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 부동산을 분양하는 메타버스 서비스가 꾸준히 증가하는 가운데, 실제로 가상 부동산을 소유한 이는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상 부동산이 한때 수억원에 거래된 적이 있어 메타버스가 돈 있는 사람들의 돈놀이에 불과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디센트럴랜드. / 디센트럴랜드 공식 홈페이지 갈무리
디센트럴랜드. / 디센트럴랜드 공식 홈페이지 갈무리
연간 6124억원 규모 시장…1200조원 규모 시장 성장 전망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가상 부동산으로 유명한 글로벌 메타버스 플랫폼은 디센트럴랜드, 더샌드박스, 크립토복셀, 솜니움스페이스 등 4곳이 꼽힌다. 4곳의 글로벌 가상 부동산 플랫폼에서 연간 판매된 부동산 거래액은 약 6124억원에 달한다.

가상 부동산 가치 역시 놀랄만 하다. 이들 플랫폼의 가상 부동산 가격은 현실 부동산 가격과 비슷한 수준까지 치솟아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메타버스 속 기회들’ 보고서에서 디센트럴랜드, 더샌드박스 등 주요 메타버스 플랫폼의 가상 부동산이 2021년 12월 기준 한 구획당 평균 1만2000달러(약 1650만원)에 거래 중이라고 집계했다. 이는 6개월 전과 비교하면 2배가 늘어난 금액이다.

또 미국의 유명 래퍼 스눕독은 2021년 더샌드박스에 ‘스눕버스’를 만들었는데, 누군가 스눕독의 이웃이 되기 위해 45만달러(약 6억1875만원)을 주고 근처 랜드를 구매하기도 했다.

코인텔레그래프는 "메타버스 세계의 가상 부동산은 거래 규모가 커지고, 가격도 계속 오르고 있어 가장 강력한 히트 상품이라 볼 수 있다"며 투자 미래가 밝다고 봤다. 자산 관리 업체인 그레이스케일 역시 "가상 부동산 거래 시장은 향후 1조달러(약 1200조원) 규모로 급성장할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거래액 대비 턱 없이 적은 이용자…거품과 함께 무너지는 가치

문제는 규모에 비해 실제 이용하는 이들의 숫자가 터무니 없이 적다는 것이다. 가상 부동산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 중 1·2위로 꼽히는 디센트럴랜드와 더샌드박스에 땅을 보유한 이는 모두 합쳐 2만명이 채 되지 않는다.

블록체인 데이터 플랫폼 듄애널리틱스가 발표한 내용을 살펴보면 디센트럴랜드 가상 부동산 ‘랜드’ 소유자는 9월 현재 지난해 12월과 비교해 46%쯤 증가했다. 증가율만 보면 대폭 증가한 것처럼 보이지만 소유자 수로 비교하면 3500여명에서 5200여명으로 불과 1700명이 늘어난 셈이다. 글로벌 대상 서비스 이용자 수라고 하기에는 턱없이 적은 수치다. 소수의 인원이 참여해 많은 돈을 가상 부동산에 투자한 것으로서 ‘그들만의 돈놀이’로 보이는 이유다.

가상 부동산을 보유한다고 해도 얻을 이점이 별로 없다. 최근에서야 더샌드박스 같은 기업이 랜드 보유자에 가상화폐를 일정량 배당하는 식으로 혜택을 주고 있지만 실물 부동산이 아니라는 점에서 임대도 줄 수 없다.

이에 일각에서는 소수의 부자가 가상 부동산에 관심을 가졌다가 흥미를 잃은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여기에 코딩만 할 수 있으면 언제든 가상의 공간에 새로운 땅이나 서비스를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희소성이 전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런 지적이 잇따르자 랜드 가격은 빠르게 내려가고 있다. 디센트럴랜드 월평균 랜드 가격은 2020년 9월 1만629달러(약 1469만원)에서 올해 9월 2589달러(약 358만원)으로 하락했다.

NFT ‘양날의 검’ 됐나

업계는 가격보다 접근성이 문제라고 주장한다. 특히 불편함이 이용자의 수가 적은 가장 큰 요인이다.

메타버스 업계 한 관계자는 "보유자가 적다는 것은 거래하는 사람이 별로 없기 때문인 것 같다"며 "가격보다 접근성이 떨어져 거래할 수 있는 사람 자체가 적다"고 설명했다.

대체불가능토큰(NFT)이 대표적이다. 가상 부동산의 소유권은 블록체인으로 발행되는데, NFT가 등기부등본의 역할을 한다. 메타버스 내 토지를 한정된 수량의 NFT로 발행해 판매하면 구매자는 토지의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다. 이는 거래가 가능한 재화가 돼 구매한 토지를 다시 판매하거나 임대를 내주며 이익을 만들어 낼 수 있다.

하지만 NFT 거래를 위해서는 ‘지갑(전자지갑)’이 필수다. 가상 부동산을 거래하려면 메타마스크 같은 전자지갑을 만들고, NFT를 거래할 ‘오픈씨’ 같은 플랫폼에 지갑을 연동해야 한다. 또 거래에 필요한 가상화폐를 사려면 업비트나 빗썸 등 가상화폐 거래소를 이용해야 하고, 가상화폐를 사서 전자지갑에 넘겨야 한다. 서비스 출시부터 신경을 쓰다 보니 사용자 인터페이스(UI)가 불편하고, 거래를 위해 넘어야 할 허들이 많다는 것이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영어도 써야 하고, 지갑을 만들어 거래소에 방문해 토큰을 사서 넘기는 과정에서 수수료도 든다"며 "가상 부동산은 주식 정도로만 진입장벽이 낮아져도 전통적 투자자인 중장년층이 유입돼 전체 거래도 늘어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변인호 기자 jubar@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