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3를 정의하라면 ‘블록체인'이라는 단어부터 이야기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블록체인은, 그러나 그 자체로는 웹3의 뼈대를 말하기에는 부족한 감이 있다. 보다 정확한 이해를 하려면 ‘인터넷 컴퓨터'라는 단어가 적합하지 않을까.

인터넷과 컴퓨터는 일상에서 늘 사용하는 단어인데 왜 인터넷 컴퓨터를 웹 3의 상징이라 하는지 의아할 것이다. 인터넷은 근본적으로 컴퓨터들의 연결망을 의미한다. 웹 브라우저를 통해 URL을 입력하면 콘텐츠가 담긴 문서가 나오는 것이 인터넷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실상 문서 이상의, 더 큰 개념이다.

인터넷하면 빼놓을 수 없는 단어인 웹이 바로 인터넷 위의 문서를 연결한 것을 지칭한다. 여기서 간단히 웹 1.0에서 웹 3.0까지의 역사를 살펴 보자. 웹 1.0은 팀 버너스리가 처음 만든 프로토타입 웹에서 시작했다. 월드와이드웹(www)하면 거창하게 들리지만 사실 링크를 누르면 다음 문서로 넘어가는 것이 출발이었다.

브라우저를 통해 컴퓨터 내의 문서와 문서를 옮겨다닐 수 있는 표준을 만들었다는 것이 웹 1.0이 대단한 이유 아닐까 싶다. 이 아이디어에서 구글과 페이스북 등 빅테크가 등장했다. 이 빅테크들이 문서 연결망 위에 애플리케이션과 서비스로의 진입로를 만든 것이 웹 2.0이다.

웹 3.0은 그렇다면 이전의 웹과 어떻게 다를까. 이 둘을 가르는 것은 ‘상태'다. 즉 스테이트리스(Stateless)가 스테이트풀(Stateful)로 변한 것이 가장 큰 차별점이라 보면 된다. 스테이트리스는 상태 저장이 되지 않는, 즉 과거 트랜잭션에 대한 정보가 저장되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각 트랜잭션은 아무리 반복적이라 하더라도 모두 처음부터 시작한다.

반면 스테이트풀은 트랜젝션에서의 컨텍스트와 내역이 저장된다. 웹 1.0 시대에는 내가 웹에서 했던 활동을 저장할 수가 없었다. 웹 2.0도 마찬가지다. 내가 자주 쓰는 포털에서 로그아웃을 했다가 다시 로그인을 하면 쇼핑카트에 물건이 담겨있지 않았다. 내 장바구니가 인터넷에 저장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엄밀히 얘기하면 이는 인터넷 바깥에서 일어나는 활동이다. 퍼블릭한 연결망 위에 저장되는 것이 아니라 포털사이트 자체 서버에 기억되는 것이니 말이다.

웹 2.0의 근본적 한계는 이 정보를 빅테크가 각각 저장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것에 있다. 모두가 인터넷 속에서는 무한한 자유를 누리고 있는 듯 하지만, 사용자의 입장에서는 실상 굉장히 제한적이고 수동적인 역할에 머물고 있었던 것이다.

웹 3.0은 인터넷 상의 이 정보들이 저장, 이 데이터를 각 개인이 통제할 수 있는 진정한 스테이트풀의 시대가 된다. 비트코인이 블록체인이라는 개념을 들고 나와 스테이트풀에 힌트를 준 지 어언 10년이 흘렀다. 스테이트풀 해진 웹 3.0의 시대는 컴퓨터로 인터넷 상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지는 프로그래머블한 컴퓨터의 시대다.

그 핵심 아이디어가 블록체인에서 시작했으니 블록체인 컴퓨터라 부르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시대를 인터넷 컴퓨터의 시대라 부르고 싶다.

마지막으로 기억해야 할 것은 이 모든 것의 출발이었던 웹 1.0 역시 하나의 제안이었다는 것이다. 컴퓨터 연결망 위에서 할 수 있는 한 가지 규약에 불과다는 것은 곧, 웹 3.0 그 이상의 발전 방향 또한 어떤 아이디어가 나오느냐에 따라 무궁무진하다는 것이다. 물론 전세계 컴퓨터들의 연결망이니 채택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본고는 필자의 개인적인 견해일 , IT조선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은 아닙니다.

김민현 커먼컴퓨터 대표 kimminhyun@comcom.ai
블록체인 기반 인공지능 클라우드 기업 커먼컴퓨터의 대표. 구글에서 7년간 일한 후 'The Internet for AI'를 목표로 커먼컴퓨터를 설립한 인공지능 전문가다. 블록체인 및 인공지능 관련 자문, 멘토 외 트레바리 등 각종 강연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