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SK, LG 등 주요 대기업이 경쟁적으로 재생에너지 전환 로드맵을 발표하며 탈탄소 실행에 속도를 낸다.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려면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지만, 각국 정부의 탈탄소 기준에 맞춰야 더 큰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다시말해 탄소 배출량 감축 능력이 사실상 기업의 미래 성장 동력인 셈이다.

한국 기업 가운데 가장 전력 사용량이 많은 삼성은 책임감이 크다. 2021년 5278GWh(기가와트시) 규모의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며 전년대비 사용량을 전년 대비 31%쯤 늘렸다. 5년 전인 229GWh와 비교하면 22배 급증했다. 2020년에는 미국·유럽·중국 등 사업장에서의 재생에너지 사용률을 100%까지 높인다. 중남미·서남아시아 사업장 전력 역시 2025년까지 100% 재생에너지로 전환한다.

왼쪽부터 이재용 삼성 부회장·최태원 SK그룹 회장·구광모 LG그룹 회장 / IT조선 DB
왼쪽부터 이재용 삼성 부회장·최태원 SK그룹 회장·구광모 LG그룹 회장 / IT조선 DB
삼성은 최근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 100% 전환·사용을 약속하는 글로벌 캠페인 'RE100' 가입을 시사했다. 삼성은 조만간 RE100 가입 선언과 함께 지속가능 경영과 관련한 중장기 전략을 발표할 예정이다. 환경 부문에서 핵심으로 꼽히는 RE100은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 100%를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겠다는 내용의 캠페인이다.

한종희 삼성 DX부문장(부회장)은 6일(현지시각) 독일 베를린에서 진행된 'IFA 2022' 기자간담회에서 "(지속가능경영과 관련해) 실천 가능하고 달성 가능성이 뚜렷한 것을 정리해 발표할 예정이다"라며 "(RE100 가입 여부를 놓고) 큰 비전 발표를 앞뒀다"고 밝혔다.

SK그룹은 가장 발빠르게 RE100에 가입한 기업으로 주요 그룹 중 가장 많은 계열사가 동참 중이다. 최태원 회장의 적극적인 주문에 호응해 2020년 국내 기업으론 처음으로 SK주식회사, SK하이닉스, SK텔레콤, SK머티리얼즈, SK실트론, SKC 등 SK그룹 6개사가 RE100에 가입했다.

SK이노베이션은 온실가스(Scope 3)에 대한 구체적인 탄소 감축 목표와 글로벌 탄소 감축 기여 의지를 담은 ‘2022년 넷제로 특별 보고서’를 8월 31일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했다. 특별 보고서의 핵심은 ‘비욘드 넷제로(Beyond Net Zero)’ 전략이다. 비욘드 넷제로 전략은 SK이노베이션이 배출하는 온실가스 넷제로 달성에 더해 글로벌 탄소 감축에 대한 기여도를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SK이노베이션은 ‘탄소에서 그린으로(Carbon to Green)’ 비즈니스 모델∙포트폴리오 혁신을 통해 사업장 내 배출되는 온실가스(Scope 1, 2)뿐 아니라, 원료 생산 및 수송부터 판매, 소비, 폐기까지의 모든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Scope 3)를 감축하는 ‘넷제로 포트폴리오’ 전략을 수립했다.

LG그룹도 주요 계열사가 잇따라 RE100 가입에 동참하고 있다.

LG이노텍은 7월 RE100에 합류했고, LG에너지솔루션은 2021년 4월 국내 배터리업체 중 처음으로 가입을 결정했다. LG전자도 최근 반기보고서를 통해 6월 'RE100 이니셔티브 가입 신청 건'을 만장일치로 가결했다.

LG는 6월 29일 바이오 플라스틱·탄소 저감 기술 등 친환경 기술 분야에 2조원 이상을 투자하기로 발표했다. 특히 '클린테크' 분야를 집중 육성할 방침이다. 클린테크는 에너지와 자원의 소비를 줄이고 오염물질 발생을 낮추는 기술을 일컫는다.

분야별로 바이오 소재 분야에서 LG화학이 미국 곡물기업 ADM사와 2025년까지 7만 5000톤 규모의 생분해성 플라스틱(PLA)공장 건설을 추진한다. 폐배터리 재활용 분야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과 LG화학이 2021년 12월 600억원을 들여 북미 최대 규모 배터리 재활용 업체인 '라이사이클'의 지분 2.6%를 확보하고 배터리 핵심 소재인 황산니켈을 10년간 공급받는 계약을 체결했다.

탄소 저감 기술 분야에서는 LG화학이 충남 대산의 나프타 분해 센터(NCC) 공정에서 발생하는 메탄을 이용해 연 5만톤 규모의 수소 연료를 생산하는 공장을 건설한다.

구광모 LG 회장은 클린테크 분야 성장을 위해 "고객경험을 혁신할 수 있는 기술 분야를 선도적으로 선정해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목표하는 이미지를 명확히 세우고,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R&D 투자 규모와 속도를 면밀히 검토해 실행해가자"고 강조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