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임금협상을 두고 진통을 겪은 현대중공업 노사가 올해 임단협에서도 갈등을 빚고 있다.

노조가 그룹사 조선3사 공동요구안 관철을 요구하며 쟁의권 확보 절차에 나선 가운데 일각에서는 연내 타결이 어려울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7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이날 현대중공업 노사는 18차 임단협 본교섭을 진행했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창립 50주년을 맞이해 노사 모두 조속한 임단협 마무리를 강조했지만 상황은 반대로 흘러가고 있는 모습이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등 그룹사 조선3사 공동요구안을 가지고 임단협에 임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전경. / 현대중공업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전경. / 현대중공업
공동요구안에는 ▲기본급 14만2300원(호봉승급분 제외) 인상 ▲현대중공업그룹 조선3사 공동교섭 ▲인력구조 개선 ▲노동이사제 조합 추천권 도입 ▲그룹사 복지 확대 ▲임금피크제 폐지 ▲부모육아휴직시 6개월 간 평균임금 20% 지원 ▲개인연금 통상임금 3% 지원 ▲교육비 지원 ▲치과보철료 연간 100만원 지원 ▲사회연대기금 20억원 출현 ▲하청노동자 처우개선 등 12가지 내용이 담겨있다.

사측은 노조의 요구안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전체 요구를 수용하면 연간 2500억원 가량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 조선 3사의 경영 상황, 인력 등이 다르기 때문에 공동교섭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에 노조의 요구안에 대한 심의는 마무리했지만 아직까지 노조 측에 전달할 제시안을 마련하지 못한 상황이다.

노조는 사측이 시간끌기를 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쟁의권 확보 준비 절차에 착수했다. 노조는 이달 1, 2주차 선전전을 시작으로 3주차에 전 조합원 집회를 열어 쟁의행위를 결의한다는 계획이다. 마지막 주에는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예정된 쟁의행위 찬반투표에는 현대중공업그룹 조선3사 노조가 모두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조직력을 확대해 사측을 더욱 압박한다는 복안이다.

일각에서는 현대중공업 노사가 지난해 임금협상에 이어 올해 임단협도 연내에 타결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18차 교섭까지 진행된 상황이지만 이견을 좁히는 등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2021 임금협약 조인식. / 현대중공업
2021 임금협약 조인식. / 현대중공업
노조의 일정도 임단협의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11월경 현대중공업 노조 대의원 선거가 예정돼 있는데 한달 가량 선거운동이 진행된다. 이 기간에는 사실상 교섭이 진행되기 어렵다.

현대중공업 노조 관계자는 "어려운 상황이다. 심의가 끝났음에도 사측이 제시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며 "제시안을 줘야 현장의 소리를 반영해서 의논할 수 있는데 그게 이뤄지지 않고 있어서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달 중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진행할 예정이다"며 "향후 투쟁 방향에 대해서는 논의 중에 있다"고 전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조선3사 공동 요구안의 경우 큰 재원이 필요한 부분이라 회사도 지속적으로 검토 중이다"고 밝혔다.

조성우 기자 good_sw@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