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그 동안 국내 메타버스 산업 진흥을 위해 여러 정책을 내놨다. 범정부 차원의 종합계획도 세웠다. 하지만 정책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원인으로는 개념 혼동이 꼽힌다. 이에 메타버스 산업이 소관 부처도 명확하지 않은 만큼 ‘메타버스진흥원’ 같은 전담 기관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메타버스. / 픽사베이
메타버스. / 픽사베이
"메타버스, 넌 정체가 뭐니?"

우리 정부는 올해 1월 20일 ‘메타버스 신산업 선도전략’을 범정부 합동으로 발표했다. 메타버스 시대에 발맞춰 우리나라를 메타버스 선도국가로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2026년까지 글로벌 메타버스 선점, 메타버스 전문가 양성, 메타버스 공급기업 육성, 메타버스 모범사례 발굴 등을 목표로 내세웠다. 하지만 메타버스 신산업 선도전략은 체계와 내용이 모호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위정현 콘텐츠미래융합포럼 의장은 "선언적 문구만 있고 방향성이 결여됐다"며 "실감형 콘텐츠 지원사업의 이름만 바꾼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는 메타버스 관련 용어가 혼용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도 메타버스 정의를 논할 때 가상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현실을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라는 정도만 공통적으로 이야기한다.

메타(舊 페이스북)처럼 가상현실(VR) 관련 사업을 진행하는 기업은 VR 기반 가상세계를 메타버스라고 본다. 그렇다고 VR을 활용해야만 메타버스로 지칭하는 것도 아니다. 젭(ZEP)은 2D 도트그래픽이 특징이고, 제페토와 이프랜드는 3D 기반이다.

다르게 정의하기도 한다. 온라인 가상세계에서 경제활동이 이뤄져야 한다는 ‘좁은 의미의 메타버스’와 온라인에서 다른 사람과 상호작용하면 메타버스로 보는 ‘넓은 의미의 메타버스’도 있다. 최근에는 메타버스까 새로운 인터넷 이용 방식이나 ‘웹 3.0’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메타버스 개념 정립 전까지는 제도권 편입 어려워

명확하지 않은 정의는 산업을 육성하겠다고 나선 정부 정책을 의욕만 앞선 것 같은 모양새로 만들었다. 메타버스를 중심으로 거시적 사회 변화가 일어날 수 있지만 정부의 메타버스 정책은 메타버스 시대의 신산업·서비스 육성만 강조해 사회 변화에 대한 대응이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2022 국정감사 이슈분석에서 "정부의 메타버스 신산업 선도전략이 메타버스 육성을 위한 포괄적인 대책을 제시한 건 긍정적이다"라면서도 "다양한 과제 사이에서 정책의 우선순위 검토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또 "메타버스를 중심으로 인터넷 이용 환경이 재편될 경우 발생하는 사회・경제・문화 등 전 영역의 거시적인 변화를 효과적으로 준비하는 정책 방안도 병행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메타버스 개념을 정립하기 전까지는 제도권 편입도 어려울 전망이다. 조준희 한국메타버스산업협회 부회장은 "현재 메타버스가 게임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다 보니 디지털 네이티브(10대)가 주도하는 형국인데, 미래 메타버스 환경은 기술 자체가 아니라 생태계가 핵심이다"라며 "메타버스가 특정 영역을 구별하지 않고 산업 전방위적으로 다가오고 있다"고 말했다.

현행 조직체계로는 메타버스를 입법화하는 것에 한계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홍세욱 법무법인 에이치스 대표변호사는 "메타버스의 기본 개념과 유형화를 담고 추후 메타버스 산업을 진흥하고 규제하는 위원회가 있어야 한다"며 "위원회는 과기정통부와 문체부도 포함하고, 메타버스 진흥원 같은 전담기관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변인호 기자 jubar@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