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중국 기업이 거의 장악했다. 세계 1위 배터리 기업인 CATL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K배터리 3사의 매출 합계를 뛰어넘었다. 이제 한국 기업이 중국을 추격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신생기업 CATL은 막강한 중국 내수 시장을 기반으로 유럽 시장까지 영역을 확장하며 탄탄한 1위 자리를 꿰찼다. 반면 K배터리 업계는 정부 주도의 보조금 대상 차량 리스트에서 탈락하는 등 악재를 잇달아 만났다.

중국 푸젠성 닝더시의 CATL / 조선일보 DB
중국 푸젠성 닝더시의 CATL / 조선일보 DB
K배터리 3사 합쳐도 中 CATL에 밀려

14일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가 공개한 자료를 보면, 올해 상반기 전세계 전기차(BEV, PHEV) 판매량은 435만대며 총 매출 규모는 472억 3000만달러(65조 7205억원)다. 이 가운데 CATL이 130억달러(18조 856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전체 시장의 30%를 차지했다. 압도적 1위다.

K배터리 기업은 2(LG에너지솔루션)위와 4위(삼성SDI), 6위(SK온)을 차지했으며, 상반기 전기차 배터리 매출액 규모는 모두 합쳐 108억 9000만달러(15조 1447억원)다. K배터리 3사의 매출이 CATL 한 곳보다 3조원 적다.

CATL 이외 중국 배터리 기업의 약진도 두드러진다. 매출 상위 10위권에 이름을 올린 기업 중 6곳이 중국 업체다.

BYD(38억 3600만달러·9%)가 매출액 3위에 올랐고, CALB(15억 2000만달러·4%)는 7위, 구오쉬안(11억 3000만 달러·3%)은 8위, EVE(5억 2000만달러·1%)는 9위, SVOLT(4억 2000만달러·1%)는 10위에 이름을 올렸다.

2020년 초반 K배터리 3사의 합산 점유율은 CATL보다 앞섰다. 하지만 2020년 하반기부터 변화가 생겼다. CATL이 중국 및 유럽 등에서 대규모 양산체제를 구축하며 판도가 확 바뀌었다.

CATL은 2020년 24.6%에서 2021년 32.6%로 시장 점유율(배터리 사용량 기준)이 상승하며 빠르게 치고 올라왔다. 반면 K배터리 3사는 2020년 34.7%에서 2021년 30.4%로 4.3%포인트 감소했다.

신생기업이던 CATL이 세계 1위에 오른 비결은…

2011년에 탄생한 CATL은 쟁쟁한 배터리 업체들을 제치고 빠르게 성장했다. 창업 6년만인 2017년 처음 1위에 올랐고, 5년 연속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CATL은 기술력 향상을 발판 삼아 급속도로 성장했다. 현재까지 4000개쯤의 특허를 획득했고, 압도적인 규모의 연구 인력을 보유한다. CATL의 2020년도 사업보고서를 보면 127명의 박사와 1382명의 석사를 포함해 5592명의 연구개발(R&D) 인력을 보유했다. 3300명쯤을 확보한 LG에너지솔루션을 훨씬 웃돈다.

CATL은 2014년 중국 배터리 업체 중 최초로 독일 완성차업체 BMW를 고객사로 확보해 업계의 관심을 받았다. 자국을 넘어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도 기술력을 인정받은 것이다. 이후 다임러, 폭스바겐, 테슬라 등을 주요 고객사로 확보하며 세계 1위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중국의 거대한 전기차 내수시장과 정부의 조력도 CATL의 성장에 날개를 달아줬다. 중국 정부는 2016년부터 자국 배터리 업체를 지원해왔다. 중국 업체가 생산한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이로 인해 중국의 완성차 업체뿐 아니라 중국에 진출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CATL 배터리를 대거 탑재했다.

중국 정부가 ‘중국제조 2025’를 발표할 당시 중국 국영은행들은 CATL 창립초기 1억달러(1391억 5000만원)를 한꺼번에 지원하기도 했다.

대규모 중국 내수 시장도 CATL의 성장에 한몫 했다. 7월 말 기준 중국 전기차 등 신에너지 차 판매량은 319만 4000만대로 전년 대비 120% 증가했다. 중국 정부는 2025년 전기차 연간 판매량이 500만대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한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CATL은 거대한 중국 내수 시장을 등에 업고 점유율을 늘려가고 있다"며 "중국 정부 차원에서도 자국 기업 활성화를 위해 보조금 지원 등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이나 중국이 IRA 등 다양한 정책을 펼치는 것처럼 우리 정부도 국내 기업들에 대한 보호 장치가 필요하다"며 "배터리 산업 성장을 위해 전기차를 많이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 전기차 충전 인프라를 충분히 확보하는 등 국가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혜원 기자 sunon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