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G그룹 품에 안긴 쌍용자동차(이하 쌍용차)가 장밋빛 미래를 기대하고 있지만 현실과는 괴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동화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쌍용차의 전기차 경쟁력이 낮고, 특히 활용도가 높은 전기차 전용 플랫폼이 없다는 것이 부활의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일 완성차업계에 따르면 쌍용차는 10월에 법정관리에서 벗어날 것으로 보인다. 앞서 8월 26일 서울회생법원에서 개최된 회생채권 등의 특별조사 기일과 회생계획안의 심리 및 결의를 위한 관계인집회 기일에서 법원으로부터 회생계획안에 대한 인가가 선고됐다.

KG그룹은 인수대금 3655억원으로 회생담보권과 조세채권을 100%로 갚는데 활용하고 유상증자를 통해 나머지 채권을 갚는다는 계획이다. 유상증자 이후 10월초 법원에 회생절차 종결을 신청할 예정이며 법원으로부터 승인을 받으면 쌍용차는 법정관리에서 벗어나게 된다.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전경. / 쌍용자동차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전경. / 쌍용자동차
KG그룹을 새로운 주인으로 맞이한 쌍용차는 경영정상화 가속페달을 밟는다는 방침이다. 특히 경쟁력 있는 신차 출시를 통해 경쟁력과 생존력을 겸비한 회사로 탈바꿈한다는 계획이다.

초반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신차 토레스의 계약물량이 6만여대를 넘어서며 영업적자가 큰 폭으로 감소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쌍용차는 올 상반기 591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는데 이는 전년동기 대비 3분의 1수준이며 기업회생절차 돌입 이전인 2018년 상반기 이후 최저 수준이다.

문제는 토레스의 흥행을 이어갈 신차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급격한 전동화 전환에 발맞춰 경쟁력있는 전기차를 시장에 내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쌍용차는 올해 초 첫 전기차 코란도 이모션을 출시했지만 배터리 공급 문제로 계약을 중단한 상황이다. LG에너지솔루션의 61.5㎾h 리튬이온 폴리머 배터리를 탑재한 코란도 이모션은 1회 충전시 307㎞의 주행성능을 인증받았다. 이는 1회 충전시 400㎞ 이상을 주행하는 경쟁 차량보다 적은 주행거리다.

가장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것은 ‘전기차 전용 플랫폼'이 없다는 것이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 개발은 완성차업계의 트랜드로 폭스바겐, 제너럴모터스(GM) 등 글로벌 완성차업체들도 전기차 전용 플랫폼 개발을 완료했으며 현대자동차그룹도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GMP를 적용해 아이오닉5·6, EV6를 출시했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은 내연기관 차에 비해 넓은 실내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또 단순한 배선 등을 통해 가벼운 무게를 구현할 수 있다. 또 전기차 전용 플랫폼 하나로 다양한 모델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하지만, 현재 쌍용차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가지고 있지 않다. 2023년 출시 예정인 전기 SUV ‘U100’(프로젝트명)은 기존 내연기관 플랫폼에 BYD의 배터리를 탑재하는 식으로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

쌍용차가 빠른 시일내에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개발하는 것도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 개발을 위해 막대한 연구·개발 비용이 투입돼야 하는데 현재 그럴만한 여력이 없는 상황이다. 또 전기차 생산을 위해서는 새로운 생산라인이 필요한데 쌍용차 평택공장이 노후해 이를 보수하는 비용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코란도 이모션 유럽수출 선적 / 쌍용자동차
코란도 이모션 유럽수출 선적 / 쌍용자동차
전기차 전용 플랫폼 개발이 늦어질 경우 내수와 수출에서 모두 불이익을 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환경부는 2023년부터 일정 비율 이상의 전기차를 판매하지 않은 기업에게 총매출의 1%를 넘지 않는 선에서 미달 차량 1대당 60만원의 기여금을 부과한다는 계획이다. 2026년부터는 150만원 2029년에는 300만원으로 액수를 늘릴 계획이다.

쌍용차는 전체 판매량의 8%를 전기차에 할당해야 하는데 현재 판매되는 전기차가 없어 많은 기여금을 낼 가능성이 크다.

또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 및 세계 각국의 내연기관차 판매 종료 등으로 인해 빠르게 전기차를 생산하지 않을 경우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쌍용차 관계자는 "U100은 기존 내연기관차 플랫폼을 활용하고 BYD 배터리를 탑재하는 방식으로 만들어 진다"며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개발하려면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전기차 전용 플랫폼 개발을 하지 않을 수는 없다"며 "명확한 KG그룹과 협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전기차와 내연기관차는 구조가 다르다"며 "엔진, 변속기가 빠지고 배터리를 탑재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내연기관차를 개조해서 전기차를 만드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전기차 전용 플랫폼의 활용범위도 넓다"며 "섀시, 차체 등 디자인을 여러 모양으로 바꾸면 다양한 차종을 만들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연구위원은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큰 자본과 많은 연구인력들이 필요한데 현재 쌍용차는 그렇지 못한 상황이다"면서 "전동화 전환이 급하니 내연기관차를 개조해 전기차로 만들려는 것이다"고 분석했다.

또 "전기차 전용 플랫폼이 없다면 불리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며 "국내의 전기차 비율 관련 법을 맞추기 어렵고 수출시장의 환경규제 등에 대응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현재 내수시장에서 전기차 판매량을 늘리기는 쉽지 않으며 해외시장에서도 녹록치 않을 것이다"며 "아직까지 전기차는 많이 팔아야 흑자가 나는 구조인데 브랜드 파워가 약하다 보니 전기차 모델 하나 가지고는 흑자를 내기 어려울 것이다"고 예측했다.

조성우 기자 good_sw@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