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카카오톡 먹통 사건으로 전 국민이 불편을 겪었다. 카카오 데이터 센터가 있는 SK C&C 화재로 시작된 문제였다. 카카오톡과 연동된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도 먹통이었다.

피해가 유독 크게 느껴졌던 것은 그만큼 전 국민이 흔하게 쓰는 앱이었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웹2 시대의 수혜자로 급성장한 카카오에 전 국민의 발이 묶인 셈이었다. 이 상황에 눈에 띄는 건 네이버의 행보였다. 카카오 장애가 발생했을 때 발 빠르게 네이버 메인 화면에 ‘긴급한 연락이 필요할 때는 라인 메신저를 사용하세요’라는 광고를 올렸다. 그야말로 뺏고 빼앗기는 웹2 세상에서의 엄혹한 룰을 목도할 수 있었다.

생각해 보면 카카오 같은 빅테크와 웹2는 늘 같은 선상에 등장하곤 한다. 이 공식을 스스로 깨려고 하는 것이 바로 얼마전 사명을 메타로 바꾼 페이스북이다. 메타로 사명을 바꾼 이유는 메타버스에 올인했다는 뜻이란다. 실제 얼마 전 메타버스 서비스인 호라이즌 월드를 런칭하기도 했다.

사명을 메타로 바꿀 정도로 공을 들였지만 정작 사용자를 모으는데는 고전하고 있다. 물론 CEO인 마크 저커버그가 "메타버스 안착에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 전망하긴 했지만 그걸 감안하고라도 실망스런 수치다. 메타의 사례를 보며 웹2를 발판으로 성공한 빅테크라 할 지라도 단숨에 웹3 공간에서의 성공을 담보받기는 힘들다는 것을 실감한다.

빅테크들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모든 데이터들을 독점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웹3는 개방과 분산화가 필수다. 메타가 이야기하는 메타버스는 열린 공간이다. 어떤 한 주체, 이를테면 기업이 무언가를 움켜쥐고 있는 공간이 아니다. 진정한 메타버스는 누군가의 소유가 될 수 없다는 것, 메타가 고전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특정 기업이 소유할 수 있는 게 아닌, 메타버스를 ‘소유하는’ 쪽으로 사업의 방향을 트는 것이 과연 정답일까 의문도 든다. 메타의 경쟁자는 더 이상 또 다른 기업이 아니다. 열린, 오픈 프로토콜 기반의 웹일 것이다. 제아무리 메타라 해도 웹을 이길 수 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명까지 바꾸며 웹3에 도전하는 메타의 사례는 칭찬받을만하다. 웹3로 변화하는 세상에 대한 위기감이 묻어나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면 위기는 항상 기회의 또 다른 이름이었다. 비트코인의 개념도 2008년 금융위기 때 등장했다. 완벽하리라 믿었던 거대 은행들의 파산이 새로운 물결을 태동시킨 것이다.

수 년 간 존재해왔지만 개념적으로만 머물던 웹3도 우리 사회 곳곳의 위기들에서 더 꽃을 피울 수 있을 것이다. 웹3는 누군가가 지고, 누군가가 이기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 한정된 시장을 두고 가입자를 뺏고 빼앗기는, 사용자를 ‘락인(Lock-in)’시켜야만 성공하는 시스템이 아니라는 뜻이다.

웹3는 생태계가 풍성해질수록 구성원 모두가 같이 성장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이미 많은 빅테크들이 웹3를 논하고 있다. 단순히 데이터 이원화만의 문제가 아니다. 위기를 기회로 한 걸음 더 성숙한 웹3 논의가 한국 사회에서도 이뤄졌으면 한다.

일각에선 ‘도대체 웹3가 무엇인지 그 답을 아무도 모르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 있다. 500년 전 영국 사회를 비판하며 등장했던 토머스 모어의 유토피아는 아직도 오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 모두는 여전히 유토피아를 꿈꾸며 나아간다. 적어도 디스토피아를 향하며 나아가는 사회보다는 훨씬 더 풍성해졌다. 이것이 답이 아닐까.

*본고는 필자의 개인적인 견해로 IT조선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은 아닙니다.

신지은 작가 sjesje1004@gmail.com
서강대 경영학 학사, 국제통상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10년 이상 경제 방송 진행자 및 기자로 활동했다. 유튜브 ‘신지은의 경제백과’를 운영 중이며 저서로 ‘누워서 과학 먹기’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