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대기업이 핵심 사업부를 물적분할해 자회사를 세우고 이를 상장시키는 이른바 ‘쪼개기 상장’을 막기 위한 대책을 내놨다. 물적분할 이후 5년 내 자회사를 상장하는 경우도 대책에 포함돼 있어 SSG닷컴(쓱닷컴)의 기업공개(IPO)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관측이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물적분할 자회사 상장 관련 일반 주주 권익 제고 방안’을 발표했다. 물적분할은 분할회사(모회사)가 특정 사업부를 분리해 신설회사(자회사)를 만들고 이 회사의 주식 모두(100%)를 소유해 지배권을 확보하는 기업분할 제도다.

금융당국은 고성장 사업 부문을 물적분할해 단기간 내 상장하면서 주주권 상실과 주가 하락 등 일반 주주의 피해문제가 불거진 것을 개선안 발표 이유로 꼽았다. 이번 개선안에는 ▲물적분할 시 공시 강화 ▲주식매수청구권 도입 ▲물적분할 후 자회사 상장 시 심사 강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실제 기존 주주들이 물적분할로 인해 피해를 받는다는 것은 확인됐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쪼개기 상장을 포함하는 모자기업 동시상장은 매년 신규상장기업의 20%를 차지한다. 동시상장 시 자회사는 기업가치가 상대적으로 낮게 형성되고 이미 상장돼 있는 모회사는 자회사 상장 이후 기업가치가 하락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남길남 자본시장 선임연구위원은 "기업가치 측면에서 쪼개기 상장을 비롯한 모자기업 동시상장은 부정적 효과가 발생한다"며 "상장기업의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모자기업 동시상장에 대해 기업지배구조 개선 조치 또는 상장심사 강화를 통한 억제 방안 마련이 요구된다"고 주장했다.

이번 금융당국의 새 방침에 따라 관심의 대상으로 떠오른 곳이 SSG닷컴이다. SSG닷컴의 모회사인 이마트와 신세계는 2018년 10월 31일 자사의 온라인 쇼핑몰 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해 SSG닷컴을 설립한다고 공시했다. 이듬해 2월 SSG닷컴이 정식 출범했다. 지난해 말 기준 이마트가 50.1%, 신세계가 26.9%의 지분을 각각 보유하고 있다.

SSG닷컴에 적용되는 것은 세 번째 방안인 상장심사 강화 부분이다. 물적분할 이후 5년 내 자회사를 상장할 경우, 거래소가 모회사 일반주주에 대한 보호 노력을 심사하고 미흡한 경우 상장을 제한한다는 내용이다. 상장기준 개정 전에 물적분할을 완료한 기업도 분할 후 5년이 지나지 않았으면 이번에 강화된 상장심사 제도가 적용된다.

시장에서는 이번 상장심사 제도 강화는 SSG닷컴 상장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SSG닷컴은 지난해 상장을 위해 대표주관사로 미래에셋증권과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을 낙점했다. 당초 연내 상장할 예정이었지만 증시 상황 악화 등을 이유로 내년으로 상장 일정을 미룬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은 이번 기업공시서식과 거래소 상장기준 개정을 오는 10월까지 완료할 예정이다. 주식매수청구권 도입 관련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은 지난 5일 입법예고, 연내 제도개선을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경우 SSG닷컴은 강화된 심사 기준을 통과해야 한다.

김수연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미 물적분할이 완료됐더라도 아직 5년이 경과하지 않았다면 강화된 상장심사 제도가 적용된다는 것은 2010년부터 2021년까지 물적분할 후 상장한 자회사들이 상장하기까지 소요된 기간이 평균 4.4년이라는 점을 감안한 것"이라며 "이번 조치로 물적분할 기업들이 예전처럼 쉽게 자회사를 상장시키기 어려워지고 주식시장에서는 IPO 물량부담이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SSG닷컴 관계자는 "상장 준비는 이미 끝마친 상황으로 시장 상황을 보고 상장 시기를 결정할 계획"이라며 "금융당국의 물적분할 기업 관련 상장심사 강화 부문에 대해서는 현재로서는 이렇다 할 말씀드릴 부분은 없다"고 답했다.

김민아 기자 jkim@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