매하는 창구인 삼성닷컴의 온라인 비즈니스 마케팅 등 주요 마케팅 업무를 추진하는 역할을 맡는다.

삼성전자의 이같은 인재 확보 러시는 인적 자원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하는 이재용 부회장의 주문에 부응한 결과다. 이 부회장은 6월 18일 유럽 출장 귀국길에서 "저희가 할 일은 좋은 사람을 모셔오고, 조직이 예측할 수 있는 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유연한 문화를 만드는 것이다"라며 "다음으로 아무리 생각해봐도 첫 번째도 기술, 두 번째도 기술, 세 번째도 기술 같다"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은 19일 사장단 간담회에서는 반도체·배터리·바이오·디스플레이 등 첨단산업 인재의 선제적 확보가 중요하다며 "인재 투자를 아끼지 말라"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