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스마트폰 시장 1·2위를 다투는 삼성전자와 애플이 정반대의 제품 수리 정책을 펼친다. 애플은 한국 내 아이폰 수리비를 올렸고, 삼성전자는 갤럭시 플래그십 스마트폰 수리비를 내렸다. 인플레이션으로 지갑이 얇아진 각사 소비자들에게 청천벽력 또는 희소식이다.

11일 전자업계 소식을 종합하면 애플은 아이폰14 시리즈 출시를 앞둔 9월 국내 수리비를 인상했다.

애플 아이폰14 프로 / 애플
애플 아이폰14 프로 / 애플
애플 공인서비스센터 유베이스와 KT 애플 AS 센터가 9월 중 서비스 비용을 부품별로 10% 이상 올렸고, 애플 공식 홈페이지에서도 서비스 유형별 수리 비용을 15% 이상 인상해 재공지했다.

'아이폰13 프로' 기준 전면 디스플레이 수리 비용은 32만 6700원에서 37만 8000원으로 15.7% 인상됐다. 아이폰X·XS·11 프로·12 프로·13 프로 등의 리퍼 가격은 63만 3600원에서 74만 6100원으로 17.8% 올랐다.

아이폰14 시리즈의 전면 디스플레이 수리비는 일반 모델 37만 8000원, 플러스·프로 모델 44만 910원, 프로 맥스 53만 9100원으로 각각 전작 대비 높은 수준에 책정됐다.

애플은 통상적으로 신작 발표에 앞서 수리비를 인상해왔다. 이번 인상도 그동안 치솟은 원·달러 환율과 원자재값 상승에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애플이 국내에서 수리비를 내린 것은 2021년 3월이 마지막이다. 당시 애플코리아는 국내 이통사에 광고·수리비를 떠넘기는 등 이른바 ‘갑질’ 혐의에 대한 공정위 자진시정안을 통해 1년간 국내 아이폰 사용자에게 수리비와 보험료를 10% 할인해줬다.

애플은 최근 자체 보험 서비스인 애플케어플러스의 제품별 가입 비용도 인상했다. 우발적 손상 발생 시 수리비를 지원하는 서비스 제공 한도를 기존 연 2회에서 무제한으로 변경한 대신 아이폰13·14의 애플케어플러스 가입비는 17만 9000원에서 19만 7000원으로 올랐다.

갤럭시Z플립4 / 삼성전자
갤럭시Z플립4 / 삼성전자
반면 삼성전자는 인플레 시대에도 4세대 폴더블폰 갤럭시Z 시리즈 수리비를 대체로 인하하는 소비자 친화 정책을 펴고 있다.

갤럭시Z플립4의 메인 디스플레이 수리비는 24만 1000원, 커버 디스플레이 수리비는 10만 6000원으로 전작보다 수리 비용이 크게 낮아졌다. 2020년 출시된 ‘갤럭시Z플립LTE’와 2021년 출시된 ‘갤럭시Z플립3’의 메인 디스플레이 수리 비용은 각각 45만 1000원, 36만 500원이었는데 2년 만에 수리비가 반값으로 떨어진 셈이다. 2022년 초 출시된 ‘갤럭시S22 울트라’ 디스플레이 교체 비용(29만 3000원)보다도 저렴하다.

갤럭시Z폴드4의 메인 디스플레이 교체 비용은 61만 1000원으로 Z플립 대비 비싼편이지만, 전작 갤럭시Z폴드3의 출시 초기 수리비(60만 700원)와 비슷한 수준이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생산에 재활용 소재를 채택한 데 이어 수리에도 재생 부품을 활용하며 소비자 수리비 부담을 덜기 위한 노력을 병행 중이다. 삼성전자는 상반기부터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 수리 과정에 '제조사 인증 재생 자재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소비자가 이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재생 자재를 활용할 경우 기존 20만원쯤 들던 디스플레이 파손 수리비는 10만원쯤으로 낮출 수 있다.

삼성전자는 재생 자재에 대한 철저한 사전 검증과 시험 과정을 거쳐 정품 수준의 품질과 성능을 확보해 소비자 신뢰도를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고환율과 원자재값 상승 등 어려운 대외 여건으로 애플의 출고가 및 수리비 인상은 당연한 조치로 비춰진다"면서도 "삼성전자는 폴더블폰 대중화를 목표로 신작 출고가와 수리비를 모두 인하하는 등 공격적인 정책에 나서고 있어 대비된다"고 설명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