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후불결제(BNPL·Buy now pay later) 시장 규모는 올해 297조원, 4년 뒤인 2026년에는 3배가 넘는 801조원까지 급증할 전망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이미 하나의 지불결제 수단으로 자리 잡은 상황. 국내에서도 소액이지만 올해부터 이를 도입하려는 카드사와 빅테크 기업 간 경쟁 구도가 만들어지고 있다.

무신사가 운영 중인 한정판 마켓 ‘솔드아웃'과 함께 BNPL 서비스를 시작한 현대카드. / 현대카드
무신사가 운영 중인 한정판 마켓 ‘솔드아웃'과 함께 BNPL 서비스를 시작한 현대카드. / 현대카드
국내 카드사, BNPL에 잰걸음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국내에도 BNPL 서비스 도입이 활발하다. 현대카드는 지난 7월 카드가 없어도 일부 분할결제로 물품을 구매할 수 있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현대카드를 신청하거나 이용한 이력이 없는 만 19세 이상 고객 중 무신사가 운영 하는 한정판 마켓 ‘솔드아웃’의 회원이 대상이다. 솔드아웃 앱 내의 상품결제 창에서 카드 없이 분할결제를 선택, 본인인증과 출금계좌 정보 입력, 금융 이용을 위한 추가 정보를 입력하면 결제가 완료된다.

솔드아웃에서 분할결제한 금액은 구매 시점에 3분의 1만 선결제 된다. 나머지 금액은 이후 2개월 간 나눠 결제된다. 카드 없는 분할결제는 10만원 이상 50만원 이하의 단일 상품 결제 건에 적용된다. 다만 서비스 이용 중에는 다른 상품을 같은 방식으로 구매할 수 없다.

롯데카드는 국내 서비스에 앞서 베트남에서 먼저 서비스를 시작했다. 롯데카드 베트남 현지 법인인 롯데파이낸스 베트남은 베트남 이커머스 기업인 ‘티키(Tiki)’와 함께 BNPL 서비스를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KB국민카드는 사내 벤처 ‘하프하프' 팀이 다날과 BNPL 서비스 구축과 운영을 위해 준비 중이다. 국민카드가 지닌 신용평가, 채권관리 노하우와 다날의 통합 결제 관련 디지털 인프라를 융합, 금융 이력이 부족한 MZ세대를 타겟으로 삼는다는 계획이다.

카드사 관계자는 "해외에서는 이미 BNPL 서비스가 보편화돼 있다"며 "향후 이러한 소비 결제 구조에 전망이 있다고 생각해 진입하려 한다"고 말했다.

빅테크, 국내 시장 초기 선점 위해 분주

사실 국내 BNPL의 초석은 빅테크의 공이 크다. 가장 먼저 서비스를 내놓은 곳은 네이버파이낸셜. 지난해 4월부터 네이버페이에서 해당 서비스 가입 고객에 한해 서비스를 하고 있다. 단 금융위원회 정책에 따라 상품 구매 시 기존에 보유했던 네이버포인트를 모두 사용해야 이용 가능하다.

이용한도는 기존 금융정보와 네이버 쇼핑·페이 이용내역 등을 결합한 대안신용평가시스템(ACSS)을 통해 측정된다. 후불결제 서비스를 꾸준히 이용하면 월 최대 30만원까지 한도가 올라간다.

서비스에 가입하면 네이버페이 주문서(결제화면)에 후불결제 버튼이 생성, 네이버쇼핑의 스마트스토어 등에서 결제 시 선택해 이용할 수 있다. 가입 시 5·15·25일 중 납부일을 선택하면 결제금액이 해당 날짜에 자동 출금된다.

올해 1월말 카카오페이는 15만원 한도로 이용할 수 있는 후불형 모바일 교통카드를 내놨다. 카카오페이 관계자는 "교통은 환승의 과정이 있다 보니 선불로만 제공할 경우 사용자 불편이 컸다"며 출시 이유를 밝혔다. 이용자는 카카오페이 앱에서 후불교통 서비스에 등록하고 NFC 방식으로 휴대폰을 켜 결제하면 된다. 사용처는 버스, 택시, 지하철과 일부 주차장이다. 하이패스로도 사용 가능하다.

토스는 올해 3월부터 자체 대안신용평가모델인 TSS에서 한도를 평가, 고객에게 월 30만원 한도 내에서 BNPL 서비스를 제공한다. 지난 8월 기준 누적 이용자 수 는 약 25만명. 야놀자, 무신사, 오늘의집, 요기요, 위메프 등 70여 개 가맹점에서 사용할 수 있다. 토스 앱을 설치하고 가입하면, BNPL 가맹점에서 구매 희망 제품을 선택하고 결제 단계에서 ‘토스페이'로 결제하면 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 결제 시장이 확장돼, 해외에서 BNPL 서비스가 보편화 돼 있는 만큼 국내에서도 향후 시장규모가 커지는 것은 예견된 수순"이라며 "국내에는 신용카드나 모바일 소액결제가 있긴 했으나, 씬파일러들을 위한 서비스는 부족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전했다.

박소영 기자 sozer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