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을 조속히 추진하겠다’고 한데 대해 KDB산업은행 직원들이 단단히 화가 났다. 직원 300여명이 강석훈 회장 집무실로 몰려가 기습시위를 벌인 것. 산업은행 본점 근무 전체 직원 수가 1500여명인 점을 고려하면 적지 않은 숫자다.

1일 KDB산업은행 직원 300여명은 본관 8층에 위치한 강석훈 회장의 집무실 앞에 모여 항의집회를 벌였다. 부산이전을 신속하게 추진하겠다는 윤석열 대통령과 이에 화답한 강 회장의 전날 발언으로 직원들의 불만이 극에 달했다는 분석이다.

산업은행 직원들은 80여일째 출근 전 시간대에 1층 로비에 모여 집회를 벌이고 있다. 대규모 인원이 회장실에 찾아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시위 당시 강 회장은 외부일정으로 자리에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1일 오전 KDB산업은행 직원 300여명이 본관 8층 회장실 앞에서 항의집회를 벌이고 있다.
1일 오전 KDB산업은행 직원 300여명이 본관 8층 회장실 앞에서 항의집회를 벌이고 있다.
전날인 8월 31일 윤석열 대통령은 경남 창원 부산신항에서 열린 제7차 비상경제민생회의 발언에서 "산업은행은 부울경(부산·울산·경남) 지역으로 이전해 해양도시화, 물류도시화, 첨단 과학산업 도시화로의 길에 꼭 필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에 대해 강 회장은 "이해관계를 잘 조정하고 산업은행의 경쟁력이 훼손되지 않도록 관계부처와 긴밀히 협조해 최대한 신속하게 이전을 추진하도록 노력하겠다"는 답변을 냈다.

시위에 참여한 산업은행 직원은 "회사 구성원들의 목소리는 외면하고 은행이전 추진 의지를 지속적으로 밝히는 강 회장의 행태에 대한 내부 구성원들의 불만이 터져나왔다"며 "강 회장의 발언이 보도된 뒤 전날(8월 31일) 저녁, 회장실을 찾아가는 방안을 포함한 다양한 의견표명 제안을 직원들이 내놨다"고 말했다. 직원들은 강 회장의 발언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이날 점심시간에도 로비집회를 벌인다는 계획을 세웠다.

조윤승 산업은행 노조위원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전날 내놓은 수출지원, 기업 저금리 대출 지원, 유망 신산업 발굴 등 대부분의 정책이 국책금융기관인 산업은행이 해야할 역할"이라며 "취임 이후부터 산업은행을 흔들면서 어떻게 경제위기를 극복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공준호 기자 junokong@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