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박한 세상 속 어른들의 동화가 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스카이라이프TV 앞길을 동화로 만들어줬다. KT스튜디오지니에서 제작하고 ENA 채널에서 방영한 이 드라마는 신드롬에 가까운 인기를 끌었고, 존재감 없던 ENA 채널은 업계의 핫 이슈로 급부상했다.

KT그룹에서 따로 살아가던 스카이라이프TV와 미디어지니는 11월 한 몸으로 합친다. 미디어지니와 ENA의 채널 경쟁력을 한데 모아 시너지를 내겠다는 전략에서다.

오광훈 스카이라이프TV 콘텐츠사업본부장이 발언하고 있다./ 스카이라이프TV
오광훈 스카이라이프TV 콘텐츠사업본부장이 발언하고 있다./ 스카이라이프TV
드라마 우영우의 성공 요인은 다양하다. 물론 작품이 좋았기 때문도 있지만, 투자를 결정하고 유통에 나선 KT스튜디오지니와 ENA의 전략적 판단도 결정적 영향을 줬다.

최근 시장 경기 침체는 자극적 콘텐츠의 남발을 자극했다. 막장 드라마 수준의 콘텐츠에 시청자의 눈길이 쏠린다는 점을 노린 결과물이다. 이런 시기에 혜성처럼 깜짝 등장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시청 행태를 단번에 바꿔놓은 작품으로 자리잡았다. 순수한 마음을 지닌 주인공이 펼치는 한 편의 동화같은 스토리에 한국의 시청자들이 대거 몰렸다. 스카이라이프TV는 우영우를 통해 자사 방송 채널인 ENA를 일약 스타덤에 올리는 성과를 냈다.

IT조선과 23일 광주 에이스 페어 행사장에서 만난 오광훈 스카이라이프TV 콘텐츠사업본부장은 얼마전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일면식도 없던 아래층 주민과 있었던 일화를 언급하며 회사의 기나긴 성장 스토리와 비전에 대해 설명했다.

오 본부장은 평소 ENA 채널 로고가 새겨진 마스크를 쓰고 다닌다. 엘리베이터서 그를 만난 "ENA 다니시나 보다"며 인사를 건냈다. 우영우가 히트를 치기 전에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일이 거짓말처럼 현실화했다.

―현재 스카이라이프TV 채널 중 대중에게 크게 알려진 채널은 ENA다. 이외에 회사가 집중해서 키우고 있는 채널이나 소개하고 싶은 채널이 있나.

ENA는 우리 회사의 채널 브랜드이자 주력 채널의 채널 이름이다. 서울방송의 채널명이자 브랜드인 SBS와 마찬가지 성격을 가졌다. SBS도 SBS 비즈, SBS 드라마 등으로 나눈 것처럼 ENA도 ENA 드라마, ENA 플레이, ENA 스토리를 더해 총 4개의 채널이 있다. KT그룹에서 미디어 사업을 체계적으로 하기 위해 올해 4월 브랜드를 ENA로 통일했다. 이외에도 ONCE, 헬스메디 등 각각의 장르에 맞는 채널을 육성 중이다. ENA를 간판 선수들처럼 앞에 내놓고 있긴 하지만 각각의 채널마다 장르에 맞게 운영하고 있다.

―미디어지니 합병 후 양사가 운영하던 채널을 매각하거나 개편해 ENA와 같은 인기 채널에 집중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실제 채널 운영 계획은 어떻게되나.

올해 4월 ENA 브랜드 론칭 당시만 해도 합병까지 할 생각은 안했었다. 이익 면에서 끊임없이 검토를 하고 있지만 아직 정확한 방향을 판단하기에는 이르다. 우선 11월 합병 계획만으로도 정신이 없다.

채널 포트폴리오에 대해서는 합병을 잘 마친 후 생각할 계획이다. 지금 단계에서 채널을 더 줄인다 늘린다 이야기하는 것은 시기상조다.

오리지널 콘텐츠가 아니라 콘텐츠를 구매해서 채널에서 틀어야 하는 경우처럼, 채널 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투자 비용도 늘어난다. 예를들어 채널 9개를 가지고 있으면 채널에서 틀어야하는 드라마도 9개 사와야 한다. 자체 제작 콘텐츠라면 돈을 주고 살 필요가 없기 때문에 회사가 보유한 채널 전부에 틀어도 비용은 같다.

채널 운영 계획은 이런 전략에 따라 늘어날 수도 있고 줄어들 수도 있다. 회사 입장에서 효율화를 생각해 결정할 계획이다. 채널을 늘리는게 ENA가 크는 데 도움이 되겠다 싶으면 늘릴 것이고 줄이는 게 낫겠다 싶으면 줄일 것이다. 마찬가지로 그대로 두는 게 낫겠다 싶으면 그대로 둘 것이다.

―내년 채널 ENA 투자금액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는지.

공개적으로 말씀을 드렸던 규모는 향후 3년간 5000억원 규모였다. 4월 발표를 했는데 아직 몇 달 안 지났기 때문에 당시와 바뀐 것은 없다. 3년간 5000억원을 투자를 하며, 내년에 100억원, 그 다음해에 100억원, 3년 후에 4800억원처럼 균형을 잡고 투자하지는 않겠지만, 처음 계획했던 것처럼 큰 틀에서 많이 어긋나거나 하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미디어지니 흡수합병 완료 후 실적 등 최우선 목표를 수치로 정해둔 게 있다면.

경영부서가 아니라 정확하게 말하긴 어렵지만, 두 회사가 각각 목표를 달성하는 쪽으로 가지 않을까 싶다. 11월 합병하는 회사가 갑자기 시너지를 낸 결과, 두 회사의 목표보다 150% 이상 늘어난 실적을 기록한다거나 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두 회사가 합쳐진다는 것은 일단 사람들간 화학적 융합이라는 숙제를 준다. 한 두달 정도는 화학적 융합에 집중을 하고 내년부터는 달려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신드롬으로 박은빈 배우가 큰 인기를 끌었는데, 다음 주자로 점찍어 둔 배우가 있는지.

방송 채널 입장에서 대본도 검토하고 여러가지를 봐서 의견을 내기는 하지만, 드라마를 제작하는 스튜디오 의견도 고려해야 한다. 물론 회사 입장에서 말할 수 있는 모범 답안은 연기력 좋고 개성있는 배우와 함께 작업하고 싶다는 것이다.

―기존에는 채널A와 SBS플러스 등과 콘텐츠를 공동 제작해왔는데 스튜디오지니 합병 후에도 공동 제작 기조를 이어갈 예정인가.

ENA에서 예능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직접 만들었는데 다른 방송 채널에서 볼만큼 재밌다는 평가를 받는다고 가정해보자. 그런데 ENA 채널 자체가 유명하지 않아 그 콘텐츠를 아는 사람이 별로 없다고 치자. 이 한계를 극복하기란 쉽지 않다. 혼자 아무리 잘해봤자 시청자가 보지 않는 콘텐츠라면 의미가 퇴색될 수밖에 없다. 유통 채널이 많으면 많을수록 상품이 알려지기 쉬운 만큼 공동 제작과 같은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다.

비용적인 문제도 생각해 봐야 한다. 단독 제작을 하는 것보다 둘 이상이 비용을 지불하는 방식을 택하면 제작의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다.

‘나는솔로’의 경우 대표적인 공동 제작 프로그램 중 하나다. 반은 ENA 것이지만 SBS플러스에서도 방영이 된다. 사람들은 나는솔로가 SBS플러스가 만든 콘텐츠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ENA가 섭섭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은 다르게 판단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나는솔로라는 프로그램을 일반 대중이 알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체 운영하는 채널을 알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프로그램 자체를 대외적으로 많이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 이 때문에 공동 제작에 나서던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고 본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와 같은 차기 인기 콘텐츠 어떤 형태로 준비하고 있는지.

내년 초 공개할 드라마 라인업까지 모두 공개를 했다. 우영우 드라마는 8월에 방영됐는데 드라마 속에서 입김이 나오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미리 찍어둔 콘텐츠이기 때문이다.

ENA에서 하는 모든 드라마가 우영우처럼 대박이 날 것이라고 믿으며 준비하고 있다. 첫째 아들이 좋아, 둘째 아들이 좋아 그러면 '손가락 깨물어 봐, 안아픈 손가락 있나'라는 답밖에 할 수 없다.

―우영우로 큰 성과를 냈다. 비결이 뭐라고 생각하나.

일단 작품이 좋았던 게 제일 컸다. 타이밍도 잘 맞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세상은 각박한 만큼 더 자극적인 내용이어야 사람들의 눈을 잡아끌 수 있다. 방송 프로그램들이 다 자극적인 쪽으로 가고 있었다. 그런데 사람들 마음 속에는 어렸을 때 보던 동화에 대한 동경이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우영우는 사람들의 동경을 톡하고 건드려준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우영우는 사회적인 신드롬이 될 만큼 인기를 끌었다. 경쟁사라고 할 수 있는 종편이나 지상파 뉴스에도 나올 정도까지 갔다. 그렇게 된 데는 보이지 않는 트렌드, 욕구 같은 것들을 건드렸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건드리기만 하면 되는 건 아니고 마케팅에도 투자를 많이 했다.

시점도 중요했다. ‘이 시점에 대한민국에서 이 작품이 먹힐까’를 판단해야 한다. 우영우 드라마는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크게 먹혔다. 심지어 다른 나라에서도 그렇다. 따지고 보면 해외라고 해서 안 팍팍하고 안 자극적인 트렌드 겠냐는 생각이 들었다. 이솝우화나 안데르센 동화는 다 같이 읽었으니, 사람들 마음에 동화에 대한 동경이 있었을 것이다. 우리가 이런 시청자들의 숨겨진 요구에 부응했다고 생각한다.

―외부에서 스카이라이프TV를 어떻게 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나.

우리 회사는 심플하다. 채널사업자로 알려져 있지만 콘텐츠 크리에이터로 알려지기를 원한다. 그러기 위해 계속해서 노력하고 있고 앞으로도 노력을 해 나갈 것이다.

노스페이스 옷은 영원무역이라는 무엿 회사에서 만든다. 브랜드가 노스페이스라고 해서 노스페이스에서 다 생산하는 것은 아닌 셈이다. 우리 역시 콘텐츠 유통 채널 운영자이기도 하지만 콘텐츠 제작사로서의 역할도 충분히 할 생각이다.

광주=이인애 기자 22na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