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가 2024년부터 다회용 상자를 본격 도입하기로 했지만, 현장에서는 싸늘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수거와 세척하는데 따른 번거로움과 비용 부담이 커진다는 것이다.

지난 14일, 환경부는 2024년부터 다회용 택배상자 보급사업을 본격적으로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국내 유통 5개사, 물류기업 3개사와 함께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8월까지 다회용 택배상자 시범사업을 진행한 후 내린 결론이다.

시범사업은 다회용 택배상자로 배송한 뒤 소비자가 문 앞에 내놓으면 유통사가 회수해 물류기업에게 전달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물류기업이 다회용 택배상자를 세척한 후 재사용한다. 환경부는 한국폐기물협회와 함께 유통사에 맞는 택배상자를 제작하고 7개월 동안 실제 택배 배송, 회수 과정을 분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사 내용과 관련없는 사진. / 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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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범사업 결과 다회용 택배상자 사용 시 평균 배송원가는 4512원으로, 1회용 종이 택배상자를 사용할 때보다 169원 더 든다. 그렇지만 환경부는 다회용 택배상자가 1회용 종이 택배상자보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75%가량 낮추는 것을 확인했다. 폐기물 발생량도 1회용 택배상자에 비해 99.3%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환경부는 이런 결과를 내놓은 후 2024년부터 본격적으로 사업을 확대 실시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내년 상반기 중으로 다회용 택배상자 표준안을 마련하고, 택배상자 제작·세척 및 집하시설 설치 등을 위한 예산 확보를 위해 힘쓰기로 했다.

하지만, 일선 현장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 상황이다.

택배기사들은 "쿠팡 로켓프레시백 일일이 수거하는 것도 짜증났는데 현장의 목소리는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다", "수거비용을 배송 수수료만큼 주면 몰라도 불가능에 가까운 정책이다", "탁상행정에 불과하다"는 등의 의견을 내놓고 있다.

실제로 쿠팡의 로켓프레시백을 배송하고 회수하는 배송기사들은 단가가 낮다는 이유로 회수를 꺼리고 있다. 회수가 원활하게 되지 않아 현관 앞에 그대로 방치되고 쌓이는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수거 및 세척비용이 택배 배송비나 상품 가격에 포함될 것이라는 시각도 많다. 소비자들에게 수거·세척에 따른 비용을 별도로 받지 않지만, 비용이 추가로 드는 만큼 배송비나 상품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수거 및 세척비용은 사업에 참여하는 물류기업이나 세척업체가 책정하게 되는데, 아직까지 결정된 것은 없는 상태다.

환경부는 사업에 참여하는 택배사 및 각종 비용 등은 결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한 2024년부터 다회용 택배상자를 의무화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온라인몰과 계약을 맺고 배송을 수행하는 물류기업이 다회용 택배상자를 도입했다면, 소비자가 주문 시 어떤 상자로 받을 것인지 선택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다회용 택배상자 사업은 택배사에서 참여 여부를 선택하는 것일뿐 의무는 아니다"라며 "폐기물을 줄이자는 차원에서 2024년 4월부터 시작하는 1회용 택배상자 과대 포장 규제와 함께 다회용 택배상자를 보급하는 사업을 시작하려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2024년 4월 30일부터 시행되는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자원재활용법) 하위법령 개정안은 불필요한 이중포장 금지, 과대포장 규제 대상 확대, 제품 대비 과대한 포장 방지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개정안에 따르면 택배상자 내 빈 공간이 50% 이하여야 하고, 포장 횟수는 2회 이내여야 한다.

황혜빈 기자 empty@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