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이 4일 만났다. 삼성전자와 영국 반도체 설계 전문 회사 ARM 간의 전략적 협의 방안에 대해 관심이 쏠렸지만 구체적인 안을 논의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5일 재계 관계자 발언을 종합하면 이재용 부회장과 손정의 회장은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내 코퍼리트클럽에서 회동을 가졌다. 코퍼리트클럽은 삼성 계열사 임원들만 이용할 수 있는 VIP 접대용 레스토랑이다. 이 부회장을 비롯한 삼성 고위 경영진들이 외부 손님을 만날 때 자주 식사를 하는 곳이다.
이 자리에는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사장), 노태문 MX부문장(사장) 등 삼성전자 최고경영진과 르네 하스 ARM 최고경영자(CEO) 등이 동석했다.
1990년 창업한 ARM은 모바일 기기의 두뇌에 해당하는 AP 설계 분야에서 독보적 업체다. AP 반도체를 설계하고 지적재산권을 판매해 수익을 얻는다. 삼성전자·퀄컴·애플(모바일 AP), 엔비디아(GPU·그래픽 프로세서) 모두 ARM의 설계를 바탕으로 반도체를 제작한다. 소프트뱅크와 소프트뱅크 비전펀드가 각각 지분 75%, 25%를 보유 중이다.
ARM은 그동안 삼성전자가 M&A를 검토하는 후보군으로 꾸준히 거론됐다.
이 부회장은 9월 21일 해외 출장 귀국길에서 ARM 인수와 관련해 "(영국에서) ARM 경영진을 만나지 않았다"면서도 "다음 달 (ARM 대주주인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이 서울로 온다. 아마 그때 무슨 제안을 할 것 같은데 잘 모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손 회장은 "이번 (서울) 방문에 대한 기대가 크다"며 "삼성과 ARM의 전략적 협력을 논의하고 싶다"고 화답했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단독으로 ARM을 인수할 가능성이 낮고 SK, 해외기업 등과 함께 컨소시엄 인수나 일부 지분투자 가능성 등을 제기하고 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