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면서 특히 더 신경 쓰게 되는 것이 바로 저작권이다. 영상을 만들다 보니 다른 자료를 가져다 써야 하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이럴 때는 ‘크리에이티브 커먼즈(Creative Commons)’가 우선순위가 된다. 저작자가 요구하는 조건만 지킨다면 자유롭게 참고 영상을 이용할 수 있다. 만일 일일이 저작자를 찾아가 허락을 받아야 했다면 유튜브 생태계가 이렇게까지나 풍성하게 성장할 수 있었을까.

크리에이티브 커먼즈는 20년전쯤 처음 등장했다. 1998년 미국에서 저작권 보호기간 연장법안이 통과됐는데 저작권이 창작자 사망 후 50년에서 70년으로 늘어나는 게 골자였다. 출판업자인 에릭 엘드레드(Eric Eldred)가 추진하고 있던 저작권 만료 문학작품 공개 프로젝트도 제동이 걸렸다. 엘드레드는 이 사건을 계기로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재단 설립에 참여하게 된다. 오늘날 한국을 비롯한 수십개의 나라에서 많은 창작자들이 이 크리에이티브 커먼즈를 이용하고 있다.

사설이 길었다. 최근 유명 벤처투자사 a16z에서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관련 콘텐츠를 하나 올렸다. ‘웹3’ 혁신이 전통적인 규제 프레임워크의 한계를 시험하고 있어 NFT를 위한 새로운 기준이 필요하다는 점에 착안, ‘CBE(Can’t be evil)’라는 이름의 코드화된 NFT 라이선스를 개발했다는 게 요지다.

쉽게 말해 NFT계의 크리에이티브 커먼즈를 직접 만들었다는 것이다. a16z는 "NFT 크리에이터의 저작권 보호, NFT 소유자를 위한 저작권 교육, 크리에이터들의 더 자유롭고 안전한 창작활동 보장이 CBE의 주역할"이라고 설명했다.

a16z는 인터넷 시대를 풍미했던 유명 투자사다. a16z는 차세대 인터넷을 웹3라고 확신하는 듯 보인다. a16z의 크립토 투자를 이끌고 있는 크리스 딕슨은 한 컨퍼런스에서 "오늘날의 인터넷은 a16z가 초기 투자했던 페이스북, 트위터를 비롯한 소수의 인터넷 회사가 장악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더 나은 인터넷을 만들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인터넷이 주는 네트워킹 효과가, 회사가 아닌 커뮤니티에 가치를 부여하는 새로운 시스템을 만드는 일"이라고도 했다.

필연적으로 웹3에선 웹2보다 크리에이터나 사용자의 비중이 훨씬 커진다. 실제 초기 빅테크에 투자했던 a16z의 포트폴리오에는 크리에이터 투자가 들어가고 미래 수익에서 일정 부분을 받는 크리에이터 DAO(탈중앙화자율조직) 같은 것들도 등장한다. 웹3의 한 축이 NFT 생태계다. 저작권에 의한 회색 지대를 막는 것이 생태계 발전에 필수적임을 그들은 직관적으로 알았으리라.

NFT를 아우르는 일관된 법이 없는 상황이다 보니 저작권에 대한 표준eh 있을 리 만무하다. BAYC가 NFT 판매시부터 구매자에 저작권을 활용할 수 있도록 상업 권리를 부여한 경우도 있기는 하다. 그러나 모든 NFT 프로젝트가 저작권을 인정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오죽하면 세계 최대 NFT 경매 사이트 ‘오픈씨(OpenSea)’ 조차도 저작권 소송 등의 문제를 겪는 중이니 말이다. (참고로 a16z는 오픈씨에도 투자했다)

a16z 법률 담당은 트위터를 통해 이런 멘트를 날렸다. "NFT 생태계 전반에 걸쳐 상당한 모호성과 법적 위험이 존재하고 표준화가 부족하다는 것은 업계의 걸림돌로 작용한다."

아직은 불완전하고 미숙해 보이는 NFT 시장에 a16z이 나선 것을 보니 새삼 멋있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왜 일까. 너희가 못하면 우리가 한다는 것일까. 규제당국보다 한발 앞선 벤처캐피털이라니. NFT 버전의 크리에이티브 커먼즈는 과연 20년 뒤 어떤 모습으로 세상에 존재할까. 그 미래가 궁금해진다.

*본고는 필자의 개인적인 견해로 IT조선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은 아닙니다.

신지은 작가 sjesje1004@gmail.com
서강대 경영학 학사, 국제통상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10년 이상 경제 방송 진행자 및 기자로 활동했다. 유튜브 ‘신지은의 경제백과’를 운영 중이며 저서로 ‘누워서 과학 먹기’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