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배터리 안전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상대적으로 충격과 화재에 강한 ‘전고체 배터리’가 주목받는다.

배터리는 IT 제품과 운송수단 등 사람이 활용하는 사물의 동력원으로 활용되기 때문에 안전성 확보는 ‘BoT(사물배터리·Battery of Things)’ 시대 경쟁력을 가를 핵심 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다. 국내 배터리 3사는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안전과 효율을 모두 잡는 ‘꿈의 배터리’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속도를 낸다.

최근 전기차나 데이터센터에서 화재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배터리 안전 문제에 대한 인식이 커졌다. / 123rf
최근 전기차나 데이터센터에서 화재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배터리 안전 문제에 대한 인식이 커졌다. / 123rf
시장에서 가장 큰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리튬이온 배터리는 에너지밀도가 높고, 효율과 성능이 좋아 스마트폰부터 전기차 등 다양한 산업에서 활용된다.

하지만 화재나 폭발 위험도 공존한다. 액체로 된 전해질은 리튬 이동을 원활히 하지만, 외부 압력이나 온도의 영향으로 전해질이 분해될 경우 가연성 가스와 소재가 반응하면서 화재나 폭발이 일어날 수 있다. 실제로 전기차나 전동 킥보드에서 발생하는 화재 대부분은 배터리의 액체 전해질에서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많다.

반면, 전고체(全固體) 배터리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모든 소재가 고체화돼 있다. 일반적으로 배터리는 양극재와 음극재, 분리막, 전해질로 구성되는데, 전고체 배터리는 전해질이 고체로 이루어져 분리막이 필요없다. 고체로 된 전해질이 양극과 음극을 물리적으로 차단하기 때문에 분리막 역할도 대신하는 셈이다. 구조가 기존 배터리보다 더 단순해진다.

또 모든 소재가 고체이기 때문에 단단해서 안정적이며, 에너지 밀도가 높고 충격과 화재에 강하다. 분리막이 사라진만큼 배터리 부피와 원가도 줄일 수 있다. 전고체 배터리가 차세대 배터리로 각광받는 이유다.

리튬이온 배터리(좌)와 전고체 배터리(우)의 구조. / 삼성SDI
리튬이온 배터리(좌)와 전고체 배터리(우)의 구조. / 삼성SDI
관건은 상용화 시기다. 고체 전해질에서도 리튬을 원활히 이동시킬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해야 하고, 전해질로 쓰이는 황화리튬의 가격이 높아 생산비용이 많이 드는 점을 극복해야 한다. K배터리 3사는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 시기를 2025~2030년쯤으로 예상한다.

관련해 LG에너지솔루션은 12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그린비즈니스위크 2022’ 행사에서 차세대 배터리 로드맵을 선보였다. 고분자계 전고체 기술은 2026년 상용화를, 황화물계 전고체 기술은 2030년 상용화를 목표로 내걸었다.

고분자계 전고체 기술은 고분자 필름이 분리막을 대체하는 것으로, 가위로 잘라도 정상 작동할 정도로 내부 단락에 안전한 것이 특징이다. 직접 불을 가해도 타지 않는다.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가 리터당 900Wh로 높고, 충방전이 500회 이상 가능한 것이 장점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대학과 협력해 기술 확보에도 박차를 가한다. 국내 카이스트와 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 대학에 이어 독일 뮌스터 대학 내 배터리 연구센터와 독일 국가연구기관 헬름홀츠 연구소 뮌스터 지부 등과 함께 연구센터를 운영한다.

삼성SDI도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적극적이다. 3월부터 경기도 수원 SDI 연구소 내에 2000평 규모의 전고체 전지 파일럿(시범생산) 라인을 만들고 있다. 배터리 3사 가운데 전고체 파일럿 라인을 만든 회사는 삼성SDI가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삼성SDI는 연구개발비로 배터리 3사 중 가장 많은 액수인 2538억원을 쏟아부으며 2027년까지 전고체 배터리 개발을 목표로 한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은 연구개발비로 각각 1836억원, 477억원을 투입했다.

SK온도 외부와 협력해 전고체 배터리 기술 개발에 나섰다. 1월부터 미국 조지아 공대와 협력해 차세대 전고체 배터리를 개발 중이다. 또 미국 전고체 배터리 스타트업 ‘솔리드파워’에도 350억원쯤을 투자해 전고체 배터리를 공동 개발한다.

국내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는 반도체와 달리 차세대 기술을 내놓기까지 연구·개발 시간이 오래 걸린다"며 "2030년쯤 전기차 시장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 시기에 맞춰 전고체 배터리 등 차세대 배터리를 선보일 수 있도록 기술 개발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박혜원 기자 sunone@chosunbiz.com

관련기사