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먹통 사태로 인해 카카오 계정 연동이 가능한 e커머스 업체들이 일부 서비스에 차질을 빚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카카오 계정 자동 로그인을 설정해놓은 경우, 오류 발생 시간 동안 해당 계정으로의 로그인이 불가능해 이용자들이 불편을 겪었다.

1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카카오 시스템 오류로 인해 마켓컬리, 11번가, SSG닷컴, G마켓·옥션, 스타벅스, 홈플러스, 티몬, CJ올리브영, 지그재그 등의 업체에서 카카오 계정으로 로그인이 되지 않거나 결제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는 등의 차질이 빚어졌다.

배달앱 라이더들도 카카오내비 맵이 작동하지 않아 다른 앱으로 급하게 대체하는 등의 혼란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카카오 시스템 오류 관련 마켓컬리, 홈플러스, 지그재그, 티몬 공지. / 각사 앱 공지사항 갈무리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카카오 시스템 오류 관련 마켓컬리, 홈플러스, 지그재그, 티몬 공지. / 각사 앱 공지사항 갈무리
IT조선 취재 결과, 현재 이커머스 업체 중에서는 쿠팡만 카카오 계정 연동 로그인 기능을 도입해놓지 않았다.

쿠팡은 자체 앱 로그인 기능이 이미 잘 돼있기 때문에 타사 연동 로그인 기능을 도입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쿠팡을 제외한 타 e커머스 앱에서 카카오 계정을 연동해 자동 로그인해오던 소비자들은 다른 경로로 로그인을 다시 해야만 했다.

마켓컬리는 카카오페이 간편 결제와 카카오톡 선물하기, 신규 주소지 입력, 카카오톡 상담챗, 카카오 알림톡 등의 기능의 오류가 있었다. 신규 주소지 입력의 경우 카카오맵을 쓰기 때문에 해당 서비스가 불가능했다는 입장이다.

마켓컬리 관계자는 "카카오 계정만으로 간편가입을 할 수 없게 돼 있기 때문에 카카오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서비스에만 오류가 있었다"면서 "카카오 시스템 오류를 인지한 후 카카오톡을 통한 상담챗이나 배송 완료 등의 알림톡의 경우 문자메시지로 대체했기 때문에 큰 차질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카카오톡을 통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는 11번가도 일부 오류를 겪은 것으로 확인됐다. 또, 카카오 계정 간편 로그인을 설정해놓은 일부 회원들도 로그인에 차질을 빚었다. 다만, 11번가는 아직까지 카카오 시스템 오류로 인해 인입된 민원은 없다는 입장이다.

11번가 관계자는 "선물하기 서비스의 경우 카카오톡이 아닌 문자메시지로도 가능하다"면서 "카카오뿐 아니라 네이버, 페이스북, 애플, 페이코, 휴대전화 등으로도 간편 로그인이 가능하기 때문에 로그인 관련 민원은 인입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SSG닷컴과 G마켓·옥션에서도 카카오 계정 연동 로그인이 되지 않고 카카오페이를 통한 간편결제가 불가능했다. 다만, 자체 로그인을 비롯해 네이버·애플·휴대전화를 연동한 로그인이 가능하기 때문에 큰 피해는 없었다는 입장이다.

카카오 선물하기 기능을 통해 모바일 상품권(기프티콘)을 사용하려던 소비자들도 불편을 겪었다. 스타벅스 매장에서는 카카오 선물하기 모바일 상품권을 이용한 결제와 배달 주문 등이 불가능했다.

스타벅스는 "카카오 데이터 센터 화재로 인해 카카오 선물하기 모바일 상품권을 사용한 결제가 불가능하다"고 안내했다. 또, 카카오톡을 통해 e-Gift를 공유하는 것과 카카오톡과 연계한 모바일 주문 서비스인 ‘사이렌오더’ 등을 이용할 수 없었다.

홈플러스 홈페이지와 앱에서도 카카오 계정 로그인, 카카오페이 결제, 카카오 1대 1 문의, 카카오톡을 통한 주문·배송 알림 등이 되지 않았다.

홈플러스는 공지를 통해 "카카오 데이터 센터 화재로 카카오 계정과 연동하는 카카오 1대1 문의, 카카오톡 주문·배송 안내 등의 일부 서비스가 지연돼 불안정할 수 있다"고 안내했다.

티몬도 카카오페이를 통한 간편 결제 서비스를 일시 중단했다. 티몬은 카카오 오류 발생 직후 결제수단에 카카오페이 서비스 노출을 중단했다가, 다음날 오후부터 서비스 장애가 복구되면서 노출을 재개했다.

CJ올리브영 또한 카카오페이 간편결제, 오늘드림 픽업 서비스, 카카오 알림톡, 카카오톡으로 공유하기, 카카오톡을 통한 선물하기, 매장 안내, 카카오 상담챗 등의 기능이 마비됐다.

카카오스타일이 운영하는 패션 플랫폼 지그재그 앱에서도 카카오 계정 연동 로그인과 카카오 채널 추가, 카카오페이 결제 등의 서비스가 제한됐다. 현재는 카카오 시스템이 순차적으로 복구되면서 계정 연동 서비스가 가능한 상태다.

배달 라이더들도 카카오내비 앱 등이 연동되지 않아 갑자기 멈춰서는 등의 차질을 겪었다.

라이더들은 "카카오내비가 갑자기 작동하지 않아 급하게 티맵을 켰다", "네트워크 오류라고만 계속 떠서 업무 도중 계속 앱 재부팅만 했다"는 등의 불만을 터트렸다.

한 배달앱 관계자는 "(카카오내비 오류 당시) 라이더들에게 오류 상황에 대해 알리며 티맵을 이용하라고 안내했다"며 "티맵에 이용자가 몰리는 바람에 시스템이 버벅대는 등의 오류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카카오 먹통 사태로 인한 유통업계 피해액은 추산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연동한 카카오 서비스가 유료인지 무료인지에 따라 피해 보상 여부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 계정 연동의 경우 업체에 따라 유료일 수도, 무료일 수도 있다"면서 "카카오 연동 서비스를 유료로 이용하고 있던 업체는 피해액을 따져 보상을 요구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업체는 책임을 묻기 힘들 것이다"라고 밝혔다.

유통업체 대부분이 카카오 먹통 사태로 인해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나면서 대형 플랫폼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선물하기 시장에서 카카오가 차지하는 비중은 70% 이상이다.

업계 관계자는 "고객이 원하는 상품을 포털사이트 등에서 찾아 구매 여부를 결정할 때 회원가입을 해야 하면 구매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며 "카카오 장애로 별도 가입을 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져 고객 불편은 물론 이커머스 업체들의 피해도 적지 않을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업계는 ‘국민 메신저’로 불리는 카카오톡의 이용자 비중이 월등히 높기 때문에 편리함을 위해 카카오의 로그인 등 시스템을 연동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한 관계자는 "이용자들의 편의를 위해 타사 앱을 통한 자동 로그인 시스템을 연동하고 있다"면서 "이번 사태로 불편을 겪었더라도 카카오톡 이용률이 이미 높은 상황이기 때문에 의존도를 낮추기가 어렵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먹통 사태와 관련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카카오, 네이버 같은 주요 온라인 서비스와 데이터센터를 국가 재난관리 체계에 포함하는 ‘방송통신발전 기본법’ 개정안을 17일 발의했다.

개정안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방송통신재난관리기본계획을 수립할 때 데이터센터 사업자와 부가통신사업자의 방송통신서비스에 관한 내용을 포함해 수립·시행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황혜빈 기자 empty@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