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 산업이 발전하며 로블록스, 제페토, 이프랜드, 호라이즌 같은 플랫폼 서비스가 경쟁하는 가운데, 각 메타버스가 서로 연동되는 ‘멀티버스’가 메타버스의 미래라는 의견이 나왔다. 다만 서비스 연동을 하기 위한 기준점이 없어 한계가 분명할 전망이다.

조익환 SK텔레콤 상무가 멀티버스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 변인호 기자
조익환 SK텔레콤 상무가 멀티버스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 변인호 기자
"메타버스의 미래는 멀티버스다. 이미 업계는 멀티버스 세상의 시작을 준비하고 있다. 다만 멀티버스를 구축하려면 기술 기반과 기술 표준을 정립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지만 기준점이 없다. 이를 준비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

조익환 SK텔레콤 이프랜드 담당 상무는 2일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열린 ‘제1회 메타버스표준포럼 합동 교류회’에서 이 같이 말했다.

멀티버스란 ‘가상의 지구’로 꼽히는 메타버스 여러 개가 서로 연동돼 하나의 큰 메타버스가 된 것을 말한다. 멀티버스(Multiverse)는 마블 영화 세계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 설정으로 대중에 친숙하다.

멀티버스는 각각의 메타버스 서비스가 다르다는 점에서 출발한다. MCU 멀티버스와 비슷하다. 멀티버스는 우주에 발생하는 여러 사건으로 시간과 공간의 갈래가 나뉘며 서로 다른 일이 일어나는 여러 개의 우주, ‘다중우주’를 지칭한다. 서로 다른 메타버스 서비스가 상호 연동을 하게 되면 다중 메타버스, 멀티버스가 되는 식이다.

조 상무는 "SNS 같은 소셜 서비스를 생각해보면 멀티버스는 지극히 당연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저는 카카오톡, 링크드인,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여러 가지 서비스를 다 사용하고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유튜브와 틱톡을 같이 하고자 한다면 한쪽에서 제작된 콘텐츠를 다른 쪽에도 배포하면서 사람을 모으는 시도는 이미 많다"며 "인스타그램에 콘텐츠를 올리면 페이스북에도 같이 올려지고, 유튜브 쇼츠를 틱톡에도 업로드한다"고 설명했다.

메타버스 서비스도 비슷하지만 서로 다른 소셜 서비스가 연동되는 것처럼 멀티버스로 확장할 수 있는 셈이다. 콘텐츠 창작자의 관점에서도 멀티버스 확장이 효율적이다. SK텔레콤 ‘이프랜드’에서 제작한 3D 콘텐츠를 다른 메타버스 서비스에 적용하려고 하면 같은 에셋이 제공되지 않는 이상 새로 만들어야 한다.

조 상무는 "요즘 서비스가 직접 콘텐츠를 다 만들지 못하기 때문에 크리에이터(창작자)가 필요하다"며 "크리에이터가 수익 창출을 위해 다양한 플랫폼에서 경제적 활동을 하게 되면 소유권과 소유권을 입증할 수단, 창작물이 유통될 수 있는 호환성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멀티버스를 구축할 때 각 메타버스 서비스 연동을 추진할 요인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같은 회사의 서비스를 연동하는 것도 쉽지 않다. 서비스 연동 과정에서 서비스별 차별점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바타만 봐도 그렇다. 네이버제트에서 운영하는 ‘제페토’는 5등신 3D 아바타를 지원한다. 네이버제트와 슈퍼캣 합작법인 젭이 운영하는 ‘젭(ZEP)’은 2D 3등신 아바타다.

정상권 실감형혼합현실기술포럼 의장(조이펀 대표)은 "사업자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강조하는 속성을 포기하기 싫어한다"며 "(실감형혼합현실기술포럼은) 어떻게 하면 아바타 IP를 공유할 것인가에 대해 기술표준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변인호 기자 jubar@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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